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수→묘수'가 된 한화의 투수 교체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2016. 4.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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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제공

[스포츠한국 대전=박대웅 기자] 한화의 핵심 불펜 5인방이 예외 없이 이틀 연속 마운드에 올랐다. 자칫 무리수로 남을 뻔 했던 선택은 결과적으로 승리를 불러온 묘수가 됐다.

한화는 2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삼성전에서 10-5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화는 3연승 행진과 함께 6승16패를 기록, 최하위 탈출에 대한 희망을 발견했다.

경기 전 김성근 감독은 필승조를 조기에 투입시킬 가능성을 일찌감치 언급했다. 앞서 27일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됐기 때문에 연투를 할 체력이 어느 정도 비축됐다는 판단을 내린 듯했다.

일단 불펜진의 최근 활약은 상당히 좋았다. 특히 28일 KIA전에서 한화는 선발 송은범이 3이닝 2실점으로 조기 강판됐지만 남은 8이닝 동안 박정진(1.2이닝 무실점)-송창식(2이닝 무실점)-윤규진(1이닝 무실점)-정우람(1.2이닝 무실점)-권혁(1.2이닝 무실점)까지 총 5명의 불펜진이 무실점 릴레이 역투를 선보이며 승부를 뒤집을 수 있었다.

다만 한화가 삼성전에 앞서 따낸 5승 속에 필승조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장기적으로 선발진이 좀 더 오랜 이닝을 책임져줄 필요가 있었다.

삼성전에서 한화는 선발 심수창이 3회까지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기대에 부응하는 듯 했다. 그러나 4회초 시작과 함께 백상원과 구자욱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했고, 김성근 감독은 망설임 없이 곧바로 투수를 박정진으로 교체했다.

하지만 한화 입장에서는 최악의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무사 1, 2루에서 최형우가 박정진의 3구째 시속 136km 직구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스리런 홈런(비거리 115m, 시즌 6호)을 쏘아 올린 것. 박정진은 홈런을 허용한 이후를 기준으로 2.2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의 호투를 선보였지만 결국 기대에 완전히 부응하지는 못했다.

박정진은 이날 경기를 포함해 올시즌 이틀 연속 피칭을 한 경우가 총 4차례 있었다. 하지만 6일 넥센전(0.1이닝 2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을 시작으로 13일 두산전(1이닝 1피안타 1사구 1탈삼진 비자책 1실점), 22일 두산전(0.2이닝 2피안타 2실점), 29일 삼성전(2.2이닝 2피안타 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2실점)까지 연투를 할 때마다 매번 실점을 허용한 공통적 아쉬움이 있다. 이틀 연투 시 도합 성적은 4.2이닝 6실점(5자책점). 올시즌 허용한 총 실점이 8점임을 감안할 때 좋은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박정진은 지난 시즌에도 무려 76경기를 소화하는 등 많은 연투 속에서도 제 몫을 다해냈지만 1976년생으로서 나이를 감안했을 때 구위 유지를 위해 등판 간격 조절이 필요한 선수다. 심수창이 4회 첫 고비를 맞이하기 전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결국 박정진 투입은 무리수가 되는 듯 했다.

한화는 이날 6회에도 2사 3루에서 3번째 투수로 송창식을 투입시켰는데 그 역시 세 타자 연속 볼넷을 던져 결국 밀어내기로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송창식도 지난 14일 두산전에서 이틀 연속 마운드에 올라 4.1이닝 12실점(10자책점)을 내준 뼈아픈 기억이 있다. 최근 밸런스가 잡힌 모습을 보였지만 전날 31구를 던진 여파 때문인지 이날 경기에서는 릴리스포인트를 앞으로 끌고 나오지 못하는 등 힘이 다소 빠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한화는 6회 계속된 2사 만루 위기에서 권혁까지 투입시키는 결단을 내렸고, 이 시점부터 서서히 투수 교체 선택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권혁은 이흥련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추가 실점을 막아냈고, 8회 이승엽에게 솔로 홈런을 얻어맞기는 했으나 1.1이닝을 비교적 잘 버텨냈다. 또한 권혁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윤규진도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의 퍼펙트를 기록, 2점 차까지 뒤져있던 팀에 끝까지 역전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었다.

결국 8회말 하주석의 2타점 적시타로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갔고, 이후 삼성의 뼈아픈 실책성 플레이를 기점으로 한화 타선이 폭발, 한 이닝 동안 무려 7점을 뽑아내는 응집력이 모처럼 발휘됐다. 필승조를 투입시킨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기도 했다.

정우람이 결국 5점 차 리드 상황에서도 9회초 마운드에 오른 점은 다소 아쉬웠지만 이같은 대역전극을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고, 몸까지 풀어놓은 상태여서 어쩔 수없는 측면도 있었다. 단 12개의 공으로 1이닝을 2탈삼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틀어막았기 때문에 크게 무리하지 않은 부분은 한화에게 다행스러운 점이었다.

어쨌거나 한화 불펜 5인방은 6이닝 4피안타(2피홈런) 4볼넷 5탈삼진 3실점을 합작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용어지만 소위 ‘불펜 퀄리티스타트’에 성공, 또 한 번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5명 모두가 연투를 한 상태이기 때문에 30일 선발로 낙점된 이태양이 오랜 이닝을 책임지지 못할 시 필승조에 상당한 과부하가 걸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화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삼성 역시 심창민, 박근홍, 안지만이 연투를 하게 된 것은 마찬가지의 상황이며, 패한 쪽이 심리적 데미지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yuksamo@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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