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박'부터 '몰박'까지..마지막 장 향해가는 '친박 10년 흥망사'

김진우 기자 2016. 4. 29.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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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박 대통령과의 관계 중심으로 온갖 조어 등장…총선 후 각자도생

권력의 쇠락을 흔히 ‘열흘 붉은 꽃은 없다(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에 빗대곤 한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진박(진실한 친박)’ 등 위세 당당하던 친박계의 요즘을 두고 여의도에서 나오는 말이다. 4·13 총선 참패 후 사분오열 흩어지는 친박계의 분화를 비꼰 것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등장한 이후 ‘원박·멀박·진박·짐박·뼈박’ 등 수많은 파생어를 낳았던 ‘친박 10년’은 이제 ‘몰박(몰락한 친박)’의 출현과 함께 기로에 선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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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지는 친박

친박의 분화는 총선 참패 후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유기준 의원이 지난 28일 청와대와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 만류에도 원내대표 도전 뜻을 굽히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친박 내부 교통정리에 실패하면서 ‘친박 자숙론’이 머쓱해졌다.

친박들의 행보도 각자도생(各自圖生)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이주영 의원, 박 대통령 ‘복심’으로 통하는 이정현 의원은 당권 도전 의사를 이미 표명했다. 2012년 박근혜 대통령 후보 시절 비서실장을 했던 이학재 의원은 새누리당 혁신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일부 친박들은 ‘친박’이라는 용어 자체에 거리를 두고 있다. 유기준 의원은 ‘탈계파’를 주장하면서 “친박·비박 용어는 고어사전에 등재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학재 의원은 29일 CBS 라디오에 나와 “친박 핵심은 불분명하다. 오히려 친박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히 친박 핵심인 것처럼 들린다”고 했다.

■‘원박’부터 ‘몰박’까지

‘박근혜 계파’를 뜻하는 ‘친박’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04년 4월이다. ‘천막당사’ 시절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승리한 뒤 박근혜 대표 리더십을 두고 ‘친박·반박’이 갈리면서다. ‘친박’ 용어가 일상적으로 쓰이게 된 것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이명박·박근혜 후보 가운데 어느 쪽에 줄섰느냐로 의원을 분류하면서다. 이후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원박(원조 친박)·범박(범친박)·신박(신친박)·복박(돌아온 친박)에서부터 홀박(홀대받는 친박)·곁박(곁불 쬐는 친박), 멀박(멀어진 친박)·짤박(잘린 친박), 옹박(친박 옹위부대)까지 온갖 조어들이 등장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박 대통령이 ‘진실한 사람들’을 언급하면서 촉발된 ‘진박(진실한 친박)’ 논란으로 이 같은 ‘친박용어사전’은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하게 됐다. 대구·경북에선 ‘진박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면서 ‘진진박(진짜 진실한 친박)’이 등장했고, 이에 대한 반발로 ‘잡박(잡스러운 친박)’ ‘짐박(짐이 되는 친박)’ ‘조롱박(조롱받는 친박)’이라는 용어도 생겼다.

총선 참패 후에도 ‘친박용어사전’ 개정 작업은 멈추지 않고 있다. ‘충성파’ 친박을 강조하기 위해 ‘뼈박(뼛속까지 친박)’(이학재 의원)이라는 용어를 내놓는가 하면, 친박 핵심들의 2선 후퇴를 주장하기 위해 “찐박(진한 친박)은 좀 나서지 말아야 한다”(정우택 의원)는 말도 나왔다.

10년 전 원박이 ‘몰박(몰락한 친박)’으로 불릴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이번 총선에서 고배를 든 이성헌 전 의원 등 친박 핵심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여기에 당 대표 도전에서 멀어진 최경환 의원, 3수 만의 국회의장직 숙원 성취가 멀어지는 서청원 의원도 ‘몰박’으로 분류될 수 있다.

<김진우 기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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