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에 이마트, 정유경에 신세계..분리경영 시작

신세계그룹 주식교환 통해 각각 9.83%로연말 인사·조직 개편 이어 지분도 마무리이명희회장 양사 18% 보유..후계 변수로

신세계그룹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의 남매간 주식 교환을 통해 사실상 이마트 부문과 신세계 부문으로 분리경영을 시작한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조직을 분리시킨 이후 이번에 남매간 지분 정리까지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신세계그룹의 후계구도가 사실상 정리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29일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보유한 신세계와 이마트 주식을 장내 매매로 맞교환했다고 공시했다. 주식 취득·처분 기준 가격은 이날 거래된 종가로 책정됐다. 이날 신세계는 주당 21만1500원, 이마트는 주당 18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정 부회장은 이번 주식 교환에 앞서 신세계 72만203주(7.32%), 이마트 203만9196주(7.32%)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번 교환으로 신세계 지분은 없고 이마트 주식 수는 274만399주로 늘어나 지분율이 9.83%까지 확대됐다.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 주식을 24만7650주(2.51%), 이마트 주식을 70만1203주(2.51%)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번 교환으로 신세계 주식은 96만7853주(9.83%)로 늘어났고, 이마트 지분은 모두 정 부회장에게 넘어갔다. 이마트는 정 부회장에게, 신세계백화점은 정 총괄사장에게 지분을 몰아준 것이다.

주식 교환 과정에서 정 총괄사장은 236억원의 대금을 정 부회장에게 지급했다. 정 총괄사장이 사오는 신세계 주가가 이마트 주가보다 더 비싸 차액이 생겼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이 자금으로 이마트 주식을 더 사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결정에 대해 신세계그룹 안팎에서는 사실상 남매간 계열 분리가 이뤄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마트, 신세계푸드, 신세계TV쇼핑, 스타벅스코리아 등은 정 부회장이 경영하고 백화점과 면세점 등은 정 총괄사장이 맡게 되는 것이다.

신세계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번 주식 교환은 이명희 회장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이 회장이 향후 그룹 경영권을 두고 남매간 불화가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아 사전에 정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사실상 후계구도를 염두에 두고 주식 교환을 단행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세계그룹 후계구도가 완전히 정리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세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 부회장에 비해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던 정 총괄사장에게 이 회장이 한번 제대로 경영을 해보라고 기회를 준 것"이라며 "후계구도가 확정됐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으로 밝힌 신세계그룹의 각사 책임경영을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한 조치일 뿐 그룹의 완전한 분리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여전히 이 회장은 신세계와 이마트의 지분을 각각 18.22% 소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향후 이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누구에게 물려주느냐에 따라 신세계그룹 후계구도가 흔들릴 수 있는 구조다. 사실상 이 회장의 지분이 남은 변수인 셈이다.

[손일선 기자 /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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