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피우면..사람 잡아가는 인도
[경향신문] ㆍ40도 넘는 폭염 300명 사망…요리하면 구금 등 특단 조치
“낮에는 요리를 하지 마시오!”
인도 전역에서 40도가 넘는 더위로 인한 열파(heat wave)로 숨지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러자 인도 동부 비하르주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요리를 금지시키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고 힌두스탄타임스 등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요리뿐 아니라 농작물을 태우거나 종교적인 의식을 위해 불을 피우는 것도 금지된다. 이를 어기면 구금될 수도 있다.
열파가 일주일 넘게 이어지면서 인도에서는 지난달에만 최소 300명이 더위 때문에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오리사주에서 110명, 텔랑가나주에서 137명, 안드라프라데시주에서 45명이 더위와 관련된 질환으로 목숨을 잃었다.
기온은 4월 초부터 치솟기 시작해 일부 지역에서는 44도를 기록했다. 물이 모자라 고통받는 사람이 3억3000만명이 넘는다.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와 구자라트주는 강과 호수, 저수지가 말랐다.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는 낮 시간에는 실내에 머물고, 건설노동자들과 농부들도 햇볕이 머리 위로 내리쬘 때는 그늘을 찾으라고 권하는 광고를 TV와 신문에 내보냈다. 오리사주, 마하라슈트라주, 구자라트주는 주민들에게 열파 대피법, 일사병·탈수 응급치료법 등을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무더위를 식혀줄 몬순(계절성 강우)은 6월에나 시작할 것으로 보여, 한 달가량 더 살인더위를 견뎌내야 한다.
인도는 해마다 3~5월 무더위가 찾아오고 특히 5월이 가장 더운 달이지만, 지난해에는 3월부터 고온이 이어졌으며 5월까지 폭염 사망자 수가 1100명이 넘었다. 올 들어서도 때이른 무더위가 찾아왔다.
인도 경제학자들과 인권활동가들은 농촌과 도시 빈곤층의 막대한 피해를 걱정하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최근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 보냈다. 인도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극단적인 고온과 가뭄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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