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연간 5억달러 돈줄.."월급 80~90% 떼어가 허탈"

김형구 입력 2016. 4. 30. 03:02 수정 2016. 4. 30.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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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으로] 러시아·중국 등 16개국에 5만명 파견광부·벌목공·의사·미술가 등 다양"연간 휴무는 1월 1일 단 하루뿐김일성·김정일 생일 때도 안 쉬어"
북한 해외 파견 근로자들이 ‘노예노동’을 견디지 못하고 작업장을 이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러시아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근로자들. [중앙포토]

“오전 8시에 시작된 일이 점심과 저녁식사 시간을 빼고 밤 1~2시까지 계속됩니다. 씻고 난 후 4~5시간 쪽잠을 자고 일어나면 다시 작업이 시작됩니다.”(1995년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이탈주민 A씨)

“연간 휴무는 1월 1일 단 하루입니다. 김일성·김정일 생일 때도 안 쉬어서 문제를 제기했더니 ‘우리는 외국에 팔려 왔기 때문에 장군님 생일에도 쉴 수 없다’는 것이 당 비서의 설명이었습니다.”(2002년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이탈주민 B씨)

지난 7일 중국의 북한 식당에서 일하던 종업원의 집단 탈북을 계기로 해외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의 ‘현대판 노예노동’ 실태가 관심을 끌고 있다. 하루 16시간을 넘나드는 중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이들이 손에 쥐는 돈은 쥐꼬리만큼이다. 월급의 80~90%를 충성자금 등 각종 명목으로 떼이기 때문이다. 한 달에 받는 돈은 겨우 50~100달러(5만5000~11만원). 이 같은 인권유린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2013년 아산정책연구원 조사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16개 국가에 5만여 명의 근로자를 파견하고 있다. 러시아(약 2만 명), 중국(약 1만9000명), 쿠웨이트(약 4000명), 아랍에미리트(약 2000명) 등이다. 당 상납을 위한 외화벌이가 주된 파견 목적이다. 북한은 해외 노동자 파견을 통해 많게는 연간 5억 달러의 수입을 벌어들인다고 한다. 개성공단 가동 당시 연 1억 달러를 받았던 것에 비하면 최대 다섯 배에 달하는 액수다.

초기엔 광부나 벌목공 등 단순노동 업무가 주를 이뤘다. 그러다 경제 사정이 악화되고 외화벌이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의사, 태권도 강사, 미술가, 식당 종업원 등으로 직종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노동 강도는 파견국의 작업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이들은 대개 하루 12시간 안팎의 기본근무에 4~6시간의 초과근무를 하고 있다.

| 크게 다쳐도 보상금 한푼 못 받아
러시아서 숨어사는 근로자 수천명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노임의 대부분은 근로자 몫이 아니다. 북한 당국이 해외 근로자 임금의 70%를 먼저 떼어 가고, 숙박비와 식비 등의 명목으로 다시 10~20%를 제한다. 근로자의 몫은 10~20%에 불과하다. 2000년대 초반 동유럽 국가에 파견됐던 탈북자 D씨는 “원래 받아야 할 월급은 800~900달러(약 88만~99만원)인데 손에 쥐는 돈은 100달러 정도였다”며 “버는 것의 10분의 1밖에 못 받으니까 허무했다”고 증언했다. 95년 말레이시아에 파견돼 골프장 도로 건설에 투입됐던 탈북자 C씨는 “공사를 2년 만에 끝내면 상으로 노동당 당원이 되게 해준다고 해서 잠도 안 자고 정말 미친 듯이 일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은 대다수가 3D(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업종에서 일하고 있어 산업재해의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근로자 해외 파견 업무를 담당했던 탈북자 E씨는 “일하다가 죽은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럴 경우 현지 동료들이 부조를 해서 북한에 남은 가족들한테 보내주곤 했다”고 전했다. 2007년 쿠웨이트에 파견됐던 탈북자 F씨는 “동료 한 명이 기중기에 부딪혀 손발이 다 떨어지는 등 크게 다쳤는데 보상금 한 푼 받지 못하고 귀국했다”고 말했다.

일이 힘들어서 작업장을 이탈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에는 카타르 도하에서 일하던 북한 건설 노동자 2명이 보위부원의 감시를 뚫고 현지 경찰서로 탈출했다는 소식이 언론에 보도됐다.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은 지난 26일 “노동 조건이라든지, 임금 문제라든지 이런 내부적인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윤여상 소장은 “북한 근로자가 가장 많은 러시아에서 작업장 이탈이 빈번하다”며 “과거 물품으로 지급하던 임금을 실비로 주자 자본주의에 눈을 떠 탈출을 시도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2005년 러시아에 파견됐던 탈북자 G씨는 “94년 김일성이 죽기 전 러시아에 숨어 사는 북한 근로자가 정말 많았다. 3000명 정도 (작업장을) 나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여전히 러시아 현지에 숨어 사는 이탈 근로자들이 수천 명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작업장에서 달아나다 현지 보위부원에게 붙잡히면 취조 후 본국으로 송환된다. 2007년 러시아에 파견됐던 탈북자 H씨는 “도망치다 걸리면 족쇄로 묶어 본국으로 송환되고 귀국한 뒤에도 엄청난 비난을 받는다”며 “노동당원의 경우 출당되고, 직업도 얻지 못한다. 도시에 살던 사람은 농촌으로 추방당한다”고 전했다. 단순한 작업장 이탈 수준을 넘어 한국행을 시도하다 체포될 경우에는 고강도 처벌을 받게 된다고 한다.

근로자 이탈이 빈번했던 러시아와 쿠웨이트 등 중동 일부 지역에선 자체 구금시설을 두기도 했다. 근로 현장에서 도주하다 러시아 경찰에 체포되면 보위부원에게 인계돼 사업장 내 구금시설에 갇힌다. 이런 시설은 중노동을 거부하거나 강제귀국을 거부하는 근로자들을 임시로 수용해 처벌하는 장소로 쓰이기도 한다.

| 탈출한 북 근로자 "1년치 노임 330만원 받아”

북한 이탈주민 강민혁(가명)씨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에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으로 이어지는 권력 세습기인 2011년 러시아에 파견됐다. 하지만 결국 노예노동을 참지 못하고 작업장을 이탈해 지난해 귀순했다. 러시아 극동 지역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 투입됐던 강씨는 2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김정은이 집권하면 좀 달라질까 했는데 바뀐 게 하나도 없었다.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고 탈출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다.

Q : 러시아에서 무슨 일을 했나.
A :  “미장 등 단순 노무를 맡았다.”

Q : 근로 강도는 어땠나.
A :  “하루 18시간 동안 일했다. 새벽 2시에 잠들어 오전 7시에 일어나 작업장에 나가야 했다.”

Q : 노임은 얼마나 받았나.
A :  “매년 10월 1년 치 노임을 한꺼번에 받았는데 첫해인 2011년엔 대략 1000달러(약 110만원), 그 뒤로는 3000달러가량(약 330만원)을 받았다.”

Q : 탈출을 결심한 동기는.
A : “노예 같은 대접을 받고 계속 살 순 없었다. 3일 동안 4시간만 자고 일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도 받는 돈이 너무 적었다. ”

Q : 북한 근로자들의 탈출이 계속될 것으로 보나.
A :  “물론이다. 내가 탈출하기 전에도 함께 도망가자고 속내를 밝혀 온 동료가 많았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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