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악어와 물새의 공생, 그 뒤엔 '소름 끼치는 계약'이..
호랑이 '아무르'와 염소 '티무르'는 러시아 프리모스키 사파리 공원에서 만났다. 티무르는 작년 11월 산 채로 아무르의 먹이로 던져졌지만, 둘은 먹고 먹히는 대신 친구처럼 어울리면서 화제를 모았다. 둘 사이는 아무르가 티무르를 한 발로 날려 버리면서 두 달 만에 끝났다. 호랑이에게 염소는 언제든 먹어 치울 수 있는 놀잇감에 불과했던 것이다. 두 동물의 우정은 사람의 시각에서 바라본 동화일 뿐이었다.
자연은 잔혹한 생존의 세계이다. 철저한 약육강식의 법칙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 악어와 물새 관계도 그렇다. 악어가 사는 습지에는 물새가 떼를 지어 사는 경우가 많다. 물새는 악어 주변에 살면서 너구리나 쥐 같은 알 도둑들의 위협을 피한다. 그럼 악어는 뭘 얻을까. 미국 플로리다대 연구진은 플로리다주 에버글레이드 습지에 사는 악어가 다른 지역 악어보다 뚱뚱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관찰 결과, 에버글레이드 습지의 물새들은 자신이 키울 수 있는 능력 이상 알을 낳고 알에서 깨어난 새끼 중 일부를 둥지 밖으로 밀어 떨어뜨렸다. 악어 소굴에 떨어진 새끼는 곧바로 악어의 먹이가 됐다. 둥지에서 떨어지는 물새 새끼는 악어에게는 '단백질 비(rain)'나 마찬가지이다.
물새들의 새끼가 떨어지는 둥지 밑에는 항상 악어가 득실거리기 때문에 물새의 천적들은 찾아볼 수 없다. 물새는 자신을 보호해주는 대가로 악어에게 새끼를 제물로 바친다. 악어와 물새가 생존을 위해 맺은 '소름 끼치는 계약'인 셈이다. 자연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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