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스베누에 500억 투자' 오씨에너지 대표, 17평 사무실에 담보 대출까지..회사 측 "재원 조달 가능"

박원익 기자 2016. 5. 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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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베누 서울 마포구 합정동 사옥 조감도. / 홈페이지 캡처
오씨에너지가 위치한 하남리빙텔 전경. / 다음 로드뷰 캡처
스베누 제품 이미지. / 홈페이지 캡처
오씨에너지 CI. / 홈페이지 캡처
오씨에너지 법인 등기. 자본금 규모와 본점 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 박원익 기자
오씨에너지 부동산 등기. 김범규 대표의 근저당권설정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 박원익 기자
2014년 12월 31일 기준 오씨에너지 재무상태표. / 나이스평가정보
오씨에너지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단위: 백만원, 퍼센트) / 나이스평가정보

토종 운동화 브랜드 스베누에 50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힌 유류 도매업체 ‘오씨에너지’의 김범규 대표가 본사 사무실을 담보로 5000만원 규모의 대출을 받은 사실이 1일 확인됐다.

오씨에너지의 법인 등기를 살펴본 결과, 이 회사의 본사는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작은 오피스텔이었다. 부동산 등기부 등본엔 “2013년 2월 1일 이 오피스텔의 소유권자가 오씨에너지로 이전됐다”고 나와 있다. 매매금액은 당시 실거래가 기준으로 1억5000만원. 오피스텔의 면적은 54.92㎡(16.6평)로 소형 아파트 크기다.

김 대표는 소유권 이전 1년 후인 2014년 3월에 한국외환은행과 근저당권 설정 계약을 체결했다. 사무실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대출금의 120~130%로 설정하는 채권최고액이 7200만원이라 대출금 규모는 5500만~6000만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오씨에너지의 최대주주(지분율 49%)인 김 대표는 올해 3월 7일 오씨에너지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500억원을 투자할 여력이 있는 회사로 보이지 않는다. 실체가 불투명하고 자금 유치 과정도 석연치 않다”며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 스베누 “500억 투자 유치”… 부활 신호탄?

오씨에너지는 지난 4월 15일부터 유통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날 스베누는 “유류 도매업체 오씨에너지로부터 5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황효진 스베누 대표이사가 사기 혐의로 논란에 휘말린 지 불과 3개월 만에 오씨에너지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스베누는 지난해 말부터 판매부진과 자금압박, 소송(273억원 규모) 등으로 어려움에 부닥쳐 있었다.

스베누 관계자는 1일 “제품 유통 전담 법인(스베누코리아)을 3월 말 설립했다. 신설 법인의 대표는 오씨에너지의 송현숙 부회장이 맡았다”고 했다. 이번에 유치한 투자금으로 그동안 불거진 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한다는 목표다. 하반기엔 부산에 연구·개발(R&D) 센터와 전용 공장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스베누 측의 기대와 달리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오씨에너지의 실체가 불투명하고 자금 유치 과정도 석연치 않다는 관측이다. 작년 9월 스베누는 “대형 투자회사로부터 곧 투자를 받는다”고 밝혔다가 번복한 전례가 있다.

◆ 17평 사무실에 근저당권설정까지… 오씨에너지 실체는?

가장 먼저 제기된 의문은 ‘오씨에너지는 어떤 회사인가’다. 패션·액세서리와 큰 관련이 없던 업체가 갑자기 등장, 거금을 투자했다. 연료·관련 제품 도매업체란 점 외에 알려진 내용도 거의 없다. 스베누 측은 “2006년 설립된 석유업계의 큰손”이라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법인 등기엔 오씨에너지가 2006년 3월 8일, 자본금 10억원(액면가 5000원, 20만주)으로 설립됐다고 나와 있다. 설립 후 증자 없이 자본금 10억원을 유지했다. 자본 총계도 15억원 수준(2014년 12월 31일 기준)이다. 외부에 500억원을 투자한 회사치곤 자기자본이 지나치게 적다.

부동산 등기부 등본을 살펴보면 의구심이 더 커진다. 앞서 언급한대로 오씨에너지의 위치는
경기도 하남시의 한 오피스텔이다. 지난해 매출 1900억원을 올린 회사라곤 믿기 어려운 정도다.

이 사무실마저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 500억원을 투자할 여력이 있는 회사의 대표가 고작 17평짜리 사무실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회사 설립 10년 동안 사업목적을 39개나 등록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석유류 판매업(도·소매)으로 시작해 2011년에 금융 관련업, 올해 3월엔 부동산 개발업, 의류·신발 제조, 유통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인터넷 방송사업부터 전자상거래까지 이것저것 안 건드린 사업이 없을 정도지만, 직원 수(2014년 결산재무제표 기준)는 7명뿐이다.

오씨에너지 관계자는 “하남리빙텔 9층에 있는 오피스텔 한 채를 사무실로 쓰고 있다. 500억원 투자 건은 대표이사의 결정이라 따로 얘기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오씨에너지의 사업부서인 오씨에너지캐피탈은 홈페이지에 수협중앙회와 거래하고 있다고 나와 있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오씨에너지캐피탈과는 작년 3월 계약이 끝났다”고 밝혔다.

◆ 현금성 자산 1300만원 불과… “투자금 유치 과정 석연치 않아”

오씨에너지의 재무 상태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적자 규모가 크고 현금성 자산이 부족해 500억원을 투자할만한 여력이 안 된다는 관측이다.

신용평가업체 나이스평가정보가 작년 7월 분석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2014년 말 기준 오씨에너지의 보유 현금은 1300만원에 불과하다. 2014년 한 해 1552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매출원가가 더 커 22억원의 손실을 보았다. 매출액 규모는 크지만, 결과적으로 손해만 본 셈이다.

2014년에만 단기 차입금이 11억원 늘었다. 전체 단기차입금 규모는 44억원에 이른다. 1년 내 갚아야 할 돈인 유동부채는 58억원으로 유동자산(42억원)보다 16억원이 많다.

부채비율(394.4%)은 동종업계 평균(223.3%)보다 171%포인트 높다. 이자보상배율(-8.3배)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수준이다. 나이스평가정보는 “오씨에너지의 상거래를 위한 신용능력은 보통 이하다. 거래 안정성 저하가 예상돼 주의를 필요로 하는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스베누는 지난해 오씨에너지가 199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으나, 영업손익과 당기순손익은 공개하지 않았다.

자금 유치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대표, 송 부회장과 황효진 스베누 대표 사이에 특별한 연결 고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적자에 허덕이고 소송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스베누에 어떤 인연으로 투자했는지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보통주로 투자했는지, 전환상환우선주나 전환사채 형태로 투자했는지 등 투자 세부사항도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고 했다.

스베누 마케팅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확한 투자 방식은 모르지만, 부산 공장 생산비 결제를 먼저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송현숙 부회장이 이미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양측의 합의로 투자 유치가 진행됐다. 스베누의 도약을 지켜봐 달라”고 했다.

송현숙 오씨에너지 부회장은 “이재선 스베누 경영대표와 인연이 있다. 투자 계약서를 작성했고, 합법적인 절차를 거쳤다.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몇 차례 나눠서 자금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무실은 작은 것은 사실이나 보이는 부분이 전부는 아니다. 충분히 500억원을 조달할 수 있다. 6월까지 스베누를 정상화할 것”이라고 했다.

송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은 스베누코리아의 자본금은 9억원이다. 한때 1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화려한 성공신화를 썼던 스베누(Sbenu, 슈즈의 S와 불멸의 새 베누의 합성어)가 부활의 날개를 펼 수 있을지 유통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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