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걸린 지카 확진, 여행 이력은 의사에게 전달도 안 돼

정종훈 2016. 4. 29.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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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다녀온 두 번째 감염자DUR 적용국 대상서 빠져 허점피부 발진 증세 뒤에야 의심 신고'긴급'해당 안 돼 평일 검사 진행전문가 "매뉴얼 꼼꼼히 정비해야"

필리핀 여행을 다녀온 K씨(21)가 지난 27일 지카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한국인으로선 두 번째 감염자가 됐다. 지난달 발생한 첫 번째 환자는 브라질을 방문했다가 감염된 반면 이번 환자는 한국과 왕래가 잦은 필리핀 여행지를 다녀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해외에서 유입되는 추가 환자가 더 나올 수 있다. 그런데도 K씨가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일주일간 보건 당국의 대응은 여전히 허술했다.

가장 큰 허점은 지난 20일 K씨가 발열·오한 등 감기 증세로 동네 의원을 찾았을 때 드러났다. 보건 당국은 지난 2월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안심서비스(DUR)를 출입국관리소의 사전여객정보시스템(APIS)·항공여행기록(PNR)과 연동시켜 의사가 처방할 때 환자의 지카 위험 지역 여행 이력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열이 나서 의원을 찾은 환자가 최근 2주일 내 브라질에 다녀왔다면 위험 지역 방문 이력이 있음을 경고하는 알림창이 의사의 PC에 뜨도록 돼 있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후 이런 경고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그런데 필리핀은 지카 바이러스 산발적 발생 12개국에 속한다. 감염 우려가 작다는 이유로 필리핀은 DUR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필리핀 여행자들은 입국 후 보건 당국이 제공하는 주의사항 문자메시지 공지도 받지 않는다. 보건 당국은 이번에 예상치 못한 필리핀발(發) 감염을 접하고야 보완에 나서기로 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가능한 한 산발적 발생국까지 대상 국가로 넣으려 한다. 다만 필리핀을 오가는 인원이 워낙 많은 만큼 공항 검역 등 구체적 방안은 추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고 접수와 검사 의뢰, 확진 판정이 늦어진 것도 K씨가 필리핀 여행자였다는 것과 관련 있다. K씨는 피부 발진 증세를 보이자 23일 상계백병원을 찾아갔고 병원 측은 보건소에 곧바로 의심 신고를 했다. 하지만 보건소 담당 직원은 이틀이 지난 25일 아침에야 신고를 접수했고, 검사 의뢰도 이날 이뤄졌다. 23~24일은 토·일요일이어서 직원이 근무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질본 측은 “임신부나 브라질 여행자 등 긴급한 검체가 접수되면 주말이라도 곧바로 검사를 맡기는데 필리핀은 매뉴얼상 ‘긴급’에 해당되지 않아 평일에 검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사후 대처에서도 부족한 점이 드러났다. 질본이 27일 밤 공개한 최초 진료기관은 비만을 주로 다루는 ‘365MC의원’이었다. 하지만 12시간쯤 지난 뒤 ‘365열린의원’으로 정정했다. 질본 관계자는 “초기 역학조사서에 의료기관 이름이 잘못 표기됐다. 환자가 정밀 역학조사를 받으면서 이름을 정정했다”고 말했다. 면밀한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병원 이름을 공개하면서 애꿎은 의료기관만 피해를 보게 됐다. 365MC의원 관계자는 “오해한 환자들의 문의 전화가 꽤 왔다”고 말했다. 보건 당국은 지난해 6월 메르스 환자 발생·경유 병원의 명단을 공개할 때도 서울 성동구의 의원을 경기도 군포시 의원으로 잘못 발표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엄중식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선 병원들이 열심히 신고해도 심야시간이나 휴일엔 보건 당국에 접수조차 안 되는 일이 여전히 흔하다. 의료진에 대한 여행 기록 제공도 관광객이 많은 필리핀 등은 처음부터 포함했어야 했다. 보건 당국은 감염병 처리와 관련된 구체적인 매뉴얼을 빨리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K씨는 28일 새벽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추가 검사를 받은 뒤 퇴원했다. 현재는 발진과 발열 등 증상 없이 양호한 상태다. 귀국 후 헌혈을 하지 않아 혈액을 통한 추가 감염 우려는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와 함께 여행을 다녀온 형에 대한 정밀 검사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현지에서 모기에게 물린 기억이 없고 특별한 증세도 없다고 한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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