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단 미사일' 잇단 실패에 스텝 꼬인 北

김광수 입력 2016. 4. 30.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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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차례 발사 모두 무위로

黨 대회 앞두고 분위기 먹칠

군부 관련자 책임 물을 가능성

핵실험 성공해도 美 겨냥 못해

북한이 지난 23일 동해에서 수중 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관측장비로 지켜보고 있다.

북한의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이 ‘계륵’으로 전락했다. 2007년 실전 배치한 주요 전략무기가 이달 들어 3차례나 연거푸 발사에 실패한 탓이다. 무수단 미사일(사거리 3,000~4,000㎞)은 핵무기 투발수단으로 여겨져 미국과 일본이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하지만 이번 발사 실패로 북한으로선 기술적 결함을 떠안은 채 다시 발사하기도, 그렇다고 핵심전력을 마냥 방치하기도 어려운 입장이 됐다. 내달 6일로 다가온 7차 노동 당대회를 앞두고 ‘축포’를 쏘아대며 잔칫상을 차리려던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국방부는 북한이 무수단 카드를 쉽게 버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상균 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연이은 실패에도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는 연장선상에서 보면 추가발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북한은 15일에 1발, 28일에는 오전 6시40분과 오후 7시26분 2발의 무수단 미사일을 쐈다. 북한은 사령부(평안남도 양덕) 1곳과 여단(함경남도 신흥, 허천) 2곳 등 총 3개의 무수단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무리한 발사를 지속하는 배경에는 외골수적인 군부의 속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패에 따른 처벌을 어떻게든 피하려는 몸부림이란 얘기다. 군 소식통은 “28일 두 번째 발사시점은 해가 저문 시간이어서 미사일의 궤적을 파악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북한 내부에서 발사 여부를 놓고 상당한 갑론을박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능을 자신해온 무수단 미사일이 연이어 발사에 실패하면서 북한 군부가 책임소재를 둘러싼 자중지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탄도미사일을 총괄하는 김낙겸 전략군사령관의 거취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매체는 무수단 발사 다음날인 29일 아무런 보도를 내놓지 않아, 발사 실패를 자인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30㎞를 날아갔을 때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현장 참관 장면을 함께 내보내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북한은 당 대회에 앞서 5차 핵실험 버튼도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핵무기 투발수단인 무수단 미사일의 실패로 고민은 커져 있다. 설령 핵탄두 폭발시험을 강행해 성공하더라도, 미국을 겨냥할 수 없는 절름발이 무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추가 핵실험에 극력 반대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반쪽 성공에 올인(다 걸기)한다면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다.

북한의 도발수단으로 SLBM 추가발사도 거론되지만, 준비기간이 필요해 당대회 이전에 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스커드ㆍ노동 단거리미사일의 경우 여러 차례 성능을 검증했던 터라 발사에 따른 실익이 없는 편이다. 북한은 성동격서 식으로 대남 국지도발이나 사이버테러를 감행할 수도 있지만 이를 김정은의 치적으로 선전하기에는 군색하다는 평가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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