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리포트] 짜맞추기에 조작까지..주문형 대학 연구 보고서
한 대학 교수는 지난해 정부로부터 8천 만 원짜리 이산화탄소 저감 정책에 대한 연구 용역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연구 초기부터 정부 관계자는 엉뚱한 요구를 했습니다.
<녹취> 00 대학교 교수(음성변조) : "A라는 (조사) 방법이 결과가 좋게 안 나오니까 방법을 B나 C로 바꿔달라고 요청을 하고..."
그러더니 나중에는 아예 공무원이 만든 보고서에 교수 이름만 올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조작 보고서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녹취> 00 대학교 교수(음성변조) : "자기들이 보고서를 써서... 이 정도로 나가면 아주 나이스 할 것 같은데 큰 문제 없는지 체크해 달라고..."
한 제약회사는 대학에 연구 용역을 의뢰하면서 정해진 시간 내에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 달라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녹취> 제약회사 관계자 : "임상 시험기간이 5년 정도 걸리는데 비용이 수십억 원이 들어가요. 늦어지면 안 되니까 회사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거죠."
거액의 연구비를 받는 대학교수들은 기업을 고객이라고 표현합니다.
<녹취> △△ 대학교 교수(음성변조) : "고객이 갑이니까 그 고객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결과를 낼 수밖에 없잖아요."
한국연구재단의 조사 결과 대학 소속 연구자들의 절반 정도가 2년 동안 연구 부정행위를 두세 번 저질렀다고 응답할 정도로 연구 윤리 훼손은 심각합니다.
전국의 대학교가 정부와 지자체, 기업으로부터 발주 받는 연구용역은 지난 2014년에만 4만여 건으로 연구비는 6조 5천억 원이 넘습니다.
<인터뷰> 이민호(한국연구재단/학술기반진흥팀 선임연구원) : "연구윤리 업무를 저 혼자 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도 연구윤리 부서에 전담 직원이 한명, 또는 없거나 겸업하는 형태로.."
각 대학에 설치된 연구 윤리위원회 활동도 형식적입니다.
기업과 정부, 대학의 먹이사슬 속에서 만들어지는 주문형 용역보고서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기화입니다.
김기화기자 (kimko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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