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해인 수녀 "시련도 축복의 기회로..행복은 새롭게 만들어 가는 것"

손석희 2016. 4. 28.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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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다른 병으로 입원..위독설 퍼진 듯" "주민증 이름이 명숙..밝게 살고 있어" "수도원 공동생활하며 명랑한 삶 배워" "수녀 안 했으면 방송계 나가는 게 꿈" "고운 시를 쓰려면 아픈

[앵커]

오랜만에 대중문화 인터뷰 시간을 갖겠습니다. 제가 늘 나오시는 분들을 어떻게 소개해 드릴까 고민을 하는데 오늘(28일)은 이렇게 소개를 해 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저의 고등학교 때 시절부터 흠모했던 분입니다. 저뿐만이 아니고 제 세대들이 대부분 다 흠모를 했습니다. 수녀님이십니다. 수녀님을 흠모한다는 게 조금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사실 그 책임은 이분께 있습니다.

이해인 수녀님을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이해인 수녀/시인 :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앵커]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해인 수녀/시인 : 4년 만인 것 같아요. 그렇죠?]

[앵커]

그렇습니다.

[이해인 수녀/시인 : 라디오에서 인터뷰했고요.]

[앵커]

생방송인데 좀 긴장은 안 되시나요?

[이해인 수녀/시인 : 긴장돼요,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우황청심환 먹고 올 걸 그랬나 봐요.]

[앵커]

이 뒤의 사진은 마음에 드십니까?

[이해인 수녀/시인 : 네, 광안리 바다고요. 저기는 우리 수녀원 정원이고. 그렇군요.]

[앵커]

부산에 늘 계시잖아요. 가끔 올라오시겠지만 오늘은 혹시 뉴스룸만을 위해서 올라오셨습니까?

[이해인 수녀/시인 : 뉴스룸 하고 또 내일모레 민들레의 영토 40주년 자그마한 기념행사가 있어서 출판사 일도 있고 그래서 기차 타고 오늘 올라왔습니다.]

[앵커]

이 책입니다, 그렇죠?

[이해인 수녀/시인 : 네.]

[앵커]

제가 책을 정면으로 들고 말씀드리는 경우는 사실 별로 없는데 이 책은 그래도 됩니다. 40년 전에 나온 민들레의 영토. 레스토랑 이름도, 선전해 주는 게 되나요?

[이해인 수녀/시인 : 제가 먼저 썼고요. 거기는 의자만 빼고 민들레영토카페 이렇게 나왔더라고요.]

[앵커]

그렇습니까? 제 또래나 아니면 그 이후의 세대들도 이 책은 정말 각별한 시집이거든요.

[이해인 수녀/시인 : 왜 그럴까요. 저도 궁금하게 생각하는데.]

[앵커]

제일 잘 아실 것 같은데 제일 궁금해하시나 보죠?

[이해인 수녀/시인 : 사실 시도 여기 34편밖에 없고 굉장히 단순하고 담백한 시인데 너무 많은 사랑을 받은 것에 대해서 저도 궁금하게 생각이 들어요.]

[앵커]

50쇄가 찍혔습니다. 글쎄요, 위안. 흔히 얘기하는 힐링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어떤 그 당시 세대의 각별함 같은 것이 분명히 여기 있었던 것 같네요.

[이해인 수녀/시인 : 그때는 최루탄 난리고 데모를 많이 하고 그런 시기라서 아마 이런 서정시, 잔잔한 서정시가 젊은이들한테 좀 필요하지 않았을까 그런 해석을 해 봤어요.]

[앵커]

76년에 나왔어요. 꼭 40년. 그런데 책 얘기도 책 얘기입니다마는 건강은 괜찮으십니까?

[이해인 수녀/시인 : 제가 이렇게 생각보다 별로 야위지 않고 그냥 목소리도 생생한 데다가 겉모습이 망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아픈 걸 사람들이 잘 잊어버리고. 지금도 사실 통증이 있는데도 굉장히 잘 모르더라고요, 아픈 걸. 그래서 그냥 거기 맞춰서 저도 명랑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렇게 하지만 사실은 아플 때도 많죠.]

[앵커]

그런가요?

[이해인 수녀/시인 : 작년에 위독하다고 그러고 죽었다는 소문까지도 막. 그래서 본의 아니게 많은 심려를 끼쳤죠.]

[앵커]

작년에 왜 그런 잘못된 소문이 돌았을까요?

