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단장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2016. 4. 2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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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김진훈 단장. 스포츠동아DB
kt선수단 구장서 훈련중인데
김진훈 단장, 1루에서 캐치볼
“연습해서 훈련을 돕고 싶었다”

눈앞에서 보고도 안 믿겨질 때가 있다. kt 김진훈(사진) 단장은 27일 수원kt위즈파크 1루에서 운영팀 직원과 캐치볼을 약 5분간 했다. 캐치볼을 하는 건 김 단장의 자유다. 문제는 장소와 시점이다. 김 단장은 1루에서, 공을 받아준 kt 추리닝을 입은 전직 선수 출신 직원은 1루와 2루 사이 지점에 서 있었다. ‘민간인’이 훈련 중인 야구장 안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시점은 kt 선수단의 훈련이 개시된 이후였다. 외야에 선수들이 있었고, 배팅케이지에서는 타격훈련이 시작된 상태였다.

배팅케이지 뒤편을 포함해 야구장 전체에 kt 코치들이 흩어져 있었다. kt 조범현 감독은 덕아웃에서 필드를 응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김 단장의 캐치볼이 안 보일 리가 없었다. 심지어 조 감독을 취재하러 수십 명의 기자들이 덕아웃에 있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왼손잡이인 김 단장은 정말 ‘즐겁게’ 캐치볼을 한 뒤, kt 훈련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무렵 안으로 들어갔다. 기자가 의아해서 kt 직원들에게 ‘저 분이 왜 저렇게 하느냐?’고 물었는데 아무도 납득할 설명을 주지 못했다.

결국 28일 김 단장에게 직접 사정을 물었다. 김 단장은 “단장 입장에서 시간이 남을 때 선수단의 훈련을 돕고 싶었다. 그런데 선수 출신이 아니다보니 다치겠더라. 그래서 연습을 해서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스스로 팀 훈련 중 필드로 들어간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말했다. “캠프 훈련 중 외야에도 들어가고, 타석에도 들어간 적이 있다”고 했다. “단장이 (훈련 중에) 있으면 코치와 선수들이 좋아한다. 거기서 현장의 얘기를 듣고 반영할 일이 있으면 해준다. 만약 코치와 선수들이 원치 않는다고 하면 그만하겠다”고 덧붙였다.

56세인 김 단장의 순수한 의도를 믿어준다 해도 상식적 의문은 남는다. 유격수의 1루 송구를 받아보고, 투수의 시속 145km 직구를 타석에서 체험하는 일은 단장이라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채울 수 없는 호기심이다. kt 어느 코치, 선수, 직원이 연봉협상 책임자이자 인사권자인 단장에게 ‘거슬리니 나가시오’라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KBO에는 야구인 출신 단장들이 꽤 있다. 이 사람들이 야구 기술이 없어서 필드에 안 나타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2년 전 큰 시련을 겪었던 롯데가 선수단 훈련 때 단장은 물론 구단 직원이 얼씬도 하지 않는 이유는 일손을 보태기 싫어서는 아닐 것이다. 창단 3년차인 kt에서 현장 야구인을 향한 ‘존중’은 상식과 좀 다른 것 같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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