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NO' 대학리그, 속앓이는 지도자와 선수 몫

손대범 2016. 5. 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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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손대범 기자] “답답하네요. 방법이 없을까요?” 요즘 대학농구리그 현장에 가면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대학 감독, 선수, 학부모, 심지어 프로구단 스카우트까지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농구계에서 이토록 일치된 의견이 나오긴 처음 같다. 그들이 답답해하고 있는 부분은 단 하나, 중계다. 2016 대학농구리그가 개막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TV를 통해 중계된 경기는 없었다. 인터넷 중계도 없다. 평일 오후 5시에 두 경기씩을 챙겨볼 수 있었던 지난 몇 년과는 다른 분위기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대학리그 중계를 위한 예산이 책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산을 편성하는 기관은 문체부다. 올 시즌에는 중계 효율성을 비롯한 여러 이유로 예산 편성을 불허했다. 예산을 가져와야 하는 주체는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다. 협의회 출범 이후 타이틀 스폰서 영업, 예산 편성 등 대학연맹이 해오던 역할을 떠맡았으나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다.

중계가 안 되다보니 피해는 고스란히 대학리그에 가고 있다. 출범 이후 대학리그는 꾸준히 중계가 되면서 팬들뿐 아니라 언론에도 대학생 선수들을 알릴 수 있었다. 올 시즌의 경우도 드래프트에 나오는 실력 좋은 4학년들이 많아 관심이 높았다. 중계를 통해 대학리그를 더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4학년들도 어필할 기회가 줄고 있다. 사실, 이종현과 강상재, 최성모(고려대), 최준용과 박인태, 천기범(연세대) 등은 익히 알려진 선수들이다. 이변이 없는 한 이들의 인지도는 큰 변함이 없을 것이다. 다만 중위권 대학의 4학년들, 혹은 2라운드 정도로 예상되고 있는 대학생들은 사정이 다르다. 조금이라도 더 어필해야 할 시점에서 그 기회를 잃은 셈이다.

‘현장에 와서 보면 된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매일 두 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프로팀 코칭스태프, 스카우트 입장에서는 한 경기는 버릴 수밖에 없다. “예년 같으면 한 경기는 나중에 인터넷으로 다시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그렇다고 전 경기를 다 촬영하기도 부담스럽다.

대학도 불만이다. 우선 중계가 안 되다보니 자체적인 전력 확인이 어려워졌다. 몇몇 학교는 일일이 촬영을 하면서 자신들의 경기를 분석하고 있지만, 최소 3~4대 카메라가 투입되는 중계에 비하면 퀄리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 쿼터 및 경기 막판에 나오는 애매한 판정을 정정할 만한 근거가 사라졌다. 실제로 개막전이었던 고려대와 연세대 전에서는 막판 판정을 놓고 양교간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세 번째로 앞서 언급했듯, 4학년 선수들이 노출될 기회가 줄었다. 어쩌다 프로팀 감독, 코치라도 오면 이 악물고 열심히 뛰어야 할 판이다. (이는 결국 프로팀과의 연습경기에서 무리를 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어필할 기회가 줄면 줄수록 연습경기에서라도 눈도장을 찍어야 하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다음 상대 팀에 대한 전력 분석도 힘들다. 이 와중에 타교 경기에 코치나 학생을 보내 전력분석을 하는 학교도 있지만, 늘 예산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대학팀 입장에서는 이 역시 쉽지가 않다.

모 학교는 “자체적으로 예산을 들여 우리학교 경기라도 인터넷에 중계를 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했다.

그렇다면 프로는 어떨까?

당장 대학 중계 영상이 없다면 ‘예비프로’를 위한 소스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한국농구연맹(KBL)이 자체적으로 영상을 촬영해 각 구단에 배급하는 방법도 문의해봤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문체부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예산 사용처를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다. 즉, ‘프로 돈은 오로지 프로를 위해서만’이라고 한 것이다. KBL은 국가대표팀을 위해서조차 예산을 쓰지 못하게 됐다. ‘미래의 프로’라는 명분은 있지만, 결국 이는 ‘아마추어’로 구분되기 때문에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형편이다.

모두가 답답해하고 있지만,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는 ‘일단 올 시즌은 NO’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대학생 선수들이 드래프트가 열릴 때까지 대중에 노출될 기회는 곧 개최되는 이상백배 대회, 여름에 열리는 프로-아마 최강전과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 정도만 남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모두가 참여하는 대회는 아니기 때문에 선수 네임 밸류에 따라 사정이 달라질 것이다.

프로팀과의 연습경기가 있긴 하겠지만, 온전히 대학 선수들이 눈길을 끌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에 이 역시도 확실한 기회라고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중계가 줄어든 만큼, 대학팀들은 무리를 해서라도 연습경기에 내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텐데, 돌려 생각해보면 이는 선수들을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무리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필자는 대학생들의 방학기간 동안 미국의 포츠머스 인비테이셔널 토너먼트(이하 PIT)같은 캠프라도 개최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을 하고 싶다. 60년 넘는 전통을 가진 PIT는 NBA 드래프트에 앞서 매년 버지니아 포츠머스에서 4학년 60여명을 대상으로 열리는 캠프다. NBA와 유럽 뿐 아니라 KBL에서도 ‘미래의’ 외국선수를 뽑기 위해 PIT를 찾고 있다. (크리스 다니엘스, 브라이언 던스톤, 리카르도 라틀리프, 조 잭슨 등이 PIT에서 처음 두각을 나타냈다.)

프로팀 감독들은 매년 대학생들을 받을 때마다 ‘기본기가 떨어진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드래프트 반 년 전에 미리 4학년, 혹은 3~4학년들을 대상으로 4~5일짜리 캠프를 열어 기량을 확인하고, 여기에 ‘클리닉’, 혹은 ‘원 포인트 레슨’ 개념을 더해 선수들이 더 준비해야 할 부분을 대학 지도자들과 함께 모색해보면 어떨까 싶다.

NBA도 드래프트에 앞서 드래프트 컴바인과 각종 워크아웃을 통해 신인 선수들이 대중에 노출되고 프로구단에 어필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 국내 대학선수들도 최소한의 기회는 더 얻어야 한다. 이는 분명 선수들의 동기부여나 리그 전체 질적인 발전에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진=유용우, 한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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