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종합전형 뜨자, 사교육업체 "고교 교사 모셔라"

백민경 2016. 4. 29.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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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수시 비중 늘고 '학종'도 확대자사고 진학부장 등 잇따라 영입"사교육, 학부모 불안감 조장" 지적도

올해 초 서울의 한 자율형사립고 교사 A씨는 목동의 한 학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A씨가 진학부장으로 있는 동안 이 학교는 최상위권 대학 수시 합격자 수가 계속 늘면서 명문고로 자리 잡았다. 입시업체 관계자는 “이 학교는 수시 모집에 대비해 학생 성격과 흥미, 수업 중 질문 내용까지 꼼꼼히 기록했다가 학생부에 반영하는 등 나름의 입시 노하우를 쌓아 학부모들의 호응이 높았다”고 말했다. ‘공교육 입시전문가’였던 A씨는 결국 학원에 스카우트된 뒤 ‘입시전략연구소장’이란 직함을 달고 수시전형 분석과 학부모 대상 특강에 나서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목동 등 입시학원가에서 전·현직 고교 진학 담당 교사 모시기가 한창이다. 대입 수시 모집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데다 최근엔 학생부종합전형이 수시의 주요 전형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부에 기록된 교과 성적과 동아리·수상 경력 등 비교과활동을 자기소개서 등과 함께 대학이 종합 평가해 선발하는 전형이다. 올해 대입 수시 선발인원 중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는 비율은 29%다. 서울대 등 서울 소재 10개 주요 대학에서는 비율이 47%로 높아진다.

강남 대치동의 한 어학원도 올 초 서울의 유명 외국어고 진학부장 출신 B교사를 영입해 ‘학생부종합전형 전문 컨설팅’ 역할을 맡겼다. 서울의 한 자사고 C교사는 “입시업체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교사들 평판을 조사하는데 결과가 좋게 나왔다며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곤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고교 진학부장은 “명예퇴직을 앞둔 50~60대 부장교사에게 연락해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라며 설득하는 경우도 적잖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학원이 학교 교사 영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이들이 학교 현장에서 쌓은 진학상담 경험이 학생부종합전형에 유리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외부 활동과 외부 수상 실적 등은 인정하지 않고 교내 활동과 교내 수상 실적만 반영한다. 서울의 한 진학 담당 교사는 “학생부종합전형은 다른 전형에 비해 사교육업체가 갖는 강점이 적고 경험도 부족한 실정”이라며 “그러다 보니 현직 교사에게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강남의 한 일반고 진학부장을 영입한 재수종합학원 관계자는 “진학부장 출신 교사들은 대학들과도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만큼 ‘정보전’에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사교육업체가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 입학사정관 출신인 한 교사는 “복잡한 대입 제도에 대한 학부모의 막연한 불안감을 사교육 시장이 파고든 것”이라며 “교사 연수 등을 늘려 학교·교사 간 입시정보 격차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교과활동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동아리·봉사활동·경시대회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며 “사교육을 유발할 수 있는 교내 수상 실적과 인증 자격시험, 독서활동, 자율동아리 등 4개 영역은 입시에 반영하지 말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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