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혈세를 이렇게 쓰십니까?..안양시의 엉터리 행정

김종원 기자 입력 2016. 4. 29. 14:55 수정 2016. 4. 29.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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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안양시의 어이없는 행정을 고발하는 보도를 한 적 있습니다. 폐기물 처리장 한가운데에 공원을 짓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 폐기물 처리장에 웬 공원? "보복행정" 논란

폐기물 처리장에 공원이라니요. 간략히 설명하자면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 이전을 하기로 한 폐기물 처리장

안양시 시내에 동방산업이라는 폐기물 처리장이 있었습니다. 처음 영업을 시작한 1990년대 초만 해도 인적이 드문 곳이었지만, 세월이 흘러 근처가 번화가가 됐습니다. 급기야 이 지역이 벤처기업 육성지구로 지정되면서 어느새 폐기물 처리장은 민원의 대상이 됐습니다.

그래서 안양시는 폐기물 처리장을 옮기기로 했습니다. 폐기물 처리장을 운영하는 동방산업의 사장은 안양시청과 함께 어디로 옮기면 좋을지 부지선정을 논의했고, 안양시는 시 최남단 외곽순환고속도로 고가 밑, 민가도 통행 인원도 별로 없는 야산으로 둘러싸인 공장밀집 지역을 선정해 이전 허가를 내줬습니다. 폐기물 처리업체는 이곳의 땅을 사들이기까지 하고 이전을 시작했습니다. 이게 5년 전 2011년의 일입니다.

● 국회의원의 공약…갑작스런 허가 취소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철이 되면서 이 지역구의 국회의원이 한창 이전을 하고 있는 폐기물 처리장을 지목해 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겠다고 공약을 내 건 겁니다. 이런 공약은 현수막으로 만들어져 여기저기 걸렸습니다. 폐기장 인근은 온통 고가도로로 주택가가 없습니다만, 그래도 무인도는 아니어서 한 1km쯤 나가면 아파트가 나옵니다. 이 아파트와 폐기물 처리장 사이에는 야산이 있어서 폐기물 처리장이 보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이야 가깝든 멀든 공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폐기물 처리장 같은 시설은 없으면 없을수록 좋겠죠. 국회의원의 이런 공약은 당연히 주민들의 환영을 받았고, 안양시는 갑자기 말을 바꿔 자신들이 내줬던 폐기물처리장 허가를 취소해 버렸습니다. 한참 공장 이전을 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동방산업 측에선 날벼락이었습니다. 한창 이전을 하던 중에 허가가 취소되면서 공장 가동은 완전히 중단이 됐습니다. 대출까지 받아 매입한 땅도 잡초가 무성하게 놀릴 수밖에 없게 된 겁니다. 은행 이자는 계속 불어나는데, 수입은 끊겼으니 회사는 직격탄을 맞은 겁니다.

이곳으로 이전하라고 철석같이 허가까지 해줬던 안양시의 무책임한 시정에 결국 폐기물업체 측은 안양시를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입니다. 그리고 폐기물 업체 측이 1심, 2심에 이어 대법원 판결까지 모두 안양시를 이겼습니다.  

최종심인 대법원은 판결에서, 어차피 폐기물 처리장과 아파트촌 사이 거리가 먼데다 그사이에 야산이 있어서 폐기물 처리장에서 발생되는 먼지가 해가 되지 않는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전 허가를 내주고, 돌연 이를 취소해 업체 측에 손해를 끼친 안양시에게 손해배상까지 하라고 했습니다.

● 대법원 판결에도 안양시는 요지부동

자, 그럼 문제는 해결됐고, 폐기물 업체 측은 영업을 시작했을까요? 아닙니다. 안양시도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법원 판결이 그리 났으니 다시 허가는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단, 조건을 붙였습니다. 폐기물 처리장 가운데에 공원을 만들겠단 거였습니다. 체육시설도 놓고, 산책로도 조성해서 폐기물 처리장 한가운데로 사람들이 산책을 다니고 운동도 하게 하겠다는 겁니다.

폐기물 처리장은 건축 자재들이 들어오는 곳이어서 집채만 한 덤프트럭이 오가는 곳입니다. 먼지도 많이 납니다. 소음도 있습니다. 이런 곳에 공원이 생긴다면, 시민들은 시민들대로 공원을 이용하기 힘들 것이고 폐기물 업체는 업체대로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공원을 이용해보려고 찾았던 시민들은 또 다른 민원을 넣을 것이고 그때마다 폐기물 업체 측은 시청의 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폐기물 업체 측이 아무리 시에 얘기를 해도 시는 요지부동이었습니다. 동방산업 측은 시를 상대로 소송을 한 데 대한 보복행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결까지 났는데도 이런 식으로 질질 끄는 것은 위법적인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안양시는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폐기물 처리장 한가운데 공원은 선뜻 납득가지 않는 예산 낭비에 가까운 엉터리 행정이었습니다.

이전 허가와 국회의원의 폐기물 처리장 퇴출 공약, 그리고 안양시의 갑작스런 허가 취소, 그리고 이어진 3번의 재판, 재판 이후에도 이어진 공원 조성 논쟁…. 이 모든 과정을 거치는 데 4년이 걸렸습니다. 2011년 안양시가 이전 허가를 해주고 2015년 연말 SBS 8뉴스를 통해 보도가 나갈 때까지 업체 측은 기계 한 번 돌려보지 못하고 놀아야 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앞선 뉴스의 이야기입니다.

● 발만 구르던 폐기물 처리장, 보도 후 지금은?

