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꿇으려 노력할뿐?"..끊임없이 연장되는 이경규의 생명력

입력 2016. 5. 1. 13:01 수정 2016. 5. 1. 18:4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후배들도 나가떨어진 MBC '마리텔'서 노련함과 여유 과시

후배들도 나가떨어진 MBC '마리텔'서 노련함과 여유 과시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제일 무서운 것은 세월입니다. 세월 앞에는 누구나 무릎을 꿇게 되죠. 전 다만 천천히 꿇으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5년 전 만난 이경규는 이렇게 말했었다. '2010 KBS 연예대상'을 거머쥔 직후였지만 그는 마냥 기뻐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 후, 57세인 지금도 그는 여전히 '짱짱'하다. '개그계의 대부' 이경규는 2016년에도 여전히 '대세'로 군림하고 있다.

동년배들은 물론이고, 많은 후배들도 어느 순간 방송에서 자취를 감춰버린 상황에서 1960년생 이경규는 배우가 아닌, 개그맨이자 방송 진행자로서 지금도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종횡무진 중이다. 놀라울 따름이다.

◇ '마리텔'의 '벌러덩 방송'…허를 찌르다

허를 찔렸다. 박명수도, 정준하도, 그밖의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나가떨어진 MBC TV 쌍방향 인터넷방송 '마리텔'에서 환갑을 바라보는 이경규가 세차례 내리 우승을 차지한 것은 단순한 방송적인 재미를 넘어서는 '사건'이다.

연기자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그에 맞는 옷을 입으면 되지만 방송 진행자, 특히 개그맨은 늘 젊어야한다. 순발력과 재치, 트렌드를 읽어내는 감각이 필수적이기 때문이고 이에 발을 맞추지 못하면 금세 도태된다. 한창 잘 나가다 하루아침에 사라진 진행자들이 많은 것은 그 때문이다.

'마리텔'은 그중에서도 최첨단의 순발력과 소통력을 보여줘야하는 프로그램. 그런데 이경규는 이 프로그램에서 '최첨단'은 커녕, 그와 정반대의 '아날로그' 정서로 승부를 걸어 누리꾼들과 시청자들의 허를 찔렀다.

개, 물고기, 말 등 내리 세 차례 동물과 함께 방송을 진행하면서 그는 여유로움과 쉼표를 강조했고, '힐링'을 내세워 '벌러덩 방송' '드르렁 방송'을 펼치는 등 특유의 넉살을 과시했다.

누리꾼들의 지지를 받아야하는 생방송이지만 그는 개가 새끼들에게 수유하는 장면에 대해 "야하다"는 댓글이 올라오자 정색을 하고 "너 나가 인마!"라고 호통을 치기도 하고, "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글을 올리지 마"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부산 사투리를 팍팍 써대서 발음도 정확하지 않지만, 그는 낚시를 하고 강아지 분양을 하면서 삶의 경험과 연륜을 자연스럽게 드러냈고 입은 걸지만 속정이 깊은 아저씨의 속내를 보여줬다.

낚시 바늘을 꿰야하는데 눈이 잘 안보이는 '노인네'의 모습을 수시로 연출하고, 자신의 우상이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꿈꾸며 승마에 도전했다가 탈진, 실신 지경에 처한 이경규의 꾸밈없는 모습에 청춘들은 절로 '아저씨'를 응원했다.

'마리텔' 게시판에는 "이경규 나와서 콘텐츠도 없이 본인의 인지도를 이용해서 단순히 시간 때우기로 방송에서 1위 먹은 게 도저히 이해 안되고 재미도 없었습니다"와 같은 일부 혹평도 있지만, 생방송에서 그가 내리 세차례 1위를 한 것은 그 순간 누리꾼들과의 소통에 성공했다는 의미다.

누리꾼들은 그가 말을 타면서 공포감과 체력 소모로 완전히 방전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게 뭐라고 박진감 넘치냐"며 손에 땀을 쥐었고, 붕어 스무 마리를 잡는 데 실패해 추운 저수지로 입수해야했지만 1등이라는 소식에 온수로 몸을 녹이던 고무 대야 안에서 샴페인을 터뜨리며 환호하는 그의 모습에 함께 웃었다.

그는 30일에는 '마리텔'에서 꽃을 주제로 방송을 했다. 역시 아저씨의 허를 찌르는 개그다.

◇ 데뷔 36년, 여전히 '주연'…자신의 색깔 잃지 않아

1981년 제1회 MBC 개그콘테스트에서 은상을 받으며 데뷔한 이경규는 지금도 정상에 서 있지만 늘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만도 친정인 MBC로 돌아가 7년 만에 야심차게 선보인 '경찰청 사람들 2015'에서 시청률 저조로 7회 만에 하차하기도 하는 등 그라고 성공만 한 것은 아니다.

그중 2008년 20여 년간 몸담았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만둘 때 '이경규 위기설'이 가장 강하게 제기됐다.

하지만 그는 오뚝이처럼 계속 다시 일어섰다. '2010 KBS 연예대상'에 이어 '2014 SBS 연예대상'도 거머쥐었다. 올해는 '마리텔'로 안타를 쳤다.

지난해 '경찰청 사람들 2015' 간담회에서 "바둑을 한 수 잘못 두면 그냥 떠내려가 버리잖아요. 제가 나이도 위태위태한 때에요. 오락 프로그램은 하면 할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져서 출연하는 사람이 힘이 드네요"라고 말했던 그는 비록 '경찰청 사람들'로는 실패했지만 SBS TV '아빠를 부탁해'와 KBS 2TV '나를 돌아봐'를 비롯해 종편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나를 돌아봐'에서는 '한 버럭'하는 자신보다 한 수 위인 가수 조영남을 모시고 다니는 매니저 역할을 맡아 '쩔쩔매는 이경규'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줬고, 그 이후에는 역시 '한 버럭'하는 후배 박명수를 사정없이 굴리는 매니저 역할로 또다른 재미를 줬다.

현재는 딸과 함께 'O tvN '예림이네 만물트럭'에 출연하고 있고, MBC TV '능력자들'의 MC도 맡았다. 쉴틈이 없다.

이경규는 지난 1월 MBC TV '무한도전'의 예능총회 특집에서도 거침없는 입담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당시 "전체를 잡으려다 전체를 다 잃어버린다" "우리는 너무 빠른 것, 강한 것만 찾고 있다. 느림의 미학을 강조한 프로그램이 사랑받을 것" "'일밤'을 15년하고 잘렸다. '무한도전' 10년이지만 잘릴 수 있다"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나름의 관록을 과시했다.

이경규는 이렇듯 늘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고 개그맨의 생명력을 연장시키는 동시에, 지금의 나이에 맞는 연륜과 경륜도 예능화하는 데 성공하며 젊은층도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올챙이 몸매를 드러낸 채 밤 저수지에 꼼짝없이 입수하면서 "약속을 지켰습니다. 아 추워요!"라고 말하고, 승마를 하면서 말에서 떨어지지 않게 안간힘을 쓰다 '너덜너덜해진' 상태를 노출한 이경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pretty@yna.co.kr

☞ 英 케이트빈, 다이애나빈 뒤이어 보그 표지 모델로 등장
☞ 노무현 前대통령 사저 8년만에 일반공개…서재엔 1천여권의 책이
☞ 키스하려다 앱 들여다보는 러브신…PPL은 드라마의 필요악?
☞ 中 지린성서 조선족 목사 숨진채 발견 "피살 가능설"
☞ 취객 술값 2만원→200만원 결제…'뻔뻔한' 호프집 주인 구속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