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의 '참 어려운 안타', 정신력이 승리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입력 2016. 4. 2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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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사람 피를 말리게 하면서 9일에 한번, 5일에 한 번씩 겨우 겨우 기회를 준다.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에도 놓지 말고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해야만 한다. 만약 여기서 주어지는 기회마저 놓치면 영영 그 보이지 않는 줄을 놓치기 때문이다.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가 간혹 나와서 때려내는 안타들은 우리가 흔히 보는 ‘1안타’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 참으로 ‘어려운 안타’다.

김현수는 2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캠든야즈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홈경기에 8회 대타로 출전해 깔끔한 좌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5일 만에 출전해 때려낸 안타였다.

ⓒAFPBBNews = News1

김현수는 팀이 이미 10-2로 크게 앞선 상황에서 1사 1루의 기회가 오자 대타로 나섰다. 무려 5일 만에 잡은 출전 기회에 김현수의 얼굴은 ‘반드시 치겠다’는 비장함이 가득했다.

김현수는 초구를 볼로 흘려보낸 후 93마일짜리 2구 투심 패스트볼에 스트라이크를 당했다. 3구째는 92마일 패스트볼이 볼로 들어올 때 침착하게 잘 참았고 결국 4구 93마일 투심 패스트볼을 완벽하게 밀어쳐 깔끔한 좌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결코 쉽지 않은 안타였다. 김현수는 경기 감각을 완전히 잃어버린 선수다. 지난 24일, 무려 열흘 만에 선발 출전해 멀티히트를 때려낸 바 있다. 하지만 그 이후 5일간 다시 출전기회는 전무했다. 개막 후 한 달여간 고작 5경기의 기회밖에 받지 못했다. 그나마 경기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대수비나 대주자로도 활용되지 못했다.

김현수는 팀 훈련을 제외하곤 경기를 완전히 치러보지 않은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9일에 한번, 5일에 한번 출전기회도 들쑥날쑥이다. 팀 훈련에서는 실전과 같은 공을 볼 수 없기에 공에 대한 감각도 잃고 있는 열악한 조건에서 오직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안타를 쳐낸 것이다.

ⓒAFPBBNews = News1

지난해 메이저리그 대타 평균 타율은 2할1푼9리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 타율이 2할5푼4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확실히 대타로 나와서 안타를 치는 것은 훨씬 힘든 일이다.

김현수는 지난 15일에도 대타 안타를 쳤다. 초인적인 집중력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결코 이 집중력을 가져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팀에서는 선발 3경기 중 멀티히트를 두 번이나 때려내도 선발 기회를 주지 않는다. 또한 대수비, 대주자로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자신을 쓸 만도 한데 계속 다른 선수를 쓴다. 기약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솔직히 그냥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김현수는 그런 생각을 버리고 오로지 메이저리그에 살아남기 위해 초인적인 집중력과 정신력으로 가뭄에 콩 나듯 오는 기회를 살리고 있다. 김현수는 지난해 12월 열린 메이저리그 진출 결심 기자회견에서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면 실패자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배수의 진을 쳤다. 그 배수의 진은 힘겹게 찾아오는 기회를 살리는 정신력과 집중력으로 증명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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