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대기업은 마음놓고 쓴다고요?"

이미영|이슈팀 이건희 기자|기자 2016. 5. 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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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더이슈 - 육아휴직①] 휴직기간 길수록 직장유지율 급감..여전히 '출산휴가만'

[머니투데이 이미영 기자, 이슈팀 이건희 기자] [[이슈더이슈 - 육아휴직①] 휴직기간 길수록 직장유지율 급감…여전히 '출산휴가만']

/사진=tvN 드라마 '미생' 방송화면 캡처

#대기업에 다니는 오모씨(33·여)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업무에 매진했던 재원이었다. 하지만 입사 8년만에 그는 사원증을 반납해야만 했다. 더이상 회사생활을 이어나갈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씨의 직장 생활은 아기가 생긴 후 달라졌다.

아이가 3명인 오씨는 출산할 때마다 육아휴직을 썼다. 힘들게 갓난아기를 돌보다 회사로 복귀할 때면 상사도 동료들도 ‘잘 쉬었냐’며 인사치레를 했다. 아이를 돌보기 위해 ‘칼퇴’를 해야했지만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유행이 자주 바뀌는 IT업계에 있다보니 업무 공백기가 길어질수록 일에 적응하는 속도도 느려졌다. 공백기를 메꾸기 위한 회사 차원의 배려도 없었다. 결국 오씨는 셋째를 낳고 난 후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 일에 욕심이 누구보다 많았던 터라 너무 아쉬웠다.

출산을 장려하는 정부 대책은 해마다 늘고 있다. 급기야는 남자들의 유아휴직을 장려하는 움직임도 생겼다. 하지만 ‘워킹맘’들은 이런 상황이 불편하기만 하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직장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지원이 아직도 한참 모자라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육아휴직은 쉽게 얻은 엄마들의 권리가 아니다.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이 개정돼 무급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육아휴직제도는 수차례 개정을 거쳐 2011년 휴직자가 통상임금의 40%(상한 100만원, 하한 50만원)를 매달 받을 수 있는 제도로 바뀌었다.

하지만 제도에 비해 현실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14년을 기준으로 출산 전후 휴가를 사용한 여성 근로자 10명 중 4명은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았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이모씨(37·여)는 “아직까지도 3개월인 출산휴가만 쓸 뿐 육아휴직은 쓰지 않고 회사에 복귀하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육아휴직이 보장되고 있는 대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내 최대 규모의 카드사에 다니면서 1년간 육아휴직을 쓴 후 최근 퇴직한 김모씨(33·여)는 “육아휴직이 자유롭다고 해서 이후 직장생활도 원활한 게 아니다”며 “인사고과, 부서배치 등 신경쓰이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씨의 경우 육아휴직 기간동안 인사고과에서 모두 C+(중하 점수)를 받았다. 김씨는 “솔직히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낮은 고과를 받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그러나 고과를 메꾸기 위해 몇 배로 노력해야 하는데 이 모든 게 개인의 몫으로 돌아오는 건 힘들었다”고 푸념했다.

오씨나 김씨처럼 육아휴직을 쓴 후 직장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는 숫자로도 이미 증명됐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여성 근로자들의 육아휴직 기간이 6개월 미만이면 직장복귀율은 90%에 육박했다.

하지만 6개월에서 1년을 사용한 경우 복귀율은 70%대로 낮아졌고 1년 이상 쓴 경우 절반 정도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직장유지율도 육아휴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낮아진다. 1년 이상 육아휴직을 한 여성들의 절반 이상은 복귀해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회사를 다시 떠났다. 결과적으로 1년 이상 육아휴직을 한 여성들 10명 중 2명만 회사에 남았다.

김씨는 “회사에 복귀해도 어린아이를 돌보기 위해선 업무 외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이 필요하다”며 “회사에선 그동안 쉬었으니 실적을 내기 바라지만 여건이 안돼 괴로운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도만 갖춰놓고 육아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을 지적한다. 송유미 대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를 제대로 돌보기 위해선 최소 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육아휴직을 1년 준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게 없다”고 했다.

기업 차원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돌아온 직원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고용노동부의 육아휴직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중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직원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8.2%에 불과했다.

통계청이 2015년 발표한 주요 기업 및 기관 1500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직장내 보육시설을 갖춘 곳은 17.1%에 머물렀다. 유해미 육아정책연구소 팀장은 “육아휴직 제도가 어느 정도 정착단계에 있지만 육아휴직 사후 관리에 대해선 아직 지원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이미영 기자 mylee@mt.co.kr, 이슈팀 이건희 기자 kunhlee9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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