초콜릿 먹는 당신, 오랑우탄 멸종 앞당길 수도

김기범 기자 2016. 5. 1.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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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팜유 생산을 위한 기름야자 나무 농장을 만들기 위해 불태워지고 있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열대우림 모습.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제공

“초콜릿, 아이스크림, 마가린 먹고 샴푸, 화장품 쓰는 것이 오랑우탄 멸종을 앞당긴다?”

언뜻 아무 상관도 없을 것 같은 식품, 화장품과 오랑우탄의 멸종은 ‘팜유(Palm Oil)’를 통해 연결돼 있다. 열대작물인 기름야자 나무의 과육에서 채취되는 팜유는 식료품, 세제, 화장품 등 광범위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식물성 기름을 말한다. 바이오연료에까지 사용되면서 팜유의 수요는 지난 10여년 동안 2배 이상 증가했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세계 팜유 수요는 2020년까지 다시 2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팜유를 얻기 위해 인도네시아의 밀림이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이에 따라 오랑우탄의 수가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WWF는 지난 20년 동안 인도네시아의 오랑우탄 80%가 숲이 팜유 농장으로 바뀌는 과정과 불법 벌목, 금 채굴 등의 삼림 파괴로 서식지를 잃었다고 설명한다. 팜유 생산 산업의 중심지가 바로 오랑우탄의 유일한 서식지인 보르네오섬과 수마트라섬이기 때문이다. 수마트라 호랑이가 사는 열대우림도 팜유 생산을 위해 불법 개간되고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팜유를 아예 쓰지 않기는 쉽지 않다. 수없이 많은 제품들에 팜유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13년 오레오 쿠키와 질레트 면도 크림 등 유명 상품의 제조·판매업체들이 싱가포르 팜유업체 윌마가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을 파괴해 생산한 팜유를 사용하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다국적기업 P&G도 인도네시아산 팜유를 사용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국내에서도 녹색소비자연대가 2014년 2월 서울 소재 대형마트 6곳에서 판매 중인 초콜릿 115개를 조사한 결과 48%인 55개 제품이 팜유 성분을 함유하고 있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당시 매년 40만~50만㏊의 열대림이 팜 농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팜유로 인한 열대우림 파괴에 자신도 모르게 합류하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은 ‘산림 파괴 없이 생산된 팜유’를 사용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국제환경단체들의 노력으로 이미 유니레버, 네슬레, 로레알 등의 기업은 ‘산림 파괴 없는 제품 생산’을 약속했다. WWF는 ‘지속가능한 팜유 생산을 위한 협의회(RSPO)’를 만들어 기업들의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WWF 한국본부 윤세웅 대표는 “가장 최근 한국에서 RSPO 인증을 받은 기업으로는 LG생활건강이 있다”며 “국내에서도 RSPO 인증 팜유 사용이 지속가능한 기준이 될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 시민단체들과 협력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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