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시험발사 없이 무수단 2007년 배치.. 실패 예견됐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입력 2016. 4. 30. 03:08 수정 2016. 4. 3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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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차례 연속 실패.. "美를 핵무기 공격하겠다"는 김정은 체면 구겨] 舊蘇서 들여온 미사일 기술 과신, 美·러도 하는 시험발사 과정 생략 첫 실패후 준비 안됐는데 또 발사 김정은 재촉에 아무도 "NO" 못해.. 北체제 문제점 단적으로 보여줘

북한이 미·일을 직접 타격하기 위해 개발한 '비장의 무기' 무수단 미사일 발사에 세 차례 연속 실패를 맛봤다. 15일 첫 발사가 공중 폭발로 끝난 데 이어 28일에는 새벽과 저녁 두 차례나 무수단을 쏘아 올렸지만, 수초 만에 추락하거나 수㎞ 상공에서 폭발했다. 군 소식통은 29일 "북한이 사거리 3000~4000㎞인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무수단을 단 한 차례의 시험 발사도 없이 2007년 실전 배치했을 때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줄 알았다"며 "무수단 발사가 100% 실패함에 따라 '미국을 핵무기로 공격하겠다'는 김정은의 발언은 당분간 현실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금까지 시험 발사에 성공해 실전 배치한 미사일 중 사거리가 가장 긴 것은 노동미사일(1300㎞)이다. 북한은 무수단 성공을 통해 일본과 괌의 미군 기지를 직접 타격하는 능력을 과시하려고 했으나 연속 실패로 체면을 구긴 것이다.

무수단 실패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엔진 결함이나 액체연료 계통 이상으로 실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군 당국은 북한이 시험 발사도 없이 무수단을 실전 배치했을 때부터 실패를 어느 정도 예견했다고 한다. 미국·러시아 등 탄도미사일 강국도 처음 개발하는 미사일의 경우 여러 차례의 시험 발사를 반드시 거친 뒤 실전 배치를 한다. 실패 과정을 통해 미사일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북한이 시험 발사 없이 무수단을 배치한 이유는 구소련에서 입수한 미사일 기술을 과신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은 80년대 말~ 90년대 초 구소련 붕괴를 전후해 구소련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기술을 대거 빼온 것으로 알려졌다. 1992년 5월 구소련의 SLBM 개발 책임자가 평양을 방문해 북한에 탄도미사일 기술자를 파견한다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무수단은 구소련의 SLBM인 SS-N-6(R-27)을 모방해 그 길이를 3m쯤 늘린 것이다. 무수단이 구소련의 성공 모델인 만큼 시험 발사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북한은 이번 발사 실패를 계기로 이미 40여기를 배치한 무수단 미사일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와 개선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안보 부서 당국자는 "무수단의 무리한 발사는 김정은 체제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5일 첫 발사 실패 이후 재발사 준비가 덜 됐는데도 김정은이 다음 달 5일 노동당 대회를 위한 '축포 성공'을 재촉하자 아무도 '노(NO)'라고 말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걸핏하면 측근을 숙청하는 가운데 아무도 바른 소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북 소식통은 "무수단 실패보다 김정은의 무리수를 저지할 간부가 없다는 것이 북한의 더 큰 문제일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36년 만에 열리는 당 대회를 앞두고 '쌀(경제적 성과)'이 부족하자 '화약(군사적 성과)'을 대신 쌓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통일부는 이날 "북한의 세 차례 무수단 발사는 당 대회 실적 때문에 무리하게 발사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연이은 실패에도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는 연장선에서 보면 무수단 미사일의 추가 발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무수단 외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KN-08을 전격 시험 발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KN-08은 사거리가 9000~1만2000㎞로 미 서부 지역까지 도달할 수 있지만 아직 시험 발사를 한 적은 없다. 5차 핵실험도 김정은이 꺼낼 수 있는 카드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9일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비판하는 언론 성명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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