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치 않을 김성근 야구와 한화의 유산

이상철 2016. 4. 2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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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김성근 한화 감독이 스스로 ‘혹사’를 했다.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열린 KIA와 대전 3연전에서 그는 빠짐없이 취재진을 만났다. 시리즈 내 3일 연속 경기 전 감독 인터뷰 실시는 당연한 거지만 한화에겐 이례적인 일이다. 그날따라 할 일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서였을까. 경기 시간이 임박해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하지도 않았다.

김 감독은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시대에 역행한다는 김성근 야구에 대해 ‘옳음’을 주장했다. 한화라는 팀의 특성상 불가피하다고. 선수단 관리, 특투 및 특타 등 훈련, 경기 운영 방식, 잦은 투수 교체 등에 대해 그는 하나씩 반박했다. 그의 태도는 강경했다.

“스프링캠프 훈련양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었다. 다들 힘든지 그만두더라. 올해만큼 훈련을 적게 한 해가 없었다.“ ”선수들 스스로 체력을 관리해야 한다. 휴식은 관리가 아니다. 계속 움직여야 한다.“ ”하루하루 매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내일이 없다. 그렇지 않았다면 한화는 이기지 못했다.“

김성근 감독은 최근 불거진 김성근 야구의 논란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반박했다. 사진=MK스포츠 DB
그는 제 목소리를 냈다. ‘김성근이니까’라는 꼬리표가 이미지를 악화시켰다고 했다. 안과 밖은 다르다며 ‘현장의 위치에서 보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나쁘게 보면 한 없이 나쁘게 보인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같은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가 크다. 김 감독의 말대로 ‘단순히’ 안과 밖의 관점 차이일까. 그를 향해 비판하는 이들과 생각도 달랐다.

김 감독은 ‘프로’를 강조했다. 프로는 결과로 말해야 한다. 김 감독은 그 결과를 ‘오늘’의 승리로 여긴다. 김 감독의 지도 아래, 28일 현재 한화는 오늘 73번을 이겼다. 그리고 오늘 92번을 졌다. 그의 주장대로 김성근 야구가 아니었다면, 한화는 165경기에서 100번 넘게 패했을까. 막대한 자금을 들여 대대적으로 투자를 한 팀이.

승리는 달콤하다. 팬도 열광케 한다. 들끓던 여론도 잠시 식을지 모른다. 김 감독이 온 건 패배주의에 젖은 팀의 체질을 바꾸기 위함도 있을 테니까.

지난 28일 연장 11회 승부 끝에 한화는 첫 연승을 했다. 5번째 승리였다. 한화에겐 더 없이 기쁜 날이었다. 연장만 가면 고개 숙였던 한화였다. 감독이나 선수는 점점 ‘팀’이 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김 감독은 여전히 뒤처져있는 팀을 하루빨리 따라가느냐에 신경이 곤두서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현장에는 김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항의 시위가 펼쳐졌다. 올해만 두 번째다. 김 감독은 이번에도 못 봤을까. 못 봤다고 할 수 있다. 눈을 감으면 안 보이니까. 그러나 모두가 봤다. TV 중계를 통해. 그들이 실천한 건 승리와 별개이기 때문이다.

또한, 팀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프로는 결과를 말하지만 그 결과가 꼭 현재를 뜻하는 건 아니다. 미래의 가치도 있다. 그런데 팬은 암울한 미래란다. 리빌딩, 오늘날 한화와는 분명 거리가 있는 단어다.

팬은 오늘이 아니라 내일을 걱정하는데, 감독은 내일이 아니라 오늘을 걱정한다. 이쯤이면, 불통이다. 김 감독은 한화의 미래를 생각할까. 그는 내년이면 계약기간이 만료된다.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 후임에게 ‘어떤 한화’를 물려줄 수 있을까.

김 감독은 지난주 부산에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2주 전, 대전에서 “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변화와 사과는 팬이 기대한 ‘그것’이 아닌 것 같다. 그저 악화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언론플레이였을까.

김성근 야구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그 색깔이 지난 28일 경기에 잘 묻어났다. 또 퀵후크. 시작하자마자 불펜이 가동되더니 4회 투수가 바뀌었다. 송은범, 박정진, 송창식, 윤규진, 정우람, 권혁 등 6명의 투수가 줄줄이 마운드에 올랐다. 4회면 그나마 늦은 편일지도.

결과적으로 한화는 승리했다. 김성근 야구 때문에. 앞으로 또 몇 승을 더 거둘 것이다. 그 방식을 고수하면서. 로저스, 안영명, 배영수 등이 차례대로 돌아온다 해도 큰 틀은 바뀌지 않는다. 오늘의 승리를 향해 모든 걸 쏟을 뿐이다. 긴 안목은 없다. 김 감독 스스로 밝혔듯, 당장의 앞만 보고 달려간다.

귀를 닫고 있는 건 팬일까. 안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그 사정을 몰라주는. 안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하지만, 밖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프로라면, 그게 더 중요하다. 변한다고 했지만 무엇이 바뀌었나. 미안하다는데 달라진 게 무엇인가.

한화는 김 감독과 3년 계약했다. 감독의 색깔이 뿌리내리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기도 하나, 장기적으로 팀을 발전시키고 강하게 해달라는 기대가 담겨있다. 그러나 지금의 한화는 어떤가. 2017년까지 ‘청사진’이라도 갖고 있을까. 아니면 그저 오늘 승리에만 배고픈 하루살이 인생일까.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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