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TALK] 우주를 보는 눈..천체물리연구 신르네상스 시대 열린다

김민수 기자 입력 2016. 5. 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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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자별 상상도. 별이 진화한 뒤 마지막에 남는 것으로 크기는 작지만 밀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위키미디어제공
미국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의 ‘라이고 검출기’/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제공
감마선 폭발 상상도. 중성자별이 붕괴하거나 충돌할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굉장히 밝은 빛이 양쪽으로 뚫고 나오기 때문에 순간 포착하기 어렵다./UFFO-패스파인더 연구팀 제공
UFFO-패스파인더 국제공동연구팀. 한국 연구진을 주축으로 스페인, 대만, 러시아, 덴마크 연구진으로 구성됐다.

“13억 광년 떨어진 블랙홀이 충돌할 때 발생한 중력파를 세계 최초로 검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난 2월 11일 전 세계 1000여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고급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 라이고) 연구단’은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 이론’을 제시하며 100년 전 존재를 예측한 ‘중력파’를 처음으로 관측했다고 발표했다. 거대한 우주에서 티끌처럼 작은 별에 불과한 지구의 과학자들이 ‘머릿속’으로 존재를 예측했던 블랙홀 병합의 실체를 확인한 순간이었다.

중력파는 2개의 블랙홀이 합쳐지거나 거대한 질량을 지닌 천체가 충돌할 때 중력이 우주공간으로 물결처럼 퍼져 나가는 파동이다. 이번에 관측한 중력파는 빛의 속도로 13억 년이나 날아가야 하는 거리에 있는 거대 질량 블랙홀끼리 합쳐지는 ‘찰나’에 나온 것이다. 과학자들은 우주를 보는 새로운 창이 열렸다고 환호했다. 지금까지 빛이나 전파를 통해서만 우주를 관측해 왔다면 중력파라는 새로운 관측 수단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중력파가 관측되고 두 달을 조금 넘긴 4월 28일 러시아의 보스토치니 발사장에서 위성 ‘로모노소프’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로모노소프는 ‘감마선 폭발’을 관측할 수 있는 우주망원경 ‘UFFO-패스파인더’를 싣고 우주로 떠났다.

감마선 폭발은 ‘중성자별’이 붕괴하거나 서로 충돌할 때 발생하는 천체 현상으로 극히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나기 때문에 순간을 포착하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UFFO-패스파인더는 우주 천체에서 일어나는 이벤트 중 가장 강도가 센 감마선 폭발의 찰나를 관측하는 게 목표다.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의 충돌, 병합으로 발생하는 중력파나 감마선 폭발은 이론적으로만 존재했다. 이들을 관측하면 해당 천체의 질량이나 회전 같은 기본적인 물리량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우주가 생겨날 당시의 별의 생성과 진화, 우주 초기 천체 특성을 연구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무엇이 우주를 팽창하게 만드는지, 우주가 언제 종말을 맞을지에 대한 단서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라이고 연구단의 중력파 검출기인 ‘라이고 검출기’와 UFFO-패스파인더는 거대한 우주 현상을 예측하는 데만 그친 ‘맹인’에 가까웠던 인류가 새롭게 장착한 ‘우주를 보는 눈’이다. 천체 물리 연구의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된 것이다. 특히 중력파와 감마선 폭발 연구에 한국인 과학자들도 역량을 발휘하고 있어 이들의 향후 행보에 국내 과학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 3년 뒤 더 강력해지는 ‘라이고’

세계 최초로 중력파 관측에 성공한 라이고 연구단의 검출기는 현재 장비 조정작업을 거치고 있다. 라이고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과 워싱턴주 핸퍼드에 있다. ‘기역’자 형태로 4km 길이의 진공 터널 2개를 연결한 뒤 터널 끝에 거울을 붙이고 레이저를 쏴 우주에서 오는 미세한 중력파를 감지한다. 라이고는 이르면 오는 8월부터 새로운 중력파 탐지에 나서게 된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의 이형목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라이고의 실질적인 업그레이드는 3년 뒤인 2019년 완료될 예정”이라며 “레이저 강도를 올리는 방식으로 업그레이드되면 중력파를 감지할 수 있는 감도가 3배, 중력파 관측 빈도는 27배 높아진다”고 말했다.

라이고의 성능이 높아지면 현재보다 더 자주 중력파를 관측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러 개의 천체 현상에서 발생하는 다수의 중력파 관측에 성공해 연구 데이터가 쌓이면 그만큼 우주 진화의 실마리를 찾는 데 한발 더 다가서게 된다.