[이해인 수녀/시인 : 제가 천주교 수녀로서 가톨릭 쪽 성모병원 쪽에 주로 다니다가 대학병원에 다른 병 때문에 입원도 하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추측으로 이제 갈 데까지 가서 대학병원 마지막으로 다니나 보다 이렇게 추정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위독하다고 그러고 돌아가셨다 그러고 막 추모사까지 쓴 그런 걸 제가 보면서 굉장히 살아 있는 게 민망할 만큼 그런 묵상을 하면서 제가 또 제 자신에게 다가오는 죽음도 묵상하는 계기가 되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앵커]

아무튼 이렇게 건재하시니까 얼마나 좋습니까? 저희도 좋고요. 쭉 잘 지켜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이해인 수녀/시인 : 제가 또 게을러서 관리를 잘 못하지만 그래도 잘 해 봐야죠.]

[앵커]

흔히 안 얘기로 명랑투병, 이런 단어까지 만들어내셨는데.

[이해인 수녀/시인 : 제가 필명을 해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주민등록 이름이 밝을 명자, 맑을 숙자예요. 그래서 이름 뜻을 좀 살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항상 밝게 맑게 살아보리라, 이렇게 제가 지향을 갖고 있었고 또 암에 걸리기 전에 많은 암 환자들을 봤을 때 우울한 표정을 많이 짓는 걸 봐서 내가 만약에 이 다음에 암에 걸리면 나는 표정만이라도 명랑하게 해 봐야지 그렇게 제가 나름대로 작정을 했어요. 거기에 맞춰서 하다 보니까.]

[앵커]

아무튼 제가 뵙기에는 4년 전이나 지금이나. 오히려 그때보다 더 이렇게 활달해지신 것 같고 그렇습니다.

[이해인 수녀/시인 : 노력한 결과죠.]

[앵커]

어떨지는 모르겠는데요. 많은 분들이 시만 접하신 분들께서는 이해인 수녀님께서 이렇게 나오시면….

[이해인 수녀/시인 : 너무 얌전하고.]

[앵커]

말씀도 살살 하실 것 같고.

[이해인 수녀/시인 : 묻는 말만 대답하고. 반전이라고 말해요, 사람들이.]

[앵커]

제가 4년 전에도 그때 뵙고 저 개인적으로 놀랐었는데. 그게 좋더군요, 저는.

[이해인 수녀/시인 : 그런데 제 안에는 새침하고 얌전하고 쌀쌀맞은 그런 이미지가 더 많았는데 수도원에서 단체생활, 공동체생활을 하다 보니까 그렇게 살면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라도 필수도 하고 약점도 보이고 명랑하게 그렇게 사는 것이 훨씬 더 저를 편하게 하고 다른 사람들도 편하게 해 주는 것 같아서. 그렇게 하다 보니까 제2의 천성처럼 명랑하게 된 것 같아요.]

[앵커]

왜 또 그런 나름 오해라면 오해를 많이 하셨냐 하면 물론 시의 내용도 그렇지만 첫 시집에 나온 사진이 이게 잘 보이실지 모르겠는데. 정말….

[이해인 수녀/시인 : 작가가 사진을 너무 잘 찍어서 그래요.]

[앵커]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정말 수녀님 같은 그런 자태로 앉아계셔서.

[이해인 수녀/시인 : 지금이 더 좋은데요, 저는.]

[앵커]

민들레의 영토를 사랑하는 많은 독자들을 만나보셨을 텐데. 이렇게 얘기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지는 않으니까 한 분만 예를 들어드린다면 어떤 분이 가장 기억에 남으십니까?

[이해인 수녀/시인 : 글쎄요, 짧은 시간에 어떻게 다 말씀은 못 드리겠는데. 1990년대에 사형당한 분들 중에 17명 중에서 11명 형제들하고 제가 편지 연락을 열심히 했는데 그중에 한 분 30살 먹은 이용이라는 사형수가 있었는데 이 민들레의 영토에 실린 장미의 기도를 오후 4시만 되면 교도소에서 공동방에서 읽어주고 교도소에서 스피커에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서 자기가 그걸 읽으면서 어떻게 이런 시를 나를 위해서 써준 것 같다 그러면서 너무 감사하다고 그래서 제가 찾아간 적이 한번 있었거든요. 이 안에 있는 장미기도라는 시를 보면 꼭 그 사형수 생각이 나면서 눈물겹고 그래요. 항상 기억에 남아요.]

[앵커]

그리고 나름 또 유명한 무기수 신창원 씨. 계속 교류를 하신다면서요?

[이해인 수녀/시인 : 2002년부터 그분하고 이렇게 상담을 하는 집사님하고 연결이 돼서 제가 제 책을 보냈고 그다음에 편지를 주고받고 한 80여 통 주고받았는데.]

[앵커]

그 사람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이해인 수녀/시인 : 제가 전주를 한번 가서 찾아간 적도 있는데 요즘 시의 매력에 빠져서 자기가 시를 써보고 싶다고 그래서 5편이 채워지면 저한테 보내겠다고 그래서 열심히 쓰라고 제가 격려해 줬어요.]

