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男 "육아휴직 신청했더니 희망퇴직 권유", 현실은..

이미영|이슈팀 이건희 기자|기자 입력 2016. 5. 1.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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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더이슈 - 육아휴직③] 남자육아휴직 기업별 1명 남짓..고용불안·인식 개선 필요

[머니투데이 이미영 기자, 이슈팀 이건희 기자] [[이슈더이슈 - 육아휴직③] 남자육아휴직 기업별 1명 남짓…고용불안·인식 개선 필요]

/사진제공=http://letscc.net

최근 TV 프로그램에 아이들과 함께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람은 '아빠'다. 아이들은 아빠와 나들이를 하며 즐거워하고, 엄마없는 24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아직 미혼인 남성 아이돌도 아이들 돌보기에 나섰다. 마치 '남성'의 육아가 일상화가 된 듯한 느낌마저 받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빠와 함께하는 육아프로그램이 남녀의 동등한 육아분담에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시간적 여유가 많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아빠가 아이를 돌보는 이른바 '황제육아'는 보편화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명훈 아빠육아휴직운동본부대표는 "처음에는 아이들을 돌보는 방송 프로그램이 아빠들의 육아참여를 독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실과 차이가 많이 나 오히려 일반인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남성육아휴직 제도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공기업, 대기업의 일부 소수 남성이 육아휴직 제도를 이용하는 상황이 부각되면서 실질적인 제도개선이나 지원책에 대한 관심은 외면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남성들에게 육아휴직은 여전히 생소하다. 고용노동부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293개 사업체를 조사한 결과, 평균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비정규직 0명, 정규직 0.5명, 300인 이상 업체의 정규직 1.3명이었다.

안정적인 직장을 확보한 남성들조차도 육아휴직을 회사에 요청하면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는다. 서명훈 아빠육아휴직운동본부 대표는 "통계를 보면 남성 육아휴직자가 대부분 공공기관과 일부 대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이라며 "상담전화를 거는 대부분의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원활하게 신청하지 못해 문의를 한다"고 밝혔다.

2009년 공기업에 재직 중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갈등을 빚어 퇴사한 서 대표는 "아직도 사람들은 남성 육아휴직이 보편화되지 못한 것에 주목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기업에 다니는 A씨(36)도 최근 육아휴직을 원했다 회사로부터 희망퇴직 권유라는 된서리를 맞았다. 그는 "최근의 정부 통계 기사를 보고 용기를 내 육아휴직을 신청했지만 상사로부터 사직을 권유받았다"며 "아직까지 남자 육아휴직은 먼 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남성들의 육아휴직에 대한 거부감도 무시하지 못한다. 직장 경력에 대한 불안감, 복귀 후 받을 수 있는 불이익, 육아에 대한 교육 부재 등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난해부터 육아휴직 기간인 50주 중 일부를 아빠가 사용할 수 있게 제도를 바꾼 영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부부가 나눠쓰는 육아휴직을 이용한 남성은 1%에 불과했다. 대체로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불안과 육아 자체에 대한 부담이 그 이유로 꼽혔다.

유해미 육아정책연구소 팀장은 "선진국의 경우 여성이 육아휴직을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단계가 된 후 남성의 육아휴직으로 발전했다"며 "국내에서는 여성·남성 육아휴직제도 활성화가 함께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를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 제도', 기업의 지원 확대 유도 등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육아휴직이 본연의 목적으로 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도 주목해야 한다.

2013년 한국노동연구원의 육아휴직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기계발 또는 단순 휴식을 위해 육아휴직을 활용하겠다는 남성의 비율이 29%에 달했다.

송유미 대구사이버대학교 교수는 "아직까지 육아에 대한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업의 노력과 조직문화도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남성 육아휴직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보편화되기 위해서 가야할 길이 먼데 남성육아휴직 성과를 보여주며 이를 부각시키는 것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미영 기자 mylee@mt.co.kr, 이슈팀 이건희 기자 kunhlee9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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