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퓨로 숨진 우리 딸, 저희는 어디에 호소하나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절규

황인호 기자 2016. 4. 2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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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5명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서울중앙지검을 찾았다. 수사 상황이 궁금해서였다. 피해자들 중에는 중소업체가 제작한 가습기 살균제인 ‘세퓨’ 피해자 임모(38)씨도 있었다. 임씨는 2011년 태어난 지 21개월 된 딸을 잃었다. 그러나 임씨는 현재 처벌을 요구할 곳, 억울함을 풀 곳도 없는 상태다. 옥시나 홈플러스, 롯데마트와 달리 세퓨 제조업체인 버터플라이이펙트는 직원 10명 정도 되는 작은 회사였고, 2011년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불거지자 곧바로 문을 닫아 없어진 상태다. 검찰 관계자조차 28일 “세퓨 피해자들이 제일 안쓰럽다”고 말했다.

임씨는 2009년 유명 블로그를 통해 세퓨 제품을 알게 됐다. 당시 세퓨는 ‘덴마크’ ‘천연’ 등의 문구로 ‘친환경’을 강조했다고 한다. 제품은 온라인 마켓을 통해 구입했다. 세퓨 제품이 ‘독’이었다는 사실은 제품을 2년 넘게 쓰고난 후인 2011년에야 알았다. 임씨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터진 직후 버터플라이이펙트 사무실을 찾았다. 하지만 코앞에서 업체 대표 오모(39)씨를 놓쳤다. 오씨는 이후 잠적했고, 돌연 회사 문을 닫았다.

임씨가 오씨 소식을 다시 접한 건 최근이다. 오씨가 자신의 부인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D업체에서 일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D업체는 유기농 제품 관련 유명 온라인쇼핑몰이다. 임씨는 “세퓨 제품을 사서 쓸 때 천연 과즙 제품이라며 샘플 등을 보내주곤 했다. 지금 보니 그게 오씨 아내 회사 제품이었다”며 “문제가 불거지자 회사를 없애고 본인은 아내 쇼핑몰에 가서 또다시 친환경, 유기농을 앞세워 장사를 하고 있다. 위장 폐업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김모(42)는 2010년 10월 D업체에서 세퓨 제품을 구입했다. 사용한 지 6개월 만에 생후 10개월 된 딸이 세상을 떠났다. 김씨는 “세퓨는 유아 박람회도 했고, 당시 D업체는 세퓨 제품 행사를 많이 했다”며 “오씨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란 걸 최근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현재 세퓨 제품의 피해자는 총 27명이며, 이 중 14명이 사망했다. 업체 규모와 3~4년 정도의 판매 기간을 고려하면 피해자와 사망자가 많다. 세퓨는 옥시 등이 사용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보다 독성이 더 강하다고 알려진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를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했다. 이 원료가 어떻게 가습기 살균제로 쓰이게 됐는지 알려진 것은 하나도 없다. 덴마크 회사 ‘케톡스’가 제조원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덴마크에선 이 물질이 농업용으로만 사용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씨는 “우리는 어디 호소할 데도 없다. 옥시나 다른 업체들은 살균제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이게 왜 문제가 있는지 많이 알려졌지만 우리는 그런 것조차 없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검찰은 28일 오씨와 이 회사에 원료물질을 제공한 H사 김모씨를 소환 조사했다. 옥시 외에 다른 제조사 관계자 소환하는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와 제조·판매 과정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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