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편 중 7편꼴로 음식..'달인'이 너무해

2016. 5. 1.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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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쿡방이 된 ‘생활의 달인’

10년전 80%던 비음식소재 31%로
단순노동 줄고 음식자영업 증가 탓도
“다양한 달인의 찬란한 순간 보고파”

4월25일 방영된 에스비에스 교양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의 한 장면. 방송 갈무리

매주 월요일 밤 8시55분에 시청자를 찾아가는 <생활의 달인>(에스비에스)은 지난 4월25일 방송에서 8.3%의 시청률(티엔엠에스 집계)을 기록했다. 지난 11년간 2700여명의 달인을 소개하며 10%대 시청률을 유지한 때도 있었다. 에스비에스 관계자는 “광고 판매량도 좋고, 평일 9시대 이만한 교양프로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 이 프로에 대한 ‘불평’이 늘고 있다.

“생활의 달인인가요? 음식의 달인인가요?” <생활의 달인> 시청자 게시판이 심상치 않다. “쿡방이 대세라지만 너무 음식으로만 치우친 것 같아 씁쓸”하다는 비판이 눈에 띈다. 늘 우려했던 ‘소재 고갈’의 벽에 부닥친 것일까. 아니면 에스비에스 <백종원의 3대 천왕>과 <냉장고를 부탁해> 등 종편·케이블의 넘치는 먹방·쿡방에 지겨워진 시청자들의 ‘인상 비평’일 뿐일까.

80% → 69% → 62% → 47% → 31%. <생활의 달인>에서 오롯이 음식 또는 요리사에 주목하지 않은 ‘비음식’ 소재들(소재 기준, 중복 소개 제외)의 비율을 조사해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2005년 4월25일 이삿짐 운반의 달인으로 시작해 2005년 5~8월에는 무려 80%가 ‘비음식 소재’였다. 외벽청소의 달인, 평택항 후진 주차의 달인, 방송 효과음의 달인 등이 방송을 탔다. 2006년 1~4월까지는 69%, 2014년 1~4월까지만 해도 62%를 유지했다. 2015년 1~4월이 되자 47%로 떨어졌고 올해 1~4월은 31%에 불과했다. 4월25일 방송분은 일식 신 4대 문파, 국수, 육포 등 모두 음식을 소재로 했다.

소재만의 문제도 아니다. 일식 신 4대 문파의 ‘서산파’ 달인 편. ‘명품밥’의 비법이라며 다시마와 청주 등 갖은 재료를 소개하더니, 새우달걀초밥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는 꼬박 5분이 걸렸다. 달인이 만든 초밥을 입에 넣은 일본 관광객들은 “식감이 좋다, 깊은 맛이 난다”며 연신 맛있다는 표정을 짓는다. 어디서 본 듯한데…. 이른바 먹방의 기시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생활의 달인> 외주제작사 더와이앤비 김문배 대표는 이와 관련해 “주관적 맛평가가 좀 과하게 들어간 것 같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그는 “3년 전부터 ‘자영업의 달인’ 기획을 시작하면서 ‘음식 소재’가 늘어났다. 식당을 열려는 분들께 ‘남들처럼 해서는 성공 못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던 것”이라 말했다. 그는 “단순 먹방으로는 보지 말아 달라”며 “달인과 시청자 모두 서민들인데 다 같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게 제작진의 바람”이라고 했다.

사회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김 대표는 “이젠 단순 작업의 달인을 찾으려 해도 생산 물량이 모두 중국으로 넘어가 찾기 어렵다”며 ‘발굴’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국문과)는 “단순 요리법을 넘어 서민들의 일상이 더 가미된다면, 음식의 달인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무조건 비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경제활동의 위축과 자영업의 증가, 음식에 대한 대중의 커진 관심사 등이 무의식적으로 반영된 결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한 60대 시청자는 “지난해 ‘올해의 달인’으로 뽑힌 가발의 달인 편을 보고 생존을 위한 처절한 노력에 가슴이 뭉클했다”며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삶의 찬란한 순간을 만드는 다양한 분야의 달인들을 더 보고 싶다”고 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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