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계에서 서서히 제기되는 친박계 해체 주장 "벼룩도 낯짝이 있어야"

김동현2 2016. 5. 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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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동현 이현주 기자 = 새누리당의 오래도록 주류 자리를 유지했던 친박계가 총선 참패를 통해 비틀거리고 있다. 친박 좌장인 최경환 의원의 반대 입장 표명에도 유기준 의원이 원내대표 도전을 공언하는가 하면 같은 친박계의 한선교 의원은 유 의원에게는 비난 조의 공세를 퍼붓고, 최 의원에게도 자중하란 일침도 내놓았다.

친박의 맏형 서청원 의원은 국회의장직 도전 포기를 선언하며 자중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 와중에 친박 핵심이었던 무소속 윤상현 의원은 당 내부의 부정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복당 허락만 떨어지길 기다리며 대기 중이다. 이 정도면 친박계의 자중지란을 넘어 선 수준이다. 해체 수순의 징조가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와 관련 수도권 중진 비박계 의원은 1일 뉴시스와 전화통화에서 "후안무치한 일이 연일 벌어지고 있는데 정말 자중자애 해야 한다"며 "국민들 보기에 볼썽사나운 모습만 보이고 있다"고 친박계 난맥상을 질타했다. 이 의원은 "벼룩도 낯짝이 있어야지, 친박계 행태는 그야말로 후안무치한 행태"라며 "아직도 왜 우리가 총선에서 참패했는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친박계를 벼룩에 빗대기까지 했다.

이같은 비박계의 친박 질타는 이제 해체 촉구로도 이어지고 있다. PK(부산·경남)지역의 한 재선 의원은 "최경환, 윤상현 이런 사람들이 다 이번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며 "친박계 내부에서 의견 일치가 안 되는데, 그냥 빨리 청산해야 한다"고 친박계 해체를 주문했다.

강원 지역의 한 의원도 "친박 의원들은 모두 2선 후퇴해서 당이 새로운 모습, 면모를 갖추는 데 일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는 당이 탈계파화 돼서 하나로 가야 하는 시기"라며 "탈계파를 하려면 그에 걸맞는 자기 희생이 있어야 한다"고 친박계의 공개적인 해체 선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총선에 출마했다 낙선한 이준석 전 비대위원도 최근 서울지역 낙선자 만찬 모임 뒤 뉴시스와 만나, "계파를 해체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며 "그 이상의 해법이 있을까 싶다"고 친박계 해체를 촉구했다. 이른바 '박근혜 키즈'로도 분류되는 이 전 위원은 특히 친박계가 총선 민의를 새누리당 참패가 아닌 3당 체제 확립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대해 "그렇게 받아들이면 발전이 없다. 더 회초리를 맞을 것"이라고 친박계 중심의 이같은 패인 진단은 출발점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비박계가 친박계의 공식 해체 선언까지 촉구하고 나서고 있지만 비박 대 친박의 전면전까지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닌 듯 하다. 아직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1년반 이상 남아 있는 데다 당내 친박계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는 현실적 이유에서다. 더구나 친박계를 해체하라고 공개 주장을 할 경우 이는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하거나나 탈당을 하라는 압박에 해당할 수 있어 여기까지는 아직 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박진영에서는 동요하는 친박계를 향해 하나 둘 해체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는 것은 다른 정치적 셈법이 있다. 이는 적어도 당직이나 국회직, 당권 등을 잡겠다고 욕심을 내지는 말라는 주문인 것이다.

그간 우리 정치사에서는 수많은 당내 계파가 명멸을 계속해왔다. YS의 상도동계가 김영삼 전 대통령 집권을 끝으로 사라졌고, DJ의 동교동계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임기와 운명을 같이 했다. JP의 청구동계도 자민련이 스러지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가야했다.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한 이들 계파의 운명은 보스의 정치적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퇴조한 것이다.

친박계라고 다르지 않다. 박 대통령의 힘이 빠질 수록 계파의 단결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금 그 징조가 나타나고 있고, 이를 비박진영에서 정치적으로 적절히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nyk900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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