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야 할 곳은 여긴데.." 학대에도 쉬쉬하는 노인들

박세은 2016. 5. 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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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해 만 건이 넘는 노인학대 신고가 접수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피해자는 덮으려 하고 가해자는 숨기려 하기 때문인데요.

현장을 황보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사]
어르신을 학대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된 경기도 부천의 한 집을 찾아가봤습니다.

자식 부부가 할머니를 때리고 못살게 군다는 겁니다.

[노인학대 조사원 : 정강이나 이런 쪽에 위해를 가한 적도 있었고 최근에 가서 봤을 때는 TV가 부서져 있었고 (주변 사람들 말로는) 방바닥에 칼로 찢은 흔적이 있다. 금붕어를 키우고 있었는데 창밖에 던졌다.]

동네에는 이미 소문이 자자합니다.

[동네 주민 : 날마다 싸워요, 날마다. 지겨워 죽겠어요.]

경찰도 몇 번이나 다녀갔지만 할머니는 결국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노인학대 조사원 : 신고했는데 이후에 학대 행위자가 계속 학대하고 전혀 해결이 안 되고 남겨지는 것들. 해결이 안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있으신 것 같아요. 주변에 알려졌을 때.]

특히 가정 내 학대인 경우, 생명의 위협을 느낀 후에야 세상에 알려지는 게 현실입니다.

아들에게 심한 학대를 당한 80대 할아버지.

점점 거칠어진 아들이 폭행을 일삼았고 흉기까지 들고 달려들었습니다.

[노인학대 피해자 : 욕지거리하고 말대꾸하고 나도 짜증이 나서 뭐라고 하면 아들이 칼 들고 와서 죽인다 이런 식으로 한 거예요.]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학대가 더 심해질까 걱정하기 때문에 외부로 알리는 건 엄두도 못내는 노인들이 많습니다.

백년해로를 굳게 약속한 배우자에 의한 학대도 많았습니다.

우리는 남편을 피해 한 보호시설에 숨어 지내는 75살 박민자 할머니를 어렵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옥 같은 집에서 탈출한 뒤 한 달 남짓.

다행이도 할머니는 이제 많이 기운을 차린 모습입니다.

[노인학대 피해자 : 일주일에 한 번 상담 오시면 속에 있는 말을 하라고 해서 말도 하고...]

하지만 지금도 눈만 감으면 악몽 같은 기억들이 불쑥 불쑥 떠오릅니다.

[노인학대 피해자 : 갑자기 자다가 폭행을 당했죠. 솜이불을 씌워놓고 발로 차고 그래서.]

난데없이 날아드는 남편의 매질.

불편한 다리도 구부러진 허리도 모두 그때의 상처입니다.

[노인학대 피해자 : 발로 차서 다리도 지금까지 잘 오므리질 못해요. (다른 사람과 얘기 중인데) 나오라고 해서 나가니까 나를 마당에 내던져서 발로 차고. 그때 허리가 부러졌나 봐요. 뼈가 부서진 걸 뺐다고 그러더라고, 뼛조각을.]

매번 사소한 말다툼에서 시작되는 매질은 점점 심해졌지만 다른 사람들은 눈치조차 채지 못했습니다.

[노인학대 피해자 : 누가 보면 잉꼬부부라 그러지]

자살을 시도한 적도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노인학대 피해자 : 내가 몇 번 시도했죠, 옥상 가서도 해보려고 했고 잠 안 오는 약도 많이 먹어보고... 막걸리 먹고 뭘 먹으면 죽는다는데 안 죽어지더라고...]

잠시나마 상처를 잊고 지내온 할머니는 요즘 마음이 다시 불안해졌습니다.

무한정 시설에만 머물 순 없기 때문입니다.

[노인학대 피해자 : 지금 어떻게 해야 하나... 그래서 지금 밤에도 잠을 못 자고 그러는데...]

가해자가 자식이거나 배우자였을 때 학대로 판정된다고 하더라고 가족 중 누군가는 가해자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냥 묻고 가는 경우도 다반사.

학대를 당한 노인 혼자 속울음만 삼킨다는 얘기입니다.

[기자 : 폭행당하실 때 신고할 생각은 안 하셨어요?]

[노인학대 피해자 : 절대 안 했어요. 나 혼자만 없으면 여러 사람이 편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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