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로켓을 쐈다.. SSU 대원들이 심호흡을 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2016. 4. 30.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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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수거부터 해난구조까지.. 심해의 軍 잠수사들
우종현 원사

지난 2월 7일 오전 9시30분 북한이 인공위성 ‘광명성 4호’를 실은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호’(실제론 은하3호 추정)를 발사하자 서해, 남해 일대에서 대기하던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들이 긴장된 모습으로 잠수 명령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북한 미사일의 1단 로켓을 수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2012년 12월 북한이 발사한 은하 3호의 1단 로켓 연료통을 이틀 만에 거의 원형 그대로 인양하는 데 성공했다. 군은 이를 분석해 북한 미사일 기술 수준을 파악했다. 북한이 예상치 못했던 뼈아픈 실책이었다.

북한은 이번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듯했다. 1단 로켓은 공중에서 폭발해 서해에 270여개 조각으로 흩어졌다. 해군 소해함과 구조함이 잔해 위치를 파악한 뒤 이번에도 어김없이 SSU 심해잠수사들에게 잠수명령이 내려졌다. “이번엔 정말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잔해 한두 개라도 건져내겠다는 심정이었습니다.”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5전단 소속 해군 SSU 주환웅(39) 상사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주 상사는 “시정(물속에서 앞이 보이는 정도)이 좋지 않고 조류가 조금 있었다”며 손으로 더듬어가며 물체를 식별했다고 말했다. 수중 작업은 지상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어렵다. 수심 50m 이상 내려가면 사방이 어둠에 갇힌다. 빛이 사라진 심해는 공포스럽다. 수중 작업에 사용되는 인공 불빛도 금세 어둠이 삼킨다. 눈에 보이는 것이라곤 반경 1m 정도뿐이다.

우종현(47) 원사는 “작업수심에 들어가면 좌우가 구분되지 않는 지옥 같은 상황이 전개된다”며 “조종실에서 명령하는 방향에 따라 움직인다”고 말했다. 무릎까지 빠지는 펄을 헤쳐 나가다 보면 SSU에서 최고 베테랑으로 불리는 그도 등골이 오싹해진다고 한다.

물속 물체들은 미끈거려 손으로 잡기도 힘들다. 호흡도 불편하고, 여러 장비 탓에 몸의 움직임도 극히 둔해진다. 수압을 견디는 일도 쉽지 않다. 수심 10m당 1기압씩 늘어나 통상 작전이 실시되는 수심 100m 정도면 10기압을 받게 된다. 유리병도 쪼그라들 정도의 압력이다.

이 때문에 심해 잠수사들은 작전에 들어가기 전 가압 챔버에 들어가 수압 적응 훈련을 한다. 수중에서 작업할 때는 수중이송장비(PTC) 캡슐을 타고 이동한다. 작은 실수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보니 심해 잠수사와 이들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통제사들은 작업이 끝날 때까지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힘든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만큼 SSU 대원들의 훈련도 만만치 않다. 인명을 구하거나 바닷속 깊은 곳에 있는 조난 선박, 잔해물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죽음에 대한 공포부터 이겨내야 한다. SSU 대원들은 “군대 훈련이 힘들다고 하지만 물속에서는 아무리 힘들어도 드러누울 곳조차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심해 잠수사들은 하루에도 수천번씩 체조를 하고 수경에 바닷물을 가득 채우고 눈뜬 상태에서 식사하는 훈련도 한다. 얼음장 같은 바닷물에서 6㎞ 수영은 기본이다. 이런 고난도 훈련 탓에 자원했지만 훈련 도중 탈락하는 사람이 50%에 육박한다.

해난구조대는 1950년 9월 1일 부산 감천항에서 군무원 16명으로 구성된 ‘해상공작대’로 창설됐다. 같은 해 9월 해안상륙작전 중 좌초됐던 문산호 구조작전을 시작으로 올해 북한 광명성호 잔해 인양작전까지 81회 군 구조작전을 담당했다. 98년 여수 근해에서 격침된 북한 반잠수정을 수심 147m 아래에서 포화잠수로 인양해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 올해에는 포화잠수 무사고 1만 시간 위업도 달성했다. 군 사건은 물론 서해 훼리호 침몰사건(93년), 충주호 유람선 화재사건(94년) 등 민간사고 지원 횟수도 80여회가 넘는다.

