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홈 충돌규정, 이대로는 절대 안 된다

2016. 4. 29.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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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잠실과 28일 대구, 완전히 다른 판정
MLB처럼 여러 상황에 따른 규정 확립 절실

[OSEN=윤세호 기자] 이대로라면 더 큰 혼란에 빠진다. 규정 보완을 위해 KBO와 심판위원회의 빠르고 뚜렷한 움직임이 이뤄져야 한다. 메이저리그도 1년 과도기를 겪었으나, 이런 것까지 따라갈 필요는 없다. 규정을 도입하기에 앞서 메이저리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고, 어떻게 보완됐는지를 살펴봤어야만 했다. 

KBO리그는 올 시즌부터 주자와 포수의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홈 플레이트 충돌과 관련된 규정을 신설했다. 그런데 시즌 개막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비슷한 상황에서 명백히 다른 판정이 나왔다. 규정 자체가 너무 모호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28일 대구 삼성-LG 경기 6회말 1사 1, 3루에서 삼성 1루주자 이영욱이 2루 도루를 시도했다. 포수 정상호가 도루를 저지하기 위해 2루에 송구했으나, 송구가 이영욱의 몸에 맞으면서 이영욱은 2루 도루에 성공했다.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2루 송구가 굴절된 틈을 타 3루에 있던 이지영이 홈으로 쇄도했고, 2루수 황목치승이 공을 주워 홈으로 송구했다. 정상호가 송구를 잡아 이지영을 태그, 원심은 태그아웃이었다. 그러자 삼성은 홈 태그 과정에서 정상호가 홈플레이트를 막고 있었다며 심판 합의판정을 신청했다. 홈 충돌규정과 관련된 합의판정을 요청한 것이다. 그리고 합의판정 결과, 원심은 번복돼 이지영의 세이프가 선언됐다.

‘2016 공식야구규칙’ 7조 13항을 보면 이와 관련된 상황이 명시되어 있다. 규정에는 ‘포수가 홈 플레이트를 봉쇄했지만, 심판의 판단으로 주자가 원래 아웃이 될 상황이었다면 포수가 해당 주자의 주루를 방해 또는 저지했다고 간주되지 아니한다’고 적혀있다. 

정상호가 홈을 막고 있었던 것은 맞지만, 타이밍은 접전이 아니었다. 이지영의 홈 슬라이딩이 정상호의 포구보다 늦었기 때문에 정상호가 이지영을 태그아웃 시킬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만일 심판진이 이를 ‘주자가 원래 아웃이 될 상황’으로 판단했다면, 원심이 유지됐을 것이다. 

하지만 심판진의 입장은 달랐다. 도상훈 KBO 심판위원장은 경기 후 OSEN과 전화통화에서 “일단 포수가 포구하기 전에 포수의 발이 홈플레이트를 막고 있었다. 그리고 포수가 완전히 공을 잡고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송구가 오는 상황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규정상 세이프가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도 위원장에게 규정에 명시된 ‘주자가 원래 아웃이 될 상황’은 어떤 것이고 묻자 “포수가 공을 완전히 잡고 주자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면, 홈플레이트를 막는 것과 관련 없이 아웃으로 판정된다”고 답했다. 정상호가 타이밍은 빨랐으나, 공을 잡는 위치가 홈플레이트를 막았기 때문에 세이프로 판정했다는 의미다. 

문제는 지난 12일 잠실 LG-롯데전에서 이와는 다른 해석이 나왔다는 것이다. 당시 9회초 포수 정상호와 3루주자 손아섭이 홈에서 충돌했고, 아웃판정이 내려졌다. 정상호가 홈플레이트를 완전히 막은 채 포구했고, 홈플레이트 앞에서 손아섭을 태그아웃시켰다. 롯데가 즉시 합의판정을 신청했는데, 합의판정 결과도 아웃으로 원심이 유지됐다. 타이밍상 ‘주자가 원래 아웃이 될 상황’이었다는 게 당시 심판진의 판단이었다. 

그런데 타이밍만 놓고 보면, 지난 12일 잠실 경기가 28일 대구 경기보다 접전이었다. 정상호가 홈을 막은 정도도 잠실 경기가 대구 경기보다 심했다. 손아섭 입장에선 홈으로 들어오려면 정상호와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했다.

도 위원장은 “홈에서는 정말 많은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포수가 포구하는 방향과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는 상황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주자가 원래 아웃이 될 상황’을 일일이 명시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이러한 상황을 30가지로 명시해 심판진과 각 구단에 배포한 상태다. 물론 메이저리그도 처음부터 규정이 완벽했던 것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는 2014시즌부터 홈 충돌과 관련된 규정을 새로 만들었는데, 매 경기 이 규정에 대해 다른 판정과 해석이 나왔다. 결국 1년 후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규정 보완에 나섰고, 현재는 큰 논란 없이 판정이 진행되고 있다.

KBO리그에서 홈 충돌방지 규정 신설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지난해 12월 윈터미팅부터다. 당시 윈터미팅에는 발제자인 허구연 해설위원을 비롯해 도상훈 심판위원장, 유남호 경기운영위원장 등이 자리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비디오를 통해 메이저리그에선 홈 충돌방지 규정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시청했다. 논란이 될 만한 수십 가지의 상황이 상영됐고, 상영 후 도 위원장은 “제도가 실행될 경우, 선을 어디에 둘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고 명확한 규정 신설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신설된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지금의 애매한 규정을 유지하면 혼란만 반복된다. 득점과 직결되는 만큼, 막대한 피해를 보는 팀이 꾸준히 나올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처럼 ‘주자가 원래 아웃이 될 상황’ 하나하나가 분명히 제시되어야 한다. 메이저리그처럼 여러 상황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세부 자료를 배포해 규정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이미 시즌이 진행 중인 만큼, 심판위윈회의 신속한 움직임이 필요해 보인다. / drjose7@osen.co.kr

[사진 1] 지난 12일 LG-롯데전에서 나온 홈 충돌 장면. 아웃 판정이 그대로 유지됐다. 

[사진 2] 지난 28일 삼성-LG전에서 나온 홈 충돌 장면. 아웃에서 세이프로 판정이 번복됐다. /SPOTV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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