[앵커]

하여간 좀 진작에 수녀님을 만났었더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들기도 합니다. 지난번에 다른 분께서도 나오셔서 낭독해 주신 분도 계신데요. 이 시집 중에 별을 보면. 혹시 낭송을 잠깐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저희가 백뮤직도 깔아드리겠습니다.

[이해인 수녀/시인 : 안 깔아주셔도 되는데, 깔아주시면 더 좋겠죠. 제가 말이 좀 빨라서. 그래도 시간상 빨리 읽어야 되겠죠, 좀.]

[앵커]

그것까지는 그렇게….

[이해인 수녀/시인 : 신경 쓰지 말고 읽을까요. 제가 21살 때 쓴 시입니다. 예비수녀 때. 별을 보면. 하늘은 별들의 꽃밭. 그런 시입니다. 66년도에 썼어요. 50년 전에. 새로워요.]

[앵커]

옛날에 친구분이신 가수 박인희 씨께서 자신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가끔 이해인 수녀님 시 읽어주셨는데 이렇게 수녀님께서 직접 해 주시니까 정말 좋네요.

[이해인 수녀/시인 : 저도 수녀원에 안 왔으면 박인희처럼 방송계로 나가지 않았을까.]

[앵커]

정말이요?

[이해인 수녀/시인 : 앵커도 꿈이었어요.]

[앵커]

그 얘기는 제가 오늘 처음 들었습니다.

[이해인 수녀/시인 : 오늘은 어제보다 죽음에 한 치 더 가까워도 평화로이 별을 보여 웃어준다, 이 말이 20대 예비수녀가 어떻게 이렇게 썼을까. 지금 제가 암환자로서 생사의 기로에 있다 보니까 이 내용을 내가 진짜 살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이 시가 굉장히 새롭게 다가왔어요. 제가 쓴 거지만.]

[앵커]

그래서 오늘 이 시를 특별히 택하셨군요. 저도 이 싯귀를 보면서 그때 이런 생각을 벌써 하셨나라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요.

[이해인 수녀/시인 : 평화로이 별을 보며 웃어주는.]

[앵커]

세상물정 모르고 고운 시만 쓰시는 수녀님, 이런 시선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마음에 안 들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이해인 수녀/시인 : 제가 수도생활 지금 64년에 입회했으니까 시인으로서 데뷔한 40년 빼고 50년 이상을 살면서 보면 수도생활이 그렇게 낭만적이거나 꿈을 꾸는 것 같은 그런 삶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고운 시가 나오는 것은 시가 곱기 위해서는 그만큼 아픈 세월을 견뎌야 한다는 건데 그 과정을 생략하고 시의 단어만 보고 소녀적이고 감성적인 시인으로 저를 몰아세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서 못마땅하다 그게 아닌데. 저도 터프하고 용기 있고 투사정신이 있어야 수도생활을 잘할 수 있는 건데 무슨 소녀 같은 이미지로 저를. 그래서 나이가 든 지금 보면 그게 아닌데. 그 이미지를 탈피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앵커]

아마 인터뷰를 가끔 그래도 다른 데서 하셨기 때문에 접하신 분들께서는 잘 알고 계시겠지만 오늘 처음 뵙는 분들께서는 이해인 수녀님이 저런 면이 있으셨구나 하는….

[이해인 수녀/시인 : 좀 씩씩한, 보기보다 생각보다 씩씩한 어떤 그런 이미지요.]

[앵커]

지금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마지막 질문드리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정이 무슨 말씀하셨냐 하면 행복은 스마트폰에서 앱을 다운로드하듯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말씀을 주시겠습니까?

[이해인 수녀/시인 : 행복에 대해서 말하라고 그러면 제일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수도생활을 반세기 한 수도자 입장에서 나도 어느 때 제일 행복한가. 그리고 어떤 사람들한테 어떻게 하면 좀 행복할 수 있는가 그 조건을 제시하라고 하면 딱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남들이 나에게 해 주기를 원하고 기대하는 걸 내가 먼저 하면 되는 거. 그런데 자꾸만 그걸 안 하고 남이 나에게 해 주기를 막 이렇게 하는 그 이기심 때문에 불행한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고요. 또 하나는 이렇게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처럼 저처럼 암에 걸리거나 예기치 않은 인생의 시련이 왔을 때 그걸 그냥 참기는 아까우니까 어떤 지향을 갖고 그 안 좋은 일, 그 시련과 고통과 아픔을 역이용해서 축복의 기회로 삼아서 그걸 진주로 만드는 그런 삶의 용기와 지혜를 지니고 내가 직접 노력하면 그 행복이 나한테 가까이 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행복도 새롭게 만들어가야 된다는 거예요.]

[앵커]

좋으신 말씀 감사합니다. 집에 가서 이거 다시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이해인 수녀/시인 : 꼭이요. 그리고 부산 광안리도 놀러오세요. 감사합니다.]

[앵커]

고맙습니다,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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