당시 취재를 하면서 만난 안양시청의 담당자는 취재진에게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폐기물 업체 측이 그런 고충이 있는지 몰랐으며, 앞으로는 잘 협의해서 시와 폐기물 업체 측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원만히 해결하겠다고요. 그렇게 해가 바뀌고, 계절이 바뀌고 또 한 번의 총선까지 치렀습니다. 그러면 이 업체는 해결이 됐을까요? 지금은 폐기물 처리장이 잘 돌아가고 있을까요?

● "전체 면적의 40%를 녹지로 만들어라"

보도가 나가고 5개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업체 측은 공장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이런 이유였습니다.

해당 폐기물 처리장이 외곽순환도로 고가 밑으로 이전을 하는 것까진, 비롯 안양시가 중간에 취소를 하기는 했지만 대법원의 최종 판결로 허가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 이전을 한 곳에다 가건물이든 공작물이든 뭔가 시설물을 세우려면 또 다시 안양시로 부터 건축물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번에는 안양시가 이 건축물 허가를 내주지 않은 겁니다. 그러면서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폐기장 부지에 녹지를 조성해야 하므로, 삼각형 모양으로 돼 있는 폐기물 처리장 부지의 3면에 각각 10m 폭으로 녹지를 조성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요.

폐기물 처리장 부지


폐기물 처리장에 저런 녹지가 왜 필요한지도 의문지만, 저렇게 3면을 10m씩 떼어내고 나면 해당 부지의 40%가 줄어버립니다. 해당 폐기물 처리장 부지가 그리 넓지가 않아서 절반가까이를 녹지로 활용을 하게 되면 정작 폐기물 처리업은 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무엇보다 저 땅은 폐기물 업체 측의 소유입니다. 그걸 일부도 아니고 거의 절반가량을 저렇게 본 용도가 아닌 녹지로 조성하라는 것은 사실상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얘기나 똑같다는 것이 업체 측의 주장입니다.

● 규정에도 없는 교통, 환경 영향 평가 실시 요구

요구사항은 또 있었습니다. 안양시 측은 폐기물 처리업체 측에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이와 함께 환경 영향 평가와 교통 영향 평가를 시행해 시에 제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런 복잡한 절차는 규정에도 없는 것들입니다. 허가를 앞세워 시가 만들어 갖다 붙인 것이죠. 게다가 환경, 교통 영향평가는 막대한 돈이 들어갑니다. 연구기관에 의뢰를 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5년째 영업을 못하고 있는 업체가 3번의 소송비도 모자라 이제는 규정에도 없는 환경, 교통 영향평가까지 해야 하는 판입니다. 그래도 허가를 받아야만 영업을 할 수 있기에, 결국 이 업체는 2천5백만 원을 들여서 외주 용역으로 환경, 교통 영향평가를 해서 시에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시는 업체의 영업을 허가해 주지 않고 있습니다.   

● 세금은 남의 돈? 혈세 펑펑쓰는 안양시

지난 5년간 이 업체가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면서 입은 피해는 막대합니다. 몇 년 전 이런 일이 있을 줄은 꿈에도 예상치 못한 채, 서울 개포동 재개발 사업의 폐기물 처리 건을 수주한 해당 업체는 현재 자신들의 공장을 가동하지 못해 다른 폐기물 업체에 처리를 의뢰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남는 돈이 없고 오히려 손해가 나고 있지만, 그렇다고 몇 년 전 체결한 계약을 파기하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이렇게 하는 겁니다.

재판에서 지면서 안양시는 피해액의 일부를 배상했습니다. 5억 7천만 원입니다. 물론 업체측이 추산한 피해액의 1/10밖에 되지 않는 금액이지만, 엄연한 혈세 낭비입니다. 본인들이 부지를 선정해서, 본인들이 허가해 준 것을 별다른 이유도 없이 돌연 취소하면서 생긴 일이니까요.

그런데 세금은 또 나가게 생겼습니다. 업체 측이 막대한 돈을 들여 환경, 교통 영향 평가까지 했는데 만약 또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면 또다시 배상의 책임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안양시는 이번 폐기물 처리장 건 이외에도 이런 식의 엉터리 행정으로 이미 수많은 사업에서 패소하면서 손해배상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펀 폐기물 처리장 건은 전형적인 잘못된 허가행정으로 인한 혈세 낭비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 "터무니 없는 규제에 피해 보는 건 업체일 뿐입니다"

지난 19대 총선 때, 시의 정당한 허가를 받고 한창 이전을 하던 이 폐기물 처리장을 못 들어오게 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던 국회의원은 이번 20대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더 강한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폐기물 처리업체 소유의 폐기물처리장 부지를 아예 공원으로 만들어서 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오지 못하게 만들겠다고요.

해당 의원은 이번에도 당선이 됐습니다. 폐기물 업체 측은 이런 정치적 논리 때문에 자신들이 5년째 영업을 못하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폐기물 처리 시설은 현재 수요에 비해 그 공급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지역 이기주의인 님비(NIMBY-Not In My Front Yard)현상이 심해질수록 이런 혐오시설은 설 자리가 없어지는데, 특히 수도권이 더 그렇습니다. 수도권의 경우 어느 지역을 가도 사람이 전혀 살지 않는 공간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안양의 이 폐기물 업체처럼 야산으로 가로막혀서,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고가 밑에 위치해서, 인가에서 멀리 떨어져서, 폐기물 처리장을 그나마 해 볼만 한 이런 부지를 선정을 해도 이런 식으로 영업을 못하게 한다면 그 누가 폐기물 처리 사업을 하려고 할까요.

정부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안양시는 심지어 있지도 않은 규제까지 만들어가며 본인들이 허가를 내줬던 폐기물 처리장을 이제와서 반대하고 있습니다. 규제 철폐는 대기업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김종원 기자terryab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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