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봄에 떠나는 인문학여행..담양 '가사문화권'

입력 2016. 4. 30. 07:01 수정 2016. 4. 3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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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 정철, 면앙정 송순 등 가사문학 흔적 밴 누정·정원 슬로시티 창평, 호수생태원, 무등산 따라 '느리게 걷기'
<길따라 멋따라> 아름다운 관방제림 (담양=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신록의 계절 5월을 앞두고 담양의 명물 관방제림도 싱그러운 녹음이 드리워져 있다. 천연기념물 제366호인 관방제림에는 수령 200~300년이 넘는 팽나무와 푸조나무 등이 심어져 사계절 산책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2016.4.30 minu21@yna.co.kr
<길따라 멋따라> 카페가 된 창고 (담양=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담양 관방제림에는 버려진 창고를 개조해 카페와 갤러리로 변신한 남송창고가 있다. 아름다운 숲 속에 자리잡은 이 곳은 현대미술이 연중 전시되고 국내 유일의 대나무 오르간이 귀를 사로잡는다. 2016.4.30 minu21@yna.co.kr
<길따라 멋따라> 5월은 푸르구나 (담양=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담양의 명소인 메타세콰이어 숲이 5월을 앞두고 짙게 물들어 있다. 싱그러운 바람과 푸른 녹음이 청량감을 더한다. 2016.4.30 minu21@yna.co.kr
<길따라 멋따라> 진달래 핀 명옥헌원림 (담양=연합뉴스) 전남 담양군 고서면의 아름다운 정원 명옥헌원림. 오희도(1583~1623)의 넷째아들 오이정(1619~1655)이 아버지를 그리며 조성한 정원으로 늦여름, 가을이 되면 배롱나무꽃들이 피기 시작해 100일간 주변을 붉게 물들인다. 2016.4.30 [담양군] minu21@yna.co.kr

송강 정철, 면앙정 송순 등 가사문학 흔적 밴 누정·정원

슬로시티 창평, 호수생태원, 무등산 따라 '느리게 걷기'

(담양=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의리와 명분에 죽고 살던 조선시대 사림(士林)들은 모순된 현실정치를 떠나 따뜻하고 인심 넉넉한 호남에서 당대와 후세의 심금을 울린 시가 문학을 창작했다.

전남 담양은 그중에서도 가사문학의 산실이자 본산이었다. 조선 중기 이서의 낙지가(樂志歌)에서 20세기 정해정의 민농가(憫農歌)에 이르기까지 700여년간 담양권의 문학적 성취는 국문학사에서도 주목받는다.

당시 문인들은 가고 없지만 후학 양성과 시단(詩檀) 결성의 무대였던 누정(樓亭), 정원은 넉넉한 품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신록이 옷을 입는 4월의 마지막 주말 선비들의 흔적을 따라 담양으로 인문학 여행 채비를 서두르자.

동선을 고려해 첫번째 내비게이션 목적지로 담양군 남면 소쇄원을 검색하는 것이 좋다.

소쇄원은 양산보(1503~1557)가 스승인 조광조가 사약을 받고 절명하는 것을 지켜보고 고향의 자연에 묻혀 지내기로 결심하고서 꾸민 대표적 별서정원(別墅庭園)이다.

별서정원이란 세속의 벼슬이나 당파싸움에 연연하지 않고 자연에 귀의해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려고 만든 정원을 말한다.

'조경문화의 걸작'으로 꼽히는 소쇄원은 얼핏 둘러보자면 10분이면 족한 크기다. 그러나 눈과 귀와 마음을 열고 머무르다 보면 한시간, 두시간도 부족하다.

하서 김인후, 우암 송시열, 송강 정철 등이 이곳을 드나들었다. 조선의 대유학자 김인후는 양산보와 사돈 관계로 소쇄원의 아름다운 풍광을 48수 오언절구(48영)로 읊기도 했다.

'비 갠 하늘의 상쾌한 달'이라는 뜻의 제월당(霽月堂), '비 온 뒤에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이란 뜻의 광풍각(光風閣) 등 구조물의 연원을 살펴야 한다.

하늘을 가릴 만큼 빽빽한 대숲, 꽃나무와 정원이 어우러진 풍경은 무릉도원이 부럽지 않다.

소쇄원에서 나와 몇 분을 걷다 보면 한국가사문학관이 눈에 띈다. 가사문학 자료를 집대성한 곳으로 본관과 부속건물인 자미정, 세심정, 산방, 전통찻집 등을 만날 수 있다.

송순(1493~1583)의 면앙정집, 정철(1536~1593)의 송강집, 친필 유묵 등 유물이 보관됐다.

지근 거리에는 '그림자도 쉬어간다'는 식영정(息影亭)이 있다. 김성원(1525~1597)이 창건해 장인인 임억령(1496~1568)에게 증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원은 정철보다 11년 연상이었지만 환벽당에서 함께 수학했다.

정철은 식영정, 환벽당, 송강정 등 성산 일대 자연경관을 벗 삼아 성산별곡을 짓기도 했다.

명옥헌원림으로 발길을 돌리면 정자 앞에 파인 연못이 탐방객을 맞는다.

둘레에는 적송(赤松)이 휘감은 숲이 울창하다. 소나무들이 내뿜는 기개도 만만치 않지만 숲의 간판은 배롱나무다.

아직은 이르지만 늦여름, 가을이 되면 배롱나무꽃들이 피기 시작해 100일간 주변을 붉게 물들인다.

이곳은 오희도(1583~1623)의 넷째아들 오이정(1619~1655)이 아버지를 그리며 조성했다.

작은 내에서 흐르는 물소리는 여행길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걷힐만큼 청량하다.

정철이 은거생활 중 임금에 대한 충정을 담아 사미인곡(思美人曲)을 썼던 송강정은 소나무 사이로 탁 트인 시야가 압권이다.

송순 자신은 물론 고경명·기대승·임제·정철 등 계보의 요람이 된 면앙정도 상수리나무, 굴참나무가 이룬 숲과 시선 멀리 평야가 조화를 이뤄 일상에 지친 삶을 잠시나마 잊게 한다.

임진왜란때 의병장인 충장공 김덕령이 태어난 취가정, 나주목사를 지낸 김윤제가 창간해 정철이 청년 시절 학문했던 환벽당도 가사문화권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여행길 허기가 찾아와도 고민할 필요 없다.

무등산으로 이어지는 가사문화권 주변에는 남도의 한정식, 떡갈비, 생선구이 등 전통 메뉴를 내놓는 식당이 즐비하다.

스마트폰 검색으로 찾은 맛집의 푸짐한 한상차림도 구미를 당기지만 대충 들러도 '대박'인 음식점들이 늘어서 부지불식간 여행의 테마를 식도락으로 바꿔놓는다.

허기를 채운 뒤엔 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인근 광주호 주변 호수생태원은 18만여㎡에 자연관찰원, 잔디휴식광장, 수변 습지 등 테마별 생태공원이 조성됐다.

진달래, 개나리, 장미, 철쭉 등 계절마다 피는 꽃과 늪지의 새들, 메타세쿼이아 나무 등으로 채워진 자연학습장이자 휴식 공간이다.

무등산 주변을 에워싼 무돌길 탐방도 추천할 만하다.

광주를 어머니처럼 품은 무등산 옛길을 따라 원효사를 거쳐 정상 부근까지 오르는 산행을 포함하려면 1박 2일 역사·자연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게 좋다.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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