◆ 천체 진화 연구 보완하는 감마선 폭발 관측

28일 우주로 올라간 UFFO-패스파인더 우주망원경은 중성자별이 붕괴하거나 중성자별끼리 충돌할 때 발생하는 ‘감마선 폭발’ 찰나에 나오는 섬광을 포착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관측 장비다.

블랙홀과 중성자별은 천체가 생기고 사라지는 진화 현상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블랙홀은 질량이 무거운 별이 진화를 마친 뒤 중심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중력을 이기지 못해 수축하면서 만들어진다. 블랙홀 내부에서는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중력파’가 아니고서는 광학망원경이나 전파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없다.

중성자별 또한 질량이 무거운 별이 진화를 마친 뒤 마지막으로 남는 별 중 하나다. 질량은 태양 질량의 최대 2배이지만 크기는 직경 20km 내외인 작은 별이다. 밀도가 매우 높아 고작 1cc의 부피가 북한산 전체의 질량에 맞먹는 질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별은 질량과 화학적 조성에 따라 블랙홀과 중성자별로 진화한다고 여겨진다. 이 중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10배 이상이 돼야 생겨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력파는 블랙홀이 충돌하거나 병합할 때, 또는 중성자별끼리 충돌할 때 나온다. 그에 비해 감마선 폭발 현상은 블랙홀 병합시에는 나오지 않는다. 감마선 폭발은 중성자별끼리 충돌할 때만 나타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지만 아직 그 정체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중성자별끼리 충돌할 때 생기는 감마선 폭발시에는 중력파뿐만 아니라 X선, 감마선, 가시광선 등 전자기파가 모두 나오는데 UFFO-패스파인더 우주망원경은 전자기파를 측정할 수 있다. 중력파 관측 외에 감마선 폭발을 확인할 수 있는 전자기파를 추가로 관측할 수 있는 것이다.

UFFO-패스파인더 연구를 주도한 박일흥 성균관대 물리학부 교수는 “중력파 관측시 다양한 전자기파도 동시에 관측할 수 있다면 보다 완벽하게 감마선 폭발 현상을 규명할 수 있게 된다”며 “미 항공우주국(NASA)의 감마선 폭발 관측 위성인 ‘스위프트(Swift)’가 감마선 폭발 지점 파악 후 1분이 지난 뒤에야 관측이 가능했다면 이번에 우주로 보내진 UFFO-패스파인더는 1초 이내에 폭발 지점을 관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UFFO-패스파인더는 약 두달 간의 위성 및 장비 테스트를 거친 뒤 본격적으로 감마선 폭발 관측에 나선다.

이형목 교수는 “UFFO-패스파인더가 감마선 폭발 때 나오는 여러 광학적 현상(X선, 감마선, 가시광선 등)을 1초 이내에 포착할 수 있는 유일한 장비”라며 “다만 감마선 폭발 때 나오는 광학적 현상은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중력파와는 달리 한 방향으로만 나오기 때문에 확률적으로 관측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 우주 탄생 연구에 한국인 과학자 역할 커져

중력파와 감마선 폭발이라는 천체 현상을 관측하고 우주의 신비를 풀어내기 위한 연구에 한국인 과학자들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먼저 중력파 관측을 위한 ‘라이고 연구단’에는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부산대 등의 과학자 20여명이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을 꾸려 참여하고 있다. 이형목 교수(사진)가 연구 단장을 맡고 있다.이들은 라이고가 관측한 방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지진 등에서 발생한 잡음(노이즈)과 중력파를 구분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감마선 폭발을 관측하는 UFFO-패스파인더 개발은 한국 연구진이 주도했다. 박일흥 성균관대 교수를 주축으로 25명의 연구진이 참여해 스페인, 대만, 러시아, 덴마크 연구진과 국제공동연구팀을 구성했다. 삼성전자 ‘이미징센서’ 개발자들이 힘을 보태 감마선 폭발 초기 섬광을 촬영하는 전자 광학카메라를 개발했으며 생산기술연구원은 망원경의 구조물을, 연세대 연구진은 망원경 설계를 맡았다.

박일흥 교수는 “UFFO-패스파인더 우주망원경은 우리나라 연구진이 처음으로 우주 분야 국제 공동연구팀을 결성, 주도한 연구 성과로 NASA도 하지 못하고 있는 감마선 폭발 초기 순간을 관측하게 될 것”이라며 “초기 우주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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