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체납은 집주인이, 납부는 세입자가?

최훈 2016. 5. 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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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세입자로서 이런 일을 겪는다면 얼마나 억울할까요.

건물주가 세금을 체납해서 건물이 공매에 넘어갔는데, 이 과정에서 엉뚱하게 세입자가 보증금을 날리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세입자들은 아주 잘못 없이 전 재산을 날리게 됐는데, 현행법상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합니다.

최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고깃집을 하는 김수연 씨는 상가 보증금 1억 5천만 원을 전부 날리게 됐습니다.

건물주가 세금 28억 원을 체납하는 바람에 건물이 공매에 넘어간 겁니다.

[김수연/상가 세입자]
"못 살겠더라고요. 일단 잠을 못 자고 사람이 이건 사는 게 아니다…."

김종분 씨도 3년 전 집주인의 세금 체납 때문에 집이 공매로 넘어가면서 전세 살던 아파트에서 쫓겨났습니다.

전 재산이었던 전세보증금 1억 6천만 원을 한 푼도 못 받았고, 지금은 컨테이너로 만든 원룸에서 힘겹게 살고 있습니다.

집주인이 세금을 체납했는데 왜 자신이 고통받아야 하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됩니다.

[김종분/전세 세입자]
"누구한테 들어본 적도 없거든요. 그래서 처음 당해봐서 납득도 안 되고요…."

이들은 확정일자도 받았고 등기부등본도 꼼꼼히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세입자가 계약하기 전에 집주인이 이미 세금을 체납하고 있었다면 세금 징수가 보증금보다 우선이라는 현행법 때문에 세입자들의 보증금이 집주인의 밀린 세금으로 사용되는 겁니다.

[홍성구/마포세무서 징세팀 팀장]
"국세가 우선해야 되는 이유는 일단 나라 살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채권보다 우선권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피해를 안 당하려면 집주인이 세금을 체납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지만 집주인 동의가 없으면 알 방법이 없습니다.

세입자라면 누구나 당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유 모 씨/전세 세입자]
"결혼해서 지금까지 모았던 돈인데 내가 뭘 잘못해서 날린 게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인해서 날아가 버렸으니까. (억울하죠)."

올해 1월부터 체납 처분의 집행에 지장이 없으면 전세권을 침해하지 말라는 법 조항이 새로 생겼습니다.

체납한 집주인의 다른 재산을 추적해 보고, 정말 없을 때만 세입자 보증금을 징수하란 얘기인데 현실에선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대부분의 체납자들은 실제로 재산이 없거나, 있어도 다른 사람 명의로 돌려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송헌/변호사]
"어찌 보면 사실 신종 사기죠. 임대인들이 저지르는 신종 사기죠. 체납 세금을 보증금으로 갚아버리는 꼴이잖습니까."

그래서 부동산 계약을 할 때 공인중개사가 집주인의 세금 체납 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2013년에 발의됐지만, 개인 정보 침해가 우려된다는 정부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재경/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개인정보가)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하는데, 어쨌든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해야 될 거 아니에요. 제가 볼 때는 악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라고 보는데…."

체납자들의 경우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위해 월급과 연금을 50% 이상 압류하지 못한다는 법 조항이 있는데, 아무 잘못 없는 세입자들은 전 재산을 날려도 최소한의 보호장치조차 없는 실정입니다.

MBC뉴스 최훈입니다.

(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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