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P] 박지원 '원대'에 새누리·더민주 긴장하는 이유 있다

김종훈 2016. 5. 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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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력·정보력에서 탁월

국민의당이 박지원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면서 새누리·더민주가 원내대표 선정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각 당 원내대표 후보군은 각자의 특색을 내세우면서 "내가 박 원내대표에 대응하는 최적의 카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정진석 당선자는 "제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일할 때는 민주당의 원내대표를 하셨다"며 인연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표 출마를 공언한 민병두 의원 역시 "정책과 전략마인드, 또 정치에 있어서 생산성, 이런 거 볼 때 저야말로 알파고다. 정치9단을 잡는 알파고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과거 박지원의 원내대표 시절 행적을 보면 양 당의 걱정은 일리가 있다. 그는 18대 국회 민주당과 19대 국회 민주통합당에서 원내대표직을 맡아 협상력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원내 운영을 주도했다.

◆'청문회 5관왕' 타이틀로 상징되는 전투력

18대 국회에서 2010년 5월부터 2011년 5월까지 1년간 박지원 당시 원내대표는 5명의 총리·국무위원 후보 등에게 탈락이라는 고배를 선사한다. 이 때문에 그는 '청문회 5관왕'으로 불리면서 인사권자가 아닌데도 실제로 인사권자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박지원은 원내대표로 청문특위를 진두지휘했다. 청문회마다 전투력 높은 의원들을 청문특위에 배치하고 수시로 회의를 열어 청문회를 준비했다. 폭넓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외부 제보는 박 원내대표의 강점이었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인 김태호 당시 국무총리 후보,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내정자, 이재훈 지식경제부 내정자,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가 박 원내대표의 공격에 낙마했다.

박 원내대표는 협상력을 바탕으로 법안 처리 협상에서 '몫'을 챙기기도 했다. 18대 국회에서 카운터파트였던 김무성 당시 원내대표와의 협상을 통해 굵직한 현안들을 처리하면서 '의회정치의 복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가장 큰 '건'은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여당과의 물리적 충돌 대신 여당의 '세종시 수정안의 표결 처리'와 야당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강행 처리 철회' 요구를 주고받으며 합의를 도출한 것이다. 당시 박 원내대표가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에게 전화 한 통을 해 행안위 대치가 풀렸다. 집시법은 야간 옥외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19대 초반 상임위원장 자리 실속 챙겨

이처럼 '강온 양면' 전술을 적절하게 구사하는 박 원내대표가 국민의당의 원내대표로 추대되면서 각 당에서는 벌써부터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박 의원이 20대 국회 초대 원내대표로서 국회의장, 상임위원장, 간사 등 원내 구성 과정에서 '검증받은 협상력'을 바탕으로 협상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해 박 당선자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면서 양당 모두 국민의당 눈치를 봐야 한다는 점도 박 의원에게는 호재다.

2012년에도 박지원 당시 원내대표는 이한구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와의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주요 상임위원장직을 얻어내면서 실속을 챙겼다. 6월 말까지 국회 개원을 미루는 초강수를 두면서 핵심 상임위로 불리는 국토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의 위원장 자리를 얻어냈다.

원내대표직 임기 시작인 30일이 되기도 전에 박지원 의원은 언론을 통해 협상을 위한 물밑작업에 돌입했다.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의원이 밝힌 '새누리 국회의장' 발언에 대해서도 새누리당 관계자는 "진심이라기보다는 '내가 다 틀어쥐고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발언"이라고 밝혔다. 향후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제시할 수 있는 카드의 일부를 내보임으로써 협상력을 키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지원 의원은 28일 "대통령이 바뀌어서 협조 요청을 하면 국회의장직뿐만 아니라 무엇이라도 협력하겠다"고 했다.

