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문 닫고 11주..입주기업들은 지난 11주를 어떻게 보냈나

최예슬 기자 2016. 4. 30.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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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먹어도 취하질 않더군요. 한 달 동안 정말 힘들었습니다.”

지난 2월 10일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된 지 벌써 세 달이 다 돼 간다. 개성에서 제조업을 하던 A사 대표는 지난날을 이렇게 회상했다. 이제는 제법 덤덤해졌다고 한다. 그는 어떻게든 회사를 살리기 위해 이리 저리 뛰어다니느라 바쁘다. A사는 다행히도 국내에 공장을 갖고 있다. 개성에 있던 공장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급한 대로 올해를 잘 넘기기 위해 노력 중이다. A사 대표는 “지난해부터 매출이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라 올해 기대를 많이 했는데 아쉽다”며 “올해 이렇게 되면 내년에는 매출이 분명 바닥을 칠 테고 은행권에서 압박이 들어올 것 같다”고 말했다. A사는 2013년 개성공단이 6개월여간 문을 닫았을 때 부채율이 400%로 치솟았다. 지난해부터 매출이 늘어서 이를 갚아나가고 있었지만 또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A사 대표는 “가장 힘든 것은 20, 30년 동안 함께 해 온 직원들을 어떻게 계속 데리고 가야 할지 막막한 점”이라며 “현재 인원의 3분의 1가량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섬유업체인 B사의 대표는 개성공단을 나오고 얼마 후 과도한 스트레스로 응급실에 실려갔다. 두 달이 지나도 그는 아직 병원을 다니고 있다. B사는 국내에 공장이 따로 없어서 이번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B사 대표는 40년 넘게 고급 브랜드의 섬유를 만들어왔지만 이제는 사업을 접어야겠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했다. 그는 “내가 스트레스로 아파서 병원 신세를 지니까 자식들이랑 아내가 이제 그만하라고 뜯어 말리더라”고 전했다. 개성공단에 입주해있던 침구류 업체 C사 대표는 지난 2월 10일 이후를 “한 마디로 멘붕(멘탈 붕괴)”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빨리 정상적으로 물건을 생산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대체 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해외도 여러 번 갔다 왔다. 그는 “우리 회사는 개성에 들어간 지 10년 만인 지난해에 처음으로 흑자를 봤는데 문을 닫았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어 그는 “개성공단 문 닫는 거야 정부 정책이니 이해할 수 있지만 사후 시스템이 없는 게 가장 속상하다”며 “위기에 대한 (정부의) 매뉴얼이 없는 게 가장 한탄스럽다”고 토로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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