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남매, 오빠는 이마트·동생은 백화점
정용진(48)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여동생인 정유경(44)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각자 보유 중이던 ㈜신세계와 ㈜이마트 주식 전량을 29일 사실상 맞교환했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 지분(7.3%)을 정 사장에게 1523억원에 매각하는 대신 ㈜이마트 지분(2.5%)을 정 사장으로부터 1286억원에 사들였다. 이번 거래로 정 부회장이 이마트를 책임지고, 정 사장이 백화점을 맡는 이른바 '남매 분리 경영'이 공식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정 부회장은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을 각각 7.3% 보유했었고, 정 사장은 두 회사 지분을 각각 2.5% 갖고 있었다. 회사 지분이 모두 오빠보다 적었던 정 사장은 주식 맞교환으로 ㈜신세계 지분 9.8%를 보유하면서 모친인 이명희(73) 회장에 이어 2대 주주가 됐다. 정 부회장은 동생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을 넘겨받아 이마트 지분을 9.8%로 늘렸지만 ㈜신세계 지분은 사라졌다.
◇이명희 회장, 딸에게 힘 실어줘
신세계그룹 오너가(家) 남매의 주식 맞교환에 대해 재계에선 이명희 회장이 딸 정유경 사장에게 경영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으로 해석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오빠에 비해 기회가 적었던 딸에게 기회를 주는 대신 능력을 검증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명희 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18.2% 보유한 최대 주주이면서 여전히 경영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이 회장은 그동안 정용진 부회장에게 그룹 전체 경영을 맡겨 왔다. 실제 정 부회장은 2000년 부사장에 오른 뒤 6년 후 그룹 부회장에 오르는 등 초고속 승진했다. 반면 정유경 사장에겐 기회가 적었다. 부사장으로 승진(37세)이 오빠보다 5년 늦었고 지난해 12월 백화점 사장으로 승진하는 데도 7년이 걸렸다.
정 사장이 기회를 얻은 것은 백화점 경영에서 좋은 실적을 거둬 이명희 회장에게 신임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예고와 이화여대 미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정 사장은 디자인과 상품 기획 등에 강점을 보여 왔지만 회사 전반을 책임지는 경영 능력은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 백화점 총괄사장을 맡으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증축(增築)을 진두지휘해 백화점 전체 매출을 신장시켰다. 실제 올 1분기 이마트 매출은 1%대 성장에 그친 반면 신세계백화점 매출은 3%대로 상승했다.
◇2011년부터 분리 작업 진행
신세계그룹의 남매 분리 경영은 사실상 2011년부터 예고됐다. 당시 이마트가 신세계로부터 인적 분할하면서 분리 작업의 신호탄이 올랐다. 작년 말에는 그룹 전략실 기능을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으로 분산 배치하는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이번 지분 정리는 분리 경영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들 남매가 향후 어떤 경영 스타일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와 이마트의 주요 계열사, 신세계건설 등 20여개사를 책임지게 된다. 신세계그룹에서 이마트 부문 매출(11조원)이 80%를 차지하기 때문에 정 부회장의 역할은 여전히 크다. 경기 하남의 국내 최대 쇼핑 파크인 스타필드도 정 부회장이 추진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SNS)에 이마트·위드미 등을 홍보하는 등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젊은 경영자다.
반면 정유경 사장은 백화점을 비롯해 면세점 사업을 하는 신세계디에프, 의류·화장품 사업의 신세계인터내셔널 등 10여개사를 맡는다. 정 사장은 어머니 이 회장을 많이 닮았다는 평을 듣는다. 신세계 관계자는 "정 사장은 대중 앞에 잘 나서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남매가 그룹을 완전히 쪼개 가져갈지는 향후 이명희 회장이 결정할 일"이라며 "이 회장 성격상 능력이 없으면 언제든 정해진 구도를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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