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성동의 비극 왜?..①망설인 정부 ②채권단 분란 ③안일한 전망
◆ 위기의 조선업 / 구조조정 ◆
이날 조선소에서 만난 근로자들은 채권단이 STX조선을 법정관리 신청할 경우 또다시 있을 대규모 구조조정과 퇴출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조선소 직원인 김 모씨는 "자율협약 이후 지금까지 4년 동안 동료들 그만두는 모습을 보고, 임금이 삭감되면서도 참고 일했다"며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지금보다 더한 구조조정이 일어나지 않겠느냐"고 한숨을 지었다.
조선소 실내 작업장에서 만난 한 협력사 최 모 관리과장은 "빅3 조선소까지 위기라는 말에 직원들이 많이 동요하고 있어 다독거리는 게 일"이라며 "이미 직원 100명 중 20%를 내보냈고 6월부터 추가로 인력 감축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사 위탁경영부터 중소형사 통합 방안까지 다양한 사업 재편 방안이 나왔지만 정부의 결단 지연과 채권단 간 소통 부족으로 산업 구조조정은 적기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2014년 여름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통합·합병 방안이 청와대와 정부 일각에서 제시되기도 했다. 유휴 인력과 잉여 설비를 축소해 원가를 절감함으로써 조선 시황 불경기에 대응할 수 있는 체질을 마련하자는 얘기다. 이후 STX의 기술력과 성동조선의 설비 경쟁력을 결합해 기업 가치를 제고한 후 민영화에 나설 수 있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논의는 본격화되지 못했다. STX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성동조선해양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이 통합·합병에 따른 채권은행 간 손실 부담 조정 문제를 놓고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의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와 수출입은행을 관할하는 기획재정부, 조선업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 여부와 시기, 방식을 놓고 우왕좌왕했다.
정부의 리더십 부재와 채권단 내홍으로 산업 구조조정이 적기를 놓치면서 두 회사는 모두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는 상태다.
이런 악재로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행이 유력해지면서 채권단은 5조7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게 될 전망이다. 자율협약에 돌입한 지 3년이 흘렀지만 허공에 돈을 뿌린 채 결국 회생하지 못하고 법정관리로 가게 된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조선소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대대적인 국내 중소형 조선사 퇴출이 단행됐다. 신아SB, 21세기조선, 세광중공업, 삼호조선, 녹봉조선, 진세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들은 회생절차를 거치고 있거나 준파산 상태다. 대부분 조업을 중단했다.
반면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은 채권단 지원으로 연명해 왔다. 조선 경기가 되살아나면 경영 정상화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경기는 살아나지 않았고 STX조선과 성동조선은 각각 4조원과 2조5000억원의 채권단 자금을 잡아먹었다. 각각 1조원을 웃도는 자율협약 개시 이전 부채의 채권단 출자전환분을 제외한 수치다. 채권단 지원결의액에 따라 각각 5000억원, 2500억원의 추가 자금이 소요될 예정이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 중형 조선소들은 CSSC(중국선박공업그룹), CSIC(중국선박중공업그룹) 등에 속해 경쟁력을 키우고 중국 국가 전체 네트워크를 이용해 왔다"며 "국내 중형 조선소들은 이런 과정 없이 과잉 투자가 이뤄졌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규 STX조선해양 상무는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면 신규 수주는 물론 기존 물량마저 완수할 수 없다.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STX조선해양에 대한 실사를 거쳐 오는 9월께 법정관리에 돌입할 예정이다. 누구도 5조7000억원의 손실에 대해 책임지겠다고 얘기하지 않은 채 시곗바늘은 계속 돌아가고 있다.
[창원 = 최승균 기자 / 서울 = 박용범 기자 /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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