과거 2012년과 같은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19대 국회가 '식물국회'라고 했는데 국민의당 등장과 박지원 원내대표 추대로 20대 국회는 아도저도 안 돼 숨마저 쉬지 못하는 '뇌사국회'가 될 가능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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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이 박지원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면서 새누리·더민주가 원내대표 선정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각 당 원내대표 후보군은 각자의 특색을 내세우면서 "내가 박 원내대표에 대응하는 최적의 카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정진석 당선자는 "제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일할 때는 민주당의 원내대표를 하셨다"며 인연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표 출마를 공언한 민병두 의원 역시 "정책과 전략마인드, 또 정치에 있어서 생산성, 이런 거 볼 때 저야말로 알파고다. 정치9단을 잡는 알파고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과거 박지원의 원내대표 시절 행적을 보면 양 당의 걱정은 일리가 있다. 그는 18대 국회 민주당과 19대 국회 민주통합당에서 원내대표직을 맡아 협상력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원내 운영을 주도했다.

◆'청문회 5관왕' 타이틀로 상징되는 전투력

18대 국회에서 2010년 5월부터 2011년 5월까지 1년간 박지원 당시 원내대표는 5명의 총리·국무위원 후보 등에게 탈락이라는 고배를 선사한다. 이 때문에 그는 '청문회 5관왕'으로 불리면서 인사권자가 아닌데도 실제로 인사권자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박지원은 원내대표로 청문특위를 진두지휘했다. 청문회마다 전투력 높은 의원들을 청문특위에 배치하고 수시로 회의를 열어 청문회를 준비했다. 폭넓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외부 제보는 박 원내대표의 강점이었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인 김태호 당시 국무총리 후보,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내정자, 이재훈 지식경제부 내정자,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가 박 원내대표의 공격에 낙마했다.

박 원내대표는 협상력을 바탕으로 법안 처리 협상에서 '몫'을 챙기기도 했다. 18대 국회에서 카운터파트였던 김무성 당시 원내대표와의 협상을 통해 굵직한 현안들을 처리하면서 '의회정치의 복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가장 큰 '건'은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여당과의 물리적 충돌 대신 여당의 '세종시 수정안의 표결 처리'와 야당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강행 처리 철회' 요구를 주고받으며 합의를 도출한 것이다. 당시 박 원내대표가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에게 전화 한 통을 해 행안위 대치가 풀렸다. 집시법은 야간 옥외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19대 초반 상임위원장 자리 실속 챙겨

이처럼 '강온 양면' 전술을 적절하게 구사하는 박 원내대표가 국민의당의 원내대표로 추대되면서 각 당에서는 벌써부터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박 의원이 20대 국회 초대 원내대표로서 국회의장, 상임위원장, 간사 등 원내 구성 과정에서 '검증받은 협상력'을 바탕으로 협상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해 박 당선자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면서 양당 모두 국민의당 눈치를 봐야 한다는 점도 박 의원에게는 호재다.

2012년에도 박지원 당시 원내대표는 이한구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와의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주요 상임위원장직을 얻어내면서 실속을 챙겼다. 6월 말까지 국회 개원을 미루는 초강수를 두면서 핵심 상임위로 불리는 국토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의 위원장 자리를 얻어냈다.

원내대표직 임기 시작인 30일이 되기도 전에 박지원 의원은 언론을 통해 협상을 위한 물밑작업에 돌입했다.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의원이 밝힌 '새누리 국회의장' 발언에 대해서도 새누리당 관계자는 "진심이라기보다는 '내가 다 틀어쥐고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발언"이라고 밝혔다. 향후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제시할 수 있는 카드의 일부를 내보임으로써 협상력을 키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지원 의원은 28일 "대통령이 바뀌어서 협조 요청을 하면 국회의장직뿐만 아니라 무엇이라도 협력하겠다"고 했다.

과거 2012년과 같은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19대 국회가 '식물국회'라고 했는데 국민의당 등장과 박지원 원내대표 추대로 20대 국회는 아도저도 안 돼 숨마저 쉬지 못하는 '뇌사국회'가 될 가능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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