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용하려면 돈 내라"..3D 업종, 인력 수혈 '막막' 세금 부담 '팍팍'

최예슬 기자 2016. 4. 30.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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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기피하는 ‘3D(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직종)’인 제조업 현장은 만성적 인력난을 겪고 있다. 외국인근로자로 부족한 인원을 채우고 있지만 정부가 앞으로 외국인을 고용하는 기업에 ‘고용부담금’을 매기겠다고 나서면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소제조업체 A사는 무거운 금속을 나르는 등 힘든 작업이 많아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았다. A사는 200인 규모의 사업장이었지만 외국인을 더 고용하기 위해 사업장을 네 개로 나눴다. 외국인근로자는 업체 규모에 따라 정부가 허용한 만큼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A사는 200인 규모의 사업체일 때보다 2배 가까이 더 많은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게 됐다. 세무조사에서 적발되면 벌금을 내야 하지만 인력난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기로 했다. 무거운 장비를 나르는 작업이 많은 경기도 소재의 제조업체 B사는 직원 60명 중 15명이 외국 인력이다. 정부에서 정한 한도의 최대치로 외국인을 고용했지만 B사는 아직도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처럼 중소제조업체들은 외국인을 고용해 인력을 수혈하고 있지만 정부 행정은 딴판으로 흘러가고 있다.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 정부부처는 지난해 12월 ‘2016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외국 인력을 고용하는 기업에 ‘사업주 고용부담금’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인근로자를 과도하게 고용하는 것을 방지하고 관리·체류비용 등 사회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였다. 구체적인 시행 계획은 올해 하반기쯤 정해진다. A사 관계자는 “외국 인력 고용부담금이야말로 말도 안 되는 탁상행정”이라며 “규제 푼다더니 또 규제 만드는 꼴”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외국 인력도 최저임금, 숙식비 챙겨주면 국내인력과 임금 차이가 거의 없다”며 “업무 지시가 편한 국내 인력을 우리도 선호하지만 없으니까 못 쓰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경남 창원 소재 C사 대표는 “정부가 현장 인력 상황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며 “외국인근로자는 가뜩이나 이직이 잦은데 고용부담금 내고 근로자가 나가버리면 기업 입장에서는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조업계에서는 외국인력 고용부담금이 도입되면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외국인근로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93만8000명이다. 김해지역 공단에서는 외국 인력이 없으면 공장의 30%가 가동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국내 인력보다 값싼 외국 인력을 지나치게 선호한다거나 외국인을 위한 사회지원서비스 비용이 드는 문제 때문에 고용부담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외국인근로자를 위한 사회지원서비스 비용의 규모를 제시하지 못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는 파악한 게 없다”고 말했다.

임금이 싼 외국인근로자가 국내 인력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정부의 우려 역시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774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국인력 신청 및 활용 애로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근로자 1인당 평균 인건비는 국내 인력보다 19.9% 많은 192만1000원이었다. 잔업수당이나 숙식비 등 간접 인건비가 들기 때문이다. C사 대표는 “최저임금이 외국인근로자에게도 적용되면서 이제는 인건비가 싸서 외국인 쓴다는 말도 현실에 맞지 않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실제로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는 이유로 기업 10곳 중 7곳(74.9%)은 ‘내국인근로자가 없어서’라고 응답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고용부담금은 기업이 부담해야 할 세금을 신설해 이중삼중의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며 “내국 인력을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 취지라면 부담금과 같은 패널티가 아니라 내국 인력을 고용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형식이 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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