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으로] "마약성 양귀비 씨앗이군요" DNA 검사로 세관서 딱 걸려

서복현.문병주 입력 2016. 5. 1.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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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수사' 시대대검·국과수·관세청 등 14곳 공조동식물 DNA 1억8000만 개 등록가짜 한우, 무허가 한약재 빨리 판별사건 용의자 범행 여부도 쉽게 파악

수사 분야에도 ‘빅데이터’ 시대가 왔다. 사람의 지문·DNA를 통한 범인 특정을 ‘최첨단 수사’라고 부르는 것은 옛말이 돼 간다. 앞으로는 동식물과 미생물의 DNA 빅데이터, 국민 목소리 빅데이터까지 수사에 활용된다. ‘데이터 수사’의 시대, 완전 범죄의 땅은 더욱 좁아진다.

2014년 8월 국제우편물을 검사하던 세관 직원들은 멈칫했다. 최모씨 앞으로 보내진 우편물에서 각종 씨앗을 발견했다. 씨앗은 각기 다른 18개의 봉투에 담겨 있었다. 마약성 양귀비로 강하게 의심됐다. 하지만 참깨보다 작은 씨앗을 보고 양귀비라고 단정하기 어려웠다. 이 씨앗들은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법생물감정실에 보내졌다. DNA를 분석한 결과 15개 봉투에 담긴 씨앗이 양귀비 씨앗으로 판명 났다. 나머지 3개의 봉투 중 2개에는 화훼용 양귀비 씨앗이, 다른 하나에는 수레국화의 씨앗이 든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는 마약 혐의로 입건됐지만 초범임을 감안해 기소유예 처분됐다.

2013년 10월 청주지검 조사실에서는 한약제조사이자 약사인 김모(62)씨와 검사 간의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김씨는 2011년부터 2년 동안 다이어트 한약이라며 ‘OO환’을 제조해 판매했다. 검사는 무허가 의약품 판매 혐의를 추궁했다. 하지만 김씨는 “처방전 없이 약사가 제조할 수 있는 100가지 처방 중 하나인 ‘방풍통성산’을 제조해 ‘OO환’ 이름으로 팔았을 뿐”이라고 맞섰다. 대검 법생물감정실은 약재의 DNA를 분석했다. 대검이 수사 목적으로 한약재를 분석한 최초의 사례였다. 결과는 명쾌했다. ‘방풍통성산’ 제조에 쓰여야 할 ‘대황’은 빠져 있고 건강식품에 쓸 수 없는 ‘방기’라는 약재가 쓰인 것이 드러났다.

가짜 한우 판매업자 적발에도 DNA 분석이 활용된다. 지난해 명절을 앞두고 단속이 소홀한 특정 요일에만 저가의 한우를 판매해 온 업주가 검찰에 적발됐다. DNA 분석 결과 그가 판 쇠고기는 국내산 한우이기는 했지만 축산물이력제에 따라 등록된 식별번호와 맞지 않는, 육질 수준이 높지 않은 나이 많은 소에서 얻은 것이었다.

동식물 DNA 분석으로 해당 생물의 종을 확인해 사건을 해결한 사례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 애로가 많았다. 국내에 동식물의 DNA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씨의 ‘양귀비 씨앗’ 사건에서도 이런 한계가 드러났다. 대검은 DNA 분석을 통한 마약성 양귀비 판별에 탁월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에는 특허 등록까지 했다. 하지만 18개의 봉투 중 하나에 든 것이 수레국화 씨앗이라는 것을 밝히기는 쉽지 않았다. 당시 한국에는 수레국화의 DNA 정보가 없어 해외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유사 식물의 DNA 정보로 수차례 대조 작업을 해야 했다.

김씨의 무허가 다이어트 한약 수사 때에는 ‘대황’의 DNA 데이터가 없어 애를 먹었다. 대검 법생물감정실 오혜현 보건연구관은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한국한의학연구원에 표본으로 쓸 대황이 있다는 걸 알고 함박눈을 뚫고 대전까지 갔다. DNA 데이터가 있었다면 일주일 안에 끝날 분석이 70일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대검과 유관기관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식물과 미생물의 ‘DNA 바코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지난 22일에 활용이 시작됐다. 범죄와 관련된 동식물이나 미생물의 DNA를 등록된 데이터베이스에 대입하기만 하면 그 종을 쉽게 식별할 수 있다. 해외 유전 정보 데이터베이스인 ‘젠뱅크(GenBank)’의 DNA 바코드 1억8000만 개와 한국의 자생식물 등 약 5600종의 DNA 정보 3만 개가 등록됐다.

개통된 DNA 데이터에는 국내에 서식하는 노루나 삵 등의 짐승에서부터 살모사·실뱀 등도 포함됐다. 대검 김성민 DNA감정관은 “이들 동물의 DNA는 ‘로드킬 당하기 쉬운 동물’의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다. 범행에 쓰인 차량에 피가 묻었는데 용의자가 동물을 친 흔적이라고 주장하면 등록된 DNA를 대조해 그 진위를 빨리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스템에는 DNA를 채취한 동식물의 서식 지역과 그 생물의 이미지가 담긴 구글 자료도 링크돼 있다.

