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3명 중 1명 "5월6일 일하죠"..기업이 건의했는데 '임시공휴일' 왜 못 쉬나

전슬기 기자 2016. 4. 2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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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공휴일, 민간기업 강제할 방법 없어…정치권 19대 국회서 법 개정 추진했지만, 곧 폐기 ‘수순’

경기도에 위치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A씨는 5월6일 ‘임시공휴일’ 소식이 반갑지 않다. 5월5일 어린이날까지 합치면 ‘나흘의 황금 연휴’지만 A씨는 평소처럼 회사에 출근할 생각이다. 이달 말까지 납품해야 할 생산 주문이 밀려 있어 사장이 근무할 것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사장이 요청을 했어도 연차를 쓰고 쉴 수 있지만, A씨는 눈치가 보여서 출근을 택했다. A씨는 "임시공휴일은 나와 관련 없는 이야기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가 오는 5월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5월5일 어린이날을 합치면 근로자들에게는 나흘의 연휴가 생기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근로자들은 기쁘지 않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5월6일 임시공휴일 지정에 대해 반대하는 근로자가 46.4%로 나타났다. 심지어 찬성보다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휴일이 늘어났는데 근로자들은 왜 기쁘지 않을까.

◆ 임시공휴일은 ‘관공서 공휴일’ 적용…민간기업은 노사 합의로 선택 실시

공무원 등 관공서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임시공휴일에 무조건 유급휴일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임시공휴일이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민간기업은 사정이 다르다. 정부는 민간기업에게는 임시공휴일을 강제할 수 없다. 민간기업은 노사합의로 임시공휴일에 쉴지, 안 쉴지가 결정된다. 노조가 강한 민간기업들은 보통 취업 규칙에 '관공서의 공휴일에 대한 규정'을 넣고 있다. 노사 합의에 따라 임시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노조가 없는 작은 업체, 비정규직 등은 임시공휴일에 유급휴일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관공서의 공휴일에 대한 규정’을 넣지 못해 경영자에게 임시공휴일을 요청할 근거가 없다. 경영자가 임시공휴일을 유급휴일로 결정할 수도 있지만, “일을 해라”라고 해도 반박할 수 없는 것이다. 정부도 임시공휴일에 일을 시키는 경영자들에게 제재를 가할 방법이 없다.

이러한 업체의 근로자들은 임시공휴일에 쉬려면 그 날 ‘연차’를 사용해야 한다. 회사는 이 날 자체를 ‘휴일’이 아니라 ‘정상 근무의 날’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지난해 8월 14일 ‘임시공휴일’은 근로자 3명중 1명이 쉬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50인 이하 사업장은 46%만 휴무를 실시했다. 51∼100인 사업장은 63.6%, 101∼300인은 72.7%, 301인 이상은 69%가 임시공휴일을 시행했다. 영세사업장 근로자들이 상대적으로 임시공휴일 혜택에서 소외됐다.

◆ ‘휴일 양극화’ 해소 추진한 정치권…정부-기업 눈치 보다 법안 폐기 앞둬

정치권은 이러한 ‘휴일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여야 모두 관련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지난 2014년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노사협의에 따라 휴일로 쉬었던 공휴일을 '법정 유급휴일'로 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적으로 민간기업이 임시공휴일, 대체휴일 등을 지킬 수 있게 근거를 만든 것이다.

다만 개정안은 기업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업 사정에 따라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한 경우 공휴일 대신 다른 특정 근로일에 유급휴일을 줄 수 있도록 했다.

같은 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한 의원의 개정안도 민간기업 경영자가 근로자에게 관공서의 공휴일과 대체공휴일에 유급휴일을 의무적으로 주도록 하는 조항을 담았다. 또 서비스업 등 공휴일 및 대체공휴일의 근로가 불가피한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에게 공휴일 및 대체공휴일이 아닌 날에 유급휴일을 줄 수 있도록 명시했다.

여야가 모두 합심해서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관련 법안들은 현재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오는 5월 19대 국회가 끝나면 처리되지 못한 법안은 자동 폐기되기 때문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치권은 지난 1년 반 동안 두 개정안에 대해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두 개정안은 법안 통과를 결정하는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는 됐지만, 쟁점 법안들에 밀려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했다.

정치권에서 임시공휴일, 대체휴일제 적용 확대에 대해 공식적인 논의가 이뤄진 것은 지난 2014년 당정협의 한 번 뿐이다. 그 해 추석에 첫 도입된 대체휴일제에 쉬지 못한 근로자들이 많아 형평성 논란이 일자 일부 여당 의원이 정부에 ‘보완 입법’을 주문했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보완 입법에 ‘제동’을 걸었다. 고용노동부는 그 자리에서 법으로 강제 적용할 경우 기업들의 부담이 늘어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 기업이 먼저 건의한 ‘임시공휴일’…법안 폐기 막을 수 없나

이번 5월6일 임시공휴일은 대한상공회의소가 정부에 건의한 것이다. 그동안 임시휴일 제도에 부담을 나타냈던 기업이 소비 확대 등 내수 활성화를 위해 먼저 요청을 해온 것이다. 대한상의는 임시공휴일로 1조원의 경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기업이 먼저 임시공휴일 지정을 요구하며 미세한 입장 변화를 보임에 따라 관련 법안도 폐기 직전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19대 국회 종료 전까지 관련 법안들의 국회 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을 다뤄야 하는 환노위가 ‘노동개혁’ 갈등으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시공휴일을 건의한 대한상의도 ‘전면 확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이번에 정부에 임시휴일을 건의한 것은 내수 활성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면서도 “민간기업에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기업 사정에 따라 자율에 맡겨 노사 합의로 추진하는 방향이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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