다시 광명성호 발사일로 돌아가 보자. 결국 SSU 대원들은 당일 미사일 덮개(페어링) 잔해물에 이어 8일에는 1, 2단 추진체 연결부, 연소가스 분사구 등의 잔해물을 대거 인양했다. 이를 통해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27일 광명성호가 인공위성이 아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임을 밝혀낼 수 있었다.

지난 5일 경남 진해 해난구조대에서 포화잠수 무사고 1만 시간 달성 기념식을 주관한 해군작전사령관 이기식 중장은 “세계 최고의 능력을 보여준 해난구조대원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해군 해난구조대 우종현 원사
“유언장 쓰고 첫 잠수작전 했습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 길 물속도 사실 제대로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해군 해난구조대(SSU) 우종현(47·사진) 원사는 2785시간10분간 포화잠수 작업을 해왔다. ‘포화잠수의 마스터’로 불리는 그에게도 물속 작업은 만만치 않다. 포화잠수는 수심 100m 이상 되는 지점에서 작전을 수행해야 해 강인한 체력과 고난도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우 원사는 1995년 영국 포화잠수훈련센터에서 처음 훈련을 받은 잠수사 40명 가운데 한 명이다. 포화잠수 도입 후 첫 작전인 99년 북한 반잠수정 인양작전을 시작으로 2010년 천안함 인양작전, 북한 장거리 미사일 잔해수거 작업까지 대부분 작전에 참여했다.

포화잠수는 작전심도에 맞게 몸의 압력을 조정해야 해 다른 잠수작업보다 더 힘겹다. 물속에 들어가기 전에는 강한 수압으로 몸 세포들이 쪼그라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세포에 헬륨을 넣는 가압을 해야 한다. 작업을 끝낸 뒤에는 팽창된 세포를 다시 정상으로 되돌려놓는 감압작업을 해야 한다. 여기에서 실패할 경우 온몸의 실핏줄이 터진다. 우 원사는 “몸이 불어나거나 쪼그라드는 것은 아닌데 감압·가압 시 신체 모든 관절에 심한 통증을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

첫 작전이었던 북한 반잠수정 인양 당시 우 원사는 유언장을 쓰고 잠수했다. 147m에 달하는 작전 수심 상황이 어떤지, 작전이 어떻게 진행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침몰해역 수중 사정이 나쁘지 않아 시야 확보가 어렵지 않았다. 조류도 심하지 않았던 덕분에 인양 와이어를 당기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한다. 수심 147m에서 인양작업을 한 것은 당시 세계 최초여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 우 원사팀은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아찔했던 순간들도 적지 않았다. 2007년 다이너마이트 원료를 적재하고 여수 앞바다에 침몰한 이스턴브라이트호를 수색하는 작업에서도 우 원사는 또 ‘목숨’을 걸었다. 다이너마이트 연료가 폭발할 가능성이 커서다. 27년째 이 일을 해오고 있는 우 원사는 해난구조대 일원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가장 속이 상할 때는 물속 사정을 모르는 비전문가들이 비현실적인 의견을 제시할 때라고 한다. 그는 “심해는 들어가 봐야 알 수 있다”며 “작전 수립할 때와 실제 물속 상황은 많은 차이가 난다”고 토로했다.

<해군이 사용하는 잠수기법>스쿠버 잠수=잠수사가 공기통을 직접 메고 잠수하는 방법. 최대 수심 58m까지 잠수가 가능하고 잠수사의 행동이 자유롭다. 반면 깊은 심도에서 장기간 잠수가 곤란하고 배와 통신을 할 수 없다.

심해 잠수=구조함이나 바지에서 잠수사가 호흡할 수 있는 기체를 공기줄을 통해 공급하는 방법. 공기만 공급할 경우엔 약 58m, 산소와 헬륨의 혼합기체 공급 시에는 91m까지 잠수가 가능하다. 수심에 따라 30∼80분 작업이 가능하다.

포화 잠수=심해잠수와 마찬가지로 잠수사가 호흡하는 기체를 구조함이나 바지에서 공급한다. 차이점은 수상함에 설치된 챔버에서 작전심도에 신체압력을 맞춘 뒤에 물속에 들어간다는 점. 신체가 수심 압력과 같아서 활동하기 훨씬 수월하다. 이론적으로 포화잠수는 무한정 활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잠수사 안전을 위해 국제규범상 최대 작전 시간은 28일로 제한된다. 14일간은 신체에 적절한 압력을 넣거나 빼는 시간이고 실제 수중작전은 14일간 실시된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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