DNA 바코드 등록에는 한국법생물연구회에 가입된 14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대검찰청·국립과학수사연구원·관세청·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농림축산검역본부·농산물품질관리원·축산물품질평가원·해안경비안전교육원·생물자원관·농업과학원·산림과학원·수산과학원·원예특작과학원·한의학연구원이 해당 기관이다.

| “살인 등 강력범죄 해결에 활용
인공지능 알고리즘도 도입 계획”

이들 기관은 DNA 바코드를 등록하거나 활용할 수 있다. 형진휘 대검 과학수사2과장은 “데이터 검색을 위해 장차 인공지능을 활용한 알고리즘도 도입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동식물 DNA 분석을 부정식품 단속과 마약 사건 수사에 주로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생물의 DNA 분석으로 해당 종을 특정해 살인 등 강력사건을 해결하고 있다. 1992년 5월 미국에서 ‘팔로 베르데’ 나무 근처에서 여성이 나체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한 트럭 운전사를 용의자로 특정했지만 그는 “그녀가 히치하이킹을 해 태워줬을 뿐”이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그의 차에서 발견된 씨앗 두 개의 DNA를 분석해 사건 현장의 ‘팔로 데르데’ 나무와 같은 종임을 확인했다. 그는 1급 살인죄를 선고받았다.

| 한국인 표준 음성 DB도 연내 구축
‘그놈 목소리’ 찾는데 큰 도움될 듯

대검찰청은 ‘한국인의 표준 음성’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하고 있다. 대검찰청 과학수사부는 2014년부터 한국인의 목소리 샘플을 수집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충청·경상·전라도 등의 방언 지역권에서 성별·연령별 목소리를 확보해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이다. 같은 사람의 목소리라도 3개월 단위로 반복 녹음해 오류를 줄이고, 일상 발언과 낭독 형태의 발언 등 발화 스타일도 구분해 정보를 축적하고 있다. 이후 음성학적 검증을 통해 유형별 목소리의 객관성도 확보할 계획이다.

대검은 이 작업으로 보이스피싱·유괴 사건·테러 협박 등 ‘얼굴 없는 범죄’에서 용의자 출신·지역·나이 등을 추정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91년 발생한 이형호군 유괴 사건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이 사건은 “애를 살리고 싶습니까”라는 범인의 협박 전화 속 목소리만 남은 채 공소시효가 만료돼 영구미제 사건이 됐다. 범인의 출신지나 연령도 특정하지 못했다.

대검 관계자는 “한국인 3000명의 목소리를 수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올해 말께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이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농협조합장 부정선거, 지폐 지문서 증거 찾아내

‘강압 수사’ ‘쌍끌이식 수사’와 같은 검찰의 구시대적 행태가 크게 줄어든 데는 ‘과학’의 기여가 있었다.

검찰은 디지털포렌식(Digital Forensic)이라는 기법을 수사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PC·휴대전화 등에 남아 있는 디지털 정보는 물론 유전자(DNA)·지문·핏자국 등 범행과 관련된 증거를 확보하는 수사 기법으로까지 확대돼 왔다. 2008년 대검찰청에 설치된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는 휴대전화 기록부터 e메일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삭제된 데이터를 복원함은 물론 지폐나 편지에서 지문을 찾아내 혐의자들을 색출하는 기술까지 갖췄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는 사고 해역에서 발견한 휴대전화에서 당일 오전에 학생들이 보낸 ‘배가 한쪽으로 기울었는데 계속 가만있으래’ 등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복원하면서 이를 수사와 재판 증거로 사용할 수 있었다.

2013년 이석기(54)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지하혁명조직(RO) 모임에서 한 강연 내용을 담은 증거를 놓고 법정에서 위조 공방이 일었을 때 검찰은 위·변조가 있을 경우 나타나는 녹음파일의 주파수 변화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면서 유죄판결을 이끌어냈다. NDFC의 특허 기술이 동원됐다.

4·13 총선 이후에는 전국의 검찰청에서 지문 감식을 해달라는 의뢰가 잇따르고 있다. 지폐에 남은 지문을 통해 부정선거 사범을 잡기 위해서다. 실제로 지난해 안동지청에서는 한 농협조합장의 선거 관련 금품 제공 사건을 수사했는데 돈을 건넨 사람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 수사가 고비를 맞았을 때 NDFC가 5만원권 지폐 8장에서 공여자의 DNA 정보를 추출해냈다. ♦ ‘DNA 바코드’란 = DNA는 염기의 수나 배열순서가 같은 종끼리는 거의 유사하지만 다른 종과는 뚜렷하게 차이가 난다.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부위를 ‘DNA 바코드’라고 지칭한다. 이 바코드는 A, T, G, C 4개의 염기 조합이 나열되는 방식으로 표현된다. 동물은 650개의 염기 배열 순서로, 식물은 500개 이하의 염기 배열로 종을 식별한다. ex) 이엽우피소의 기준 DNA 바코드: ATAATTTCCCTCTAGACCTAGCTGCTATAGAAG….
서복현·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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