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와 회장님들의 회동.."왜 하필 골프?"

여주(경기)=박종진 기자 2016. 4. 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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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現정부 첫 공식 라운딩, '금기' 깨는 상징적 이벤트.."경제라운딩 기대"

[머니투데이 여주(경기)=박종진 기자] [[현장클릭]現정부 첫 공식 라운딩, '금기' 깨는 상징적 이벤트…"경제라운딩 기대"]

“내수 진작을 위해서 회장님들 모시고 골프 치러 왔습니다” (유일호 부총리)

내수 살리기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자는 취지로 30일 이른 아침에 8명의 '선수'들이 잔디밭을 밟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 만나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야 한다”며 “공직자들이 골프를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돌아온 첫 주말에 바로 열린 행사다.

정부에서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이 나섰고 재계에서는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연합회 회장, 김정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이 참여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고위공직자가 재계 인사들과 공식적으로 골프를 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참석자들은 “대통령께서 많이 치라고 한다”고 말했고, 유 부총리는 박 대통령이 취임 초기 “바빠서 골프 칠 시간이 있겠느냐”라고 언급했던 것에 대해 “대통령께서 원래 그런(치지 말라는) 뜻이 아니었다”고 답했다.

송재희 중기중앙회 부회장은 “골프는 신발에서부터 머리(모자),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복합소비시장”이라며 “사치라는 시각으로 접근할 게 아니다”고도 말했다.

30일 오전 경기도 여주시 하거동 남여주골프클럽에서 유일호 부총리와 강은희 장관, 재계단체 일행이 골프를 시작하기 전에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김정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연합회장,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사진=박종진 기자

오전 7시 40분부터 시작한 라운딩은 두 팀으로 나눠 중간에 쉬는 시간도 없이 4시간여 만에 끝났다. 경쟁을 하는 대회가 아닌 터라 성적은 고르게 보기 플레이(90개 안팎) 수준을 기록했다. 한무경 여성경제인연합회장이 여성 골퍼로서 수준급의 실력을 보였다.

날씨는 비교적 쌀쌀했지만 분위기는 그리 서먹하지 않았다. 1조(유일호 부총리, 허창수 회장, 박용만 회장, 한무경 회장)의 경우 과거 유 부총리가 생애 유일한 ‘이글’(기준 타수보다 2타 적은 타수로 해당 홀을 마치는 것)을 기록할 때 한 회장이 동반했던 인연이 있다.

또 유 부총리(후배)는 박 회장(선배)과는 경기고-서울대 1년 선후배사이다. 허 회장은 최고 연장자(1948년생)로서 동반자들의 배려로 골프 카트의 ‘상석’(캐디 옆 앞자리)에 종종 앉기도 했다.

1조에서 성적은 허 회장이 가장 좋았고 유 부총리가 4위를 차지했다.

물론 이날 골프 회동은 상징적 행사였다. 실제 유 부총리도 골프를 즐기는 편은 아니고 허 회장과 박 회장도 골프보다는 트레킹 등 다른 운동을 좋아한다. 강 장관은 2년 전 다친 다리가 아직 불편해 다리를 절면서까지 이날 행사에 참여했다. 그만큼 내수진작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하필 골프냐‘, ’서민들에게는 여전히 거리가 먼 스포츠‘라는 부담스러운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재계 관계자는 “다 같이 모여서 상징적으로 보여줄 만한 이벤트로서 또 이만한 운동도 없다”며 “대놓고 골프를 치기가 어려운 점도 있지만 그런 ‘금기’를 깨서라도 내수활성화가 절실하다는 점을 알리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30일 오후 경기도 여주시 세종대왕릉을 방문한 유일호 부총리와 강은희 장관, 재계단체 일행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김정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연합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사진=박종진 기자

골프만 친 건 아니다. 라운딩이 끝나고 근처 세종대왕릉을 관람했고 식당에서 밥도 먹었다.

유 부총리는 "국민들이 레저와 관광을 즐기고, 먹고 마시는 '소비'를 국내에서 해주십사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주말을 할애한 정부와 재계 인사들의 노력이 얼마나 파급 효과를 거둘지는 알 수 없지만 상징적 행사는 행사일뿐이다. 결국 근본 해법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고 이는 개별 경제주체나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전면적 혁신, 그리고 이 과정에서 따르는 고통을 분담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수다.

이날 한 참석자는 "이렇게 요란하게 골프 쳐보기는 난생 처음"이라고 말했다. 때로는 이벤트도 필요하지만 한 번이면 충분하다. 국민들은 새로 출범하는 20대 국회와 함께 정부와 재계가 머리를 맞대 소통의 경제라운딩을 펼쳐주길 기대한다.

여주(경기)=박종진 기자 fre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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