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육아 휴직..직장 내 분위기부터 바꿔야

심우섭 기자 2016. 4. 2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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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일하는 여성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만 결혼을 하고 자녀가 생기면서 대부분 '직장맘'들은 퇴직을 한번 이상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일하는 엄마를 이해하며 혼자 스스로 할 일을 기특하게 해내는 아이들도 많지만 아이가 성적이 떨어진다든지, 스마트폰이나 게임에 빠진다든지. 교우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순간 엄마의 갈등은 시작됩니다.

이런 고민은 고스란히 엄마들의 몫인데, 정부가 아이를 가지는 직장 여성을 위해 진일보한 방안을 내놨습니다. 최근 결혼연령이 늦어지면서 고령 고위험 임신부들이 늘었는데, 임신초기부터 충분한 휴식을 취해 유산이나 조산을 피할 수 있도록 1년간의 육아휴직 시점을 당초 출산 이후에서 임신 기간부터로 앞당긴 겁니다.

여기에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출산율을 높인다는 목적만이 아니라 출산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던 직장 여성들의 경력단절을 막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제도야 제도고, 현실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육아휴직을 활성화하기 위한 직장 내 분위기 조성이 과연 가능하냐 하는 것입니다. 직원들의 복리 후생과 사회 공헌, 선진 기업 문화 조성 등에 신경을 쓰는 대기업들은 대체로 육아휴직에 대해 관대하지만, 모든 임직원들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만 8세 이하,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아이만 있으면 쓸 수 있는 육아휴직이 상사들에겐 못마땅하게, 또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겐 꽤나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남자든 여자든 결혼을 안했거나, 결혼을 했더라도 자녀가 없는 경우 육아휴직을 가지 못하니 상대적으로 불평등하게 느끼게 되는데, 이럴때 함께 일하던 아랫사람이나 동료가 갑자기 1년을 쉬겠다고 하면 '가뜩이나 일손 부족한데'라며 얼굴을 붉히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 혹은 회사가 여러가지 역할을 더 해줘야 합니다. 육아휴직자에게 눈치를 준다거나 인사상 불이익은 당연히 없도록 해야하고, 시간 선택제 일자리 등을 통해 휴직자의 대체 가능 인력을 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이 모두 웃을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크리넥스와 하기스로 유명한 유한킴벌리의 경우 수년 전부터 회사가 육아 휴직을 적극 권장하면서 사용률이 90%에 이르고, 직원들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다고 합니다.
 
여기까진 대기업의 이야기였습니다만, 사실 밤낮 없이 일하며 주 5일제 지키기조차 버거운 많은 중소기업 직원들에게 육아휴직이란 남의 나라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겨우 30% 수준입니다.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중소기업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결국 급여 문제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육아휴직급여는 월 5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입니다. 이번에 정부가 대기업에 대한 지원금을 없애고 중소기업 근로자에 대한 육아휴직 지원금을 월 30만원으로 올려주기로 했지만, 상당수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육아휴직을 할 경우 여전히 기본 생계가 곤란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엔 지방자치단체가 1년 동안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해당 지역 중소기업 직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매칭 펀드' 제도 등을 통해 소득의 일부를 추가 지원해주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예전에 비해선 크게 나아졌지만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일하는 여성에 대한 편견과 고정 관념은 결국 육아휴직 등을 대하는 직장 내 분위기에 따라 더욱 심해지거나 또는 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여성이 일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남성이 일하기 힘든 나라'를 만드는 것은 분명 아닙니다. 국가가 여성의 일자리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정책에 반영하는지가 결국 우리나라에 미래 경쟁력이 있느냐, 우리가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느냐를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임을 모두가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심우섭 기자shimm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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