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댓글 키보드 테러.. '성괴''패드립' 무작위 공격

장병철 기자 2016. 4. 28. 11: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래픽=김연아 기자 yuna@

“부모 돌연사 하길” 막말 던져

대통령에게 성희롱 문구도

초·중·고교생 18% 가해 경험



인터넷 익숙한 주부들까지 가세한

속칭 ‘주부 악플러’도 사회문제로



댓글 삭제 디지털 세탁소 등장

“사회적 피해 심각… 엄벌해야”

27일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모욕하는 글이 올라왔다. 한 행사장에서 옆자리에 앉은 야당 정치인이 박 대통령에게 말을 건네는 사진을 올리고 성희롱 문구를 설명으로 달아놓았다. 같은 날 다른 사이트에는 ‘패드립(부모나 가족, 어른 등을 욕하는 패륜적 표현)’이 난무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노인이 아니라 노예” “당신 부모 둘 중 하나 돌연사하길” 등 입에 담기 힘든 욕설 댓글이 달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표현의 자유 뒤에 숨어 악의적 글로 상대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이버 폭력 행태가 갈수록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과거엔 연예인, 운동선수 등에 악성 댓글이 집중됐지만 요즘에는 대통령부터 기업인, 일반인까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회사원 A(여·24) 씨는 이달 초 자신의 사진을 무단으로 퍼나르고 악성 댓글을 단 네티즌을 경찰에 고소했다. 한 네티즌이 SNS에서 A 씨 사진을 복사해 다른 사이트에 게시하며 ‘술집에 나가 몸을 파는 여자 같다’는 글을 올리자 이를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A 씨는 “유명 연예인만 이런 일을 당하는 줄 알았는데 나 같은 일반인도 누구나 사이버 명예훼손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격분했다.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 발달로 어린 학생들마저 멋모르고 사이버 폭력을 휘두르는 실정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초·중·고교생 각 1000명을 실태조사한 결과, 17.5%가 사이버폭력 가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인터넷에 익숙한 주부들이 댓글 활동에 적극적으로 가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업인을 비판하는 기사에는 평범한 주부라고 자신들을 소개하면서 인신공격성 댓글을 달고 있는 속칭 ‘주부 악플러’로 보이는 ID 수십 개가 조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상습 악성 댓글 작성자들은 모욕죄 고소를 피하는 방법까지 공유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누군가의 사진에 ‘성괴(성형 괴물)’라는 댓글을 달았다가 벌금 30만 원을 낸 경험이 있다”며 “‘너무 자연스러워 성형 티가 하나도 나지 않지만 제 타입은 아닌 것 같네요’라고 돌려 말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비법’을 소개했다.

사이버폭력 피해가 급증하면서 돈을 받고 악성 댓글 등 ‘온라인 상흔’을 지워주는 이른바 ‘디지털 세탁소’도 등장했다. 이 분야 대표 업체 B사 관계자는 “작업량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평균 30만 원을 내면 악성 댓글을 찾은 뒤 해당 사이트에 연락해 글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의 고충을 해결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세탁소는 국내에 15곳이 활동 중이다. 이 중 연간 최고 1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곳도 있다.

정완(사이버범죄연구회장)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53년 만들어진 모욕죄를 새로운 매체인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똑같이 적용하기는 무리”라며 “형법상 모욕죄와 별도로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기영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명예훼손과 악성 댓글 관련 손해배상만 전문으로 하는 로펌이 생길 정도로 사회적 피해가 심각하다”며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을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병철·김기윤 기자 jjangbeng@munhwa.com

[ 문화닷컴 바로가기 | 소설 서유기 | 모바일 웹]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