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가 독 될라","빚지고 쫓겨날라"..현대중·상선 직원들 한숨

홍정표 기자 입력 2016. 4. 2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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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구조조정 자회사 실적으로 흑자, 노사 갈등 격화 부담, 현대상선-우리사주 빚더미 '감자'폭탄

[머니투데이 홍정표 기자] [현대重-구조조정 자회사 실적으로 흑자, 노사 갈등 격화 부담, 현대상선-우리사주 빚더미 '감자'폭탄]

지난해 9월 17일 오후 울산 태화강 둔치에서 현대중공업 노조를 중심으로 조선업종 노조연대가 파업집회를 열었다. 이날 참여인원은 경찰 추산 900여명이었다. 사진/강기준 기자

“흑자는 좋은데 왜 이리 한숨이 나올까요?”

10분기만에 영업흑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의 한 직원은 "좋게 표현해서 흑자전환이지 가진 자산 팔고, 월급까지 반납해 만들어낸 고통의 산물"이라며 "안도가 되기 보다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몇 개월 뒤 배를 만드는 도크의 공백 및 추가 감원 등의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흑자 전환으로 노동조합 투쟁이 강경화될 경우 생산 차질 및 수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3252억원을 달성하며 2013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섰지만,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을 뺀 현대중공업 자체 영업이익은 1013억원에 그쳤다. 한해 평균 70여척을 수주해야 도크를 쉬지 않고 운영할 수 있는데, 올해 수주한 선박은 3척에 불과하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관련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지난 26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위기극복을 위한 노조의 동참을 호소하고 나선 것도 이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노조는 29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상경 투쟁을 하고, 다음달 4일에는 울산 조선소에서 올해 임금단체협상 투쟁 출정식을 갖고 구조조정 반대 투쟁을 진행할 계획이다.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은 현대상선 직원들의 상황은 더 안좋다. 회사가 언제 재기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고, 지난 5년간 네 차례에 걸쳐 실시된 유상증자 참여로 개인 손실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때는 경영호전에 따른 주가 상승으로 차익에 대한 기대감도 가졌지만, 최근에는 희망을 버리고 은행에서 대출 약정을 맺는 직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금으로 회사로부터 빌린 증자 대금을 갚고 주식을 받아 매각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현대상선 주식은 현재 감자 일정으로 거래가 정지돼 있지만, 거래가 재개되더라도 채권단의 출자 또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추가 감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상선 직원들은 가장 최근인 지난해 1월 유상증자에서만도 1인당 수 천주에서 많게는 수 만주를 주당 6780원에 인수했다. 기존 주주들이 실권한 주식까지 직원들이 떠안아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된 주식보다 더 많은 주식을 갖게 됐다.

현대상선 주가는 지난 20일 거래정지 전까지 계속 떨어져 2000원까지 하락했고,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발행주식 수를 7분의 1로 줄이는 감자가 진행돼 다음달 3일까지 거래를 할 수 없다.

현대상선의 한 직원은 "과거 STX그룹에 근무하던 직원들 중에서도 퇴직금은 고사하고, 회사를 그만 둔 수년 뒤까지도 전직장에 빚을 갚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구조조정을 거쳐 회사는 회생할 수도 있겠지만, 많은 직원들이 회사에 빚을 지고 떠나게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탄식했다. "그나마 손실을 줄이기 위해 은행 대출로 회사 빚을 갚고 주식거래가 재개되면 바로 매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정표 기자 jp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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