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동을 1950~60년대 리버풀처럼"

2016. 4. 29. 13: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사람&] 플랫폼창동61 총괄예술감독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음악과 생활 양식이 녹아든 복합문화공간인 플랫폼 창동61이 문을 연다. 색색의 컨테이너 박스 61개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 이동연 총괄예술감독이 레드박스 공연장과 전시관, 레스토랑, 커뮤니티 공간 등을 설명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영국 북부의 항구도시 리버풀하면 떠오르는 것은?

축구팬들은 ‘영원한 캡틴’ 스티븐 제라드의 ‘리버풀 FC’가 생각나겠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이라면 비틀스일 것이다. 비틀스의 존 레넌,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스타 네 사람이 태어난 곳이 리버풀이고, 그들의 음악이 자라고 꽃핀 곳 역시 리버풀이다. 1950~60년대에 리버풀을 중심으로 젊은이들이 만들어낸 로큰롤 음악은 ‘리버풀 사운드’라는 이름으로 음악사에 화려하게 기록됐다. 지금도 해마다 ‘리버풀 사운드 시티’ 페스티벌이 열려 전 세계 밴드와 음악팬들을 흥분시킨다.

“창동이 ‘창동 사운드’라는 이름을 얻으면 안 될까요? 리버풀처럼.”

29일 문을 여는 플랫폼창동61의 총괄예술감독을 맡은 이동연(51)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꿈은 야무졌다. 빨갛고 노랗고 파란 컨테이너 박스 61개로 지은 플랫폼창동61은 서울 지하철 1·4호선 창동역 앞에 있다. 문화예술공간이라 그런지 한눈에도 예술 ‘필’이 난다.

공연장 서울 아레나의 마중물

플랫폼창동61은 서울시가 북부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시재생 사업으로 추진 중인 ‘서울 아레나’의 마중물이다. 흔히 ‘창동 아레나’로 알려진 서울 아레나는 2021년 건립 예정인 대중음악 전용 공연장이다. 2만석의 큰 규모를 자랑하는 창동 아레나는 한류 스타들도 공연을 해 유명한 일본 사이타마의 슈퍼 아레나와 닮은꼴 공간이다.

플랫폼창동61은 창동 아레나와 창동 지역을 대중음악의 용광로로 만드는 전초 기지 노릇을 하게 된다. 그런데 왜 하필 대중음악일까?

“낙후한 공간의 재생에는 문화 자원이 꼭 필요합니다. 사람을 끌어모으고 알리는 데 음악·미술만큼 효과적인 수단은 없으니까. 이태원이나 홍대를 생각해 보면 쉽죠. 다만, 홍대는 돈의 논리에 밀려 젊은 비주류 음악의 상징성이 많이 약해진 것 같아 아쉽습니다.”

이 교수는 창동 아레나와 플랫폼창동61이 각각 개성을 이루고, 자연스럽게 시너지를 낼 수 있기를 기대했다. 창동 아레나는 케이팝 음악과 외국 뮤지션의 주류 음악이 중심이 되고, 플랫폼창동61은 개성 강한 국내 장르 뮤지션들의 활동무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플랫폼창동61의 스튜디오에는 록밴드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을 비롯해 이한철, 잠비나이, 숨, 아시안 체어샷 등이 입주해 음악 작업을 하게 된다. 300명 이상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높이 8.1m의 라이브 공연장과 녹음실, 합주실도 마련돼 있다.

“음악은 도시와 긴밀하게 결합해 발전해 왔어요. 리버풀만이 아니고, 앨리스 인 체인스, 너바나, 펄잼 등 얼터너티브 록을 낳은 미국 시애틀, 닐 앤 이라이자, 판타스틱 플라스틱 머신 같은 일본식 클럽음악의 산실 도쿄 시부야,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으로 압축되는 라틴 음악의 무대 쿠바 아바나가 모두 ‘사운드’라는 이름을 얻었죠.”

여기에 푸드트럭 창업을 주로 지원하는 레스토랑과 패션 스튜디오, 사진 전시공간이 더해졌다. 한마디로 복합문화공간의 면모를 갖춘 셈이다. 신대철 뮤직디렉터 외에도 포토 조세현, 푸드 최현석, 패션 한혜진 등 쟁쟁한 얼굴들이 각 영역의 디렉터로 참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감독은 대학에서 영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대중음악과 뗄 수 없는 오랜 인연을 지녔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인 문화연대에서 활동하며 2000년대 초반 공중파 가요 순위 프로그램 폐지와 연예기획사 불공정 행위 개선 운동에 앞장섰다. 한국대중음악상과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산파 노릇도 했다. 서울 아레나 건립에 관여한 것이 계기가 돼 플랫폼창동61의 감독 자리까지 맡았다.

인근 300만명 주민의 문화 오아시스 기대

이 감독은 플랫폼창동61과 창동 사운드의 성공을 위해 두 가지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한다. 하나는 뮤지션. “음악인들이 플랫폼창동61을 많이 활용해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서울에서 외진 곳이라 처음에는 적잖이 꺼렸어요. 하지만 안정적인 창작 공간과 공연 시설, 그리고 여유로움 때문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역시나 관객. “음악팬들이 몰려들어야 해요. 성북·강북·노원·도봉 등 동북4구와 의정부·동두천·남양주 등 경기도 인접 도시 인구만 해도 300만명이 넘어요. 우선 이들에게 창동이 대중음악의 오아시스로 자리잡아야 합니다.”

창동 사운드의 미래를 가늠할 첫 시험일은 29일. 플랫폼창동61의 개장에 맞춰 29일부터 5월1일까지 사흘 동안 열리는 라이브데이즈 콘서트가 그 시험대다. 시나위, 장기하와 얼굴들이 첫날 공연장을 달구고 30일에는 이하이와 로열파이럿츠, 솔루션스가, 5월1일에는 엠시메타, 도끼 앤 더 콰이엇이 각각 음악팬들을 만난다. 이 기간 동안 푸드·스타일·포토 교실도 동시에 열린다. 뒤이어 5월4~8일에는 ‘플랫폼61 인 마이 라이프’라는 이름으로 뮤직, 패션, 푸드가 융합된 신개념의 콘서트가 열린다. 이 콘서트에는 모델 이현이, 음악인 옥상달빛과 시와, 이한철, 셰프 오세득이 나선다.

“창동역 일대에 앞으로 크고 작은 레이블(음반기획사)과 악기점, 음악 클럽이 들어서서 서울 아레나와 함께 생태계를 갖춘 대중음악의 중심지로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창동 사운드의 도전이 오늘 시작된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한겨레 인기기사>
박원순, 옥시 불매 운동 동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안방의 세월호 참사”
구미시, 박정희 뮤지컬 이어 ‘박정희 테마밥상’
청와대, 어버이연합 관리가 시민사회 소통?
[영상] 서울시 공용 자전거 ‘따릉이’ 사용법 어렵지 않아요~
[화보] 여행하면서 찍은 북한 여성들

공식 SNS [페이스북][트위터] | [인기화보][인기만화][핫이슈]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