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각축전, 패권은 누구 손에?

2016. 5. 1.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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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하이브리드 ‘니로’(기아차).

배출가스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전세계의 골칫거리다. 유럽연합(EU)은 자동차가 1㎞ 달릴 때 뿜어내는 이산화탄소(CO₂) 양을 120g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도 유럽 지역에 차를 팔 수 없다. 2020년까지 완성차 업체들은 유럽연합 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당 95g으로 줄여야 한다.

완성차 업체들에 배출가스 저감 문제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엄청난 돈을 투입해 환경 친화적인 자동차 개발에 나서고 있는 배경에는 갈수록 높아지는 배출가스 규제의 벽이 자리잡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친환경차는 앞으로 10년 뒤 세계 자동차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럽·미국 등 잇단 환경기준 강화
전기모터 이용 3개 차종 경쟁 속
“플러그인하이브리드가 대세될 듯”



독·일·미 업체들 신차 쏟아내고
국내업체들도 양산 체제 구축
“2020년 이후 수소차 시대” 전망도

폴크스바겐의 연비 조작 사건을 계기로 눈속임이 드러난 ‘클린디젤’차를 제외한다면 현재 친환경차로 분류되는 차종은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순수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4개 차종이다. 이들 차량의 공통점은 모두 전기동력차라는 것이다. 하이브리드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는 전기모터 이외에 내연기관인 엔진을 장착하고 있는 게 순수 전기차와의 차이점이다.

친환경차는 제조사별로 개발 전략이 다를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선호하는 차량도 각기 다르다.

현재 미국과 일본이 하이브리드차 중심인 반면 유럽과 중국에선 플러그인(plug-in) 하이브리드차가 많이 팔린다. 미국 전문조사기관인 제이디(JD)파워의 집계(2015년 9월 기준)를 보면, 북미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전기차의 비중은 7:2:1의 분포를 나타낸다. 유럽과 중국 시장은 5:3:2의 비중이다. 일찍이 도요타가 프리우스 하이브리드로 돌풍을 일으킨 일본에서는 하이브리드차 위주(97%)의 시장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전기차 ‘모델S’(테슬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i8’(베엠베)

최근 테슬라가 공개한 전기차 ‘모델3’가 출시도 전에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지만 완성차 업계는 충전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기까지 전기차의 대중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성능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자동차 회사들의 개발 전략과 각국의 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하이브리드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는다. 특히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중간 단계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가 상당 기간 친환경차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7일 독일 뮌헨에서 만난 베엠베(BMW)그룹의 마티아스 클리츠 파워트레인(동력계)부문 부사장은 “비용과 장거리 주행을 고려할 때 (전기차에 앞서) 향후 20~30년 동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전기차는 배터리와 충전소 문제 등 최적화시켜야 할 게 많이 남아 있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는 인프라 구축에 크게 제약받지 않아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솔루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는 가정용 전기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아 충전한 전기로 주행하다가 충전 전기가 모두 떨어지면 가솔린 엔진으로 움직인다. 내연기관인 엔진의 남는 에너지를 배터리에 저장해 사용하는 일반 하이브리드차는 외부 충전이 불가능한 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는 콘센트를 꽂아 외부 전력을 충전해 전기모터를 돌릴 수 있다. 짧은 구간의 도심 주행은 전기모터의 힘으로 달리다가 전기가 떨어지는 시점에 엔진을 돌리기 때문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는 일반 하이브리드차보다 연비가 높은 편이다. 50㎞ 안팎은 연료 소모 없이 전기만으로 운행할 수 있고, 완속 충전으로도 내연기관과 함께 충분히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다는 게 이 차의 장점이다.

하이브리드 ‘프리우스’(도요타).

올해 완성차 업체들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출시를 기다리는 차들도 적지 않다. 베엠베그룹은 6월 부산모터쇼에서 3시리즈의 첫번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인 ‘330e’를 국내 처음으로 공개한다. 이달부터 독일에서 판매를 시작한 ‘330e’는 완전충전(2시간)하면 전기만으로 40㎞를 주행할 수 있다. 순수 전기로만 시속 120㎞까지 속도를 낼 수 있는 차다. 베엠베는 내년엔 스포츠카 ‘i8’과 스포츠실용차(SUV) ‘X5 e드라이브’등 2가지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한국에 선보인다. 이렇게 되면 베엠베는 올해 출시한 순수 전기차 ‘i3’에 이어 전기동력차 라인업이 3가지로 늘어난다.

아우디는 지난 2월 아우디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인 ‘A3 이트론(e-tron)’을 내놨다. 순수 전기 주행거리는 25㎞에 최대 주행거리는 600㎞다. 하이브리드차의 강자 도요타도 프리우스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 출시를 앞두고 있다. 프리우스는 세계 최초 양산 하이브리드 차량답게 세계 최다 판매로 최근 기네스북 세계 기록에 올랐다.

이밖에 지엠 쉐보레도 볼트 버전을 올해 안에 선보이고 폴크스바겐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골프의 출시를 검토 중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쏘나타’(현대차).

국내에선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7월 국산 최초로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선보였다. 올해는 K5와 아이오닉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도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쏘나타 하이브리드(2011), 투싼 iX35 수소연료전지차(2013), 쏘울 전기차(2014),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2015)로 이어지는 친환경차 4가지 타입의 양산 체제를 모두 구축해놓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까지 친환경차를 22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시점에서 가장 친환경성이 높은 차량은 수소연료전지차(FCEV)다. 수소와 공기를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수소연료전지차는 오염물질 배출이 전혀 없어 최고의 무공해 차로 꼽힌다. 현대차는 투싼 수소연료전지차를 세계 최초로 독자 개발해 2013년 3월부터 양산하기 시작했다. 수소를 1회 충전해 최대 594㎞까지 주행할 수 있는 이 차량의 연비를 가솔린 기준으로 환산하면 27.8㎞/ℓ에 달할 정도로 연료 효율이 높다. 도요타는 양산형 수소연료전지차를 2019년부터 시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계에선 지금 추세대로 기술 진전이 이뤄진다면 2020년부터 수소연료전지차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도 배터리 용량과 충전 인프라 등을 보완할 경우 지금보다 훨씬 빨리 보급될 수 있다.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각국의 배기가스 규제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공해차 의무판매를 법제화한 미국은 2020년까지 평균연비를 23% 개선시킬 계획이고, 유럽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7% 더 줄이기로 했다. 대도시 스모그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도 친환경차 의무판매 비율을 높일 방침이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하이브리드차(HEV)

‘혼합’과 ‘잡종’을 뜻하는 하이브리드(Hybrid)에서 생긴 용어로 동력원이 두 개인 차다. 기존 내연기관(엔진) 차량에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추가로 장착해 주행 상태에 따라 엔진과 전기모터를 적절히 작동시켜 연비를 향상시킨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기존 하이브리드 차량에 배터리 용량을 키워 전기 모드 주행 거리를 늘린 차다. 외부의 전기콘센트로 충전이 가능해 연료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의 중간 단계로, 두 차량의 단점을 보완한 차라고 할 수 있다.

전기차(EV)

내연기관(엔진) 없이 전기모터와 고밀도의 배터리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차다. 전력 공급은 외부의 전기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차세대 친환경차로 떠오르고 있지만 짧은 주행 거리와 부족한 충전 인프라 등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수소연료전지차(FCEV)

수소와 공기 중 산소를 반응시켜 발생하는 전기로 모터를 돌려 얻은 구동력으로 움직인다. 배기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고 물만 나와 오염물질이 없다. 고압의 수소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공급하는 수소탱크 등의 장치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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