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친환경' 제품으로 둔갑한 '가습기살균제' 세퓨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구교운 기자 = 가습기살균제 중 가장 독성이 심한 것으로 알려진 세퓨 제품이 온라인을 통해 '덴마크 친환경 제품'으로 판매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런 방식의 제조·판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제품은 심지어 가내수공업 수준의 소규모 공장에서 제조되기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검찰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퓨는 옥시 레킷벤키저 등 다른 기업과 달리 사실상 1인 기업으로 운영된 소규모 회사다. 또 전국적 유통망을 갖췄던 다른 제조업체와 달리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거나 대표가 직접 제품을 들고 다니면서 판매했다.
소규모로 판매된 제품이지만 피해자는 다른 대기업과 비슷한 수준으로 많았다. 검찰은 사망자 94명 중 14명이 세퓨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세퓨제품의 피해자가 많았던 이유에 대해 주원료인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의 독성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PGH의 제조원은 덴마크 회사 '케톡스'다. 그러나 정작 덴마크에서 이 물질은 '농업용'으로만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마저도 독성 문제가 불거지자 덴마크 현지에서는 제품이 모두 회수됐다.
문제는 세퓨가 이 제품을 판매할 당시 '북유럽에서 인증된 친환경제품'으로 홍보했다는 것이다. 세퓨제품의 겉면에는 "PGH는 EU의 승인을 받고 유럽 환경국가에서 널리 쓰고 있는 신개념 살균성분", "병원균에는 매우 강력하지만 인체에는 매우 안전한 PGH" 등의 문구가 쓰여 있다.
인터넷을 통한 '홍보'에도 '덴마크 친환경'이라는 문구는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블로그를 통한 홍보에는 "유럽에서 온 신개념 살균제", "덴마크(북유럽) 원료를 사용한 친환경 제품"이라는 문구까지 나왔다.
또 당시 이 제품은 유기농 쇼핑몰에서만 판매돼 상당히 많은 엄마들이 친환경 제품이라 믿고 구매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검찰은 현재 이런 허위·과장광고 의혹도 살펴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덴마크 친환경' 제품으로 둔갑해 판매된 가습기 살균제가 사실은 가내수공업 수준의 소규모 공장에서 제조됐다는 사실 역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검찰은 세퓨 전 대표 오모씨가 여러 자료를 참조해 임의로 제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세퓨 또한 다른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제품을 증기로 흡입할 때에 독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실험은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세퓨는 살균 스프레이, 제균 물티슈 등 PGH를 섞은 다른 제품 역시 '친환경' 제품으로 포장해 판매했다.
8살 난 딸을 두고 있는 직장인 이모씨(35)는 "아이가 어렸을 때 소규모 인터넷 공구몰에서 세퓨 물티슈를 사서 사용했다"며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보고 나니 아이에게 아토피가 생긴 것도 세퓨 물티슈 때문인 것 같다"고 불안을 호소했다.
이씨는 "대기업 제품을 믿지 않는 편인데 세퓨는 북유럽 원료를 사용한 친환경 제품이라는 말을 믿고 샀다"며 "정부에서 이런 방식의 제조·판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부장검사)은 지난 28일 오씨와 세퓨에 PGH를 공급한 업체 H사 대표 김모씨 등을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오 전 대표 등을 상대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경위와 PGH 성분의 유해성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한편 검찰은 옥시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5월2일 한빛화학 대표 정모씨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한빛화학은 SK케미칼로부터 PHMG를 사들여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뒤 옥시 상표를 붙여 판매한 회사다. 또 광고에 관여한 옥시 전 직원 2명에게도 소환통보했다.
abilityk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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