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의혹' 호미 아닌 가래 택한 이창명

민교동 객원기자 2016. 4. 2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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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 민교동 객원기자]
지난 21일 11시30분쯤 이창명은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의 한 신호등을 들이 받는 사고를 냈다.ⓒ 연합뉴스

정황만 놓고 보면 음주운전이다. 늦은 밤 교통사고를 냈으며 사고처리도 하지 않은 채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건 직후부터 20여 시간 동안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뒤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락을 끊고 숨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고 발생 20여 시간 뒤인 22일 오후 경찰 조사를 받았으나 당시 혈중알콜 잔량은 0이었다. 이에 경찰은 그의 샘플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넘겨 측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의혹은 거듭되고 있으며 강신명 경찰청장은 “음주운전 여부를 떠난 무조건 입건한다”는 원칙을 밝히며 “위드마크(Widmark) 공식을 적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선 사건의 개요를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지난 21일 11시30분쯤 이창명은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의 한 신호등을 들이 받는 사고를 냈다. 그렇지만 사고 직후 이창명을 현장을 떠났으며 사고 수습은 이창명의 지인이 대신했다. 이후 연락이 두절됐던 이창명은 20여 시간 뒤인 22일 오후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았고 그 자리에서 취재진을 만나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부인했다.

◆ 술을 못 마시는 데 어찌 음주운전을 할까?

음주운전 의혹에 대해 이창명은 “(사실이) 아니다. 술을 못 마신다”고 답했다. 과연 이창명은 평소 술을 마시지 못할까. 이창명의 전 매니저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술을 아예 안마시고 음주 자체를 싫어한다”고 밝혔다. 이창명의 주장과 일치하는 발언이다.

그렇지만 이창명의 측근 내지는 지인으로 볼 수 있는 이의 발언인 만큼 100% 믿어도 되는 얘기인 지는 의혹이 따른다. 과거 기사에서도 이창명의 술과 관련된 발언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04년 부부의 날 명예홍보대사 관련 인터뷰에서 이창명은 “다행히 술을 잘 못 마셔서 동료 연예인들과 늦게까지 술자리에 있거나 하는 일이 거의 없는 것도 꼬박꼬박 집에서 아내와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이유”라고 언급한 바 있다.

언젠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될 것을 우려해 거짓으로 인터뷰를 했을 가능성은 0에 가까운 만큼 이창명이 술을 못 마시고 거의 안 마신다는 발언을 사실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또한 비록 사고가 있고 20여시간이나 뒤에 측정한 결과지만 혈중알콜 잔량이 0이라는 부분 역시 객관적으로 음주운전의 가능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다만 강신명 경찰청장은 “혈액 검사 결과 음주 여부가 확인되지 않더라도 목격자와 동석자 진술 등을 통해 음주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고 수습을 담당했던 매니저는 경찰 조사에서 “이창명이 담당 PD와 술자리를 가진 뒤 빗길에 미끄러진 것 같다”고 진술했다고 알려진다.

물론 술자리를 가졌다고 할지라고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 이창명은 술을 마시지 않았거나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지 않을 만큼 극히 소량만 마셨을 수도 있다. 술자리에 있었다는 얘기가 곧 술을 마셨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량이다. 평소 술을 거의 마시지 않은 만큼 이창명은 주량이 매우 적은 편이었다면 매우 적은 양의 술을 마셨을 지라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음주 상태에 가까운 상황에서 운전을 했을 수도 있다.

객관적으로는 음주 운전의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경찰청장까지 목격자와 동석자의 진술까지 동원해 음주 여부를 밝히겠다고 언급한 까닭은 바로 사고 이후의 비정상적인 조치 때문이다.

◆ 왜 20여 시간 동안 사라진 것일까?

기본적으로 이창명은 사고 처리를 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 이창명은 “빗길에 미끌어져 에어백이 터질 정도로 차가 부딪혔다. 가슴이 너무 아파서 숨을 못 쉬겠더라. 그래서 쓰러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병원부터 갔다”고 답했다. 응급상황이다. 참혹하게 부서진 자동차의 상태를 보면 이창명의 부상 여부에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사실 이 부분은 검증이 매우 쉽다. 이창명이 스스로 당시 어느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고 밝히면 쉽게 풀릴 의혹이다. 게다가 여의도에서 사고가 벌어진 만큼 “쓰러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병원부터 갔다”는 상황에서 찾을 만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응급실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곳에 갔었다는 사실만 공개해서 언론이 확인하면 가장 결정적인 의혹이 풀릴 수 있다.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중요한 사업 문제로 대전을 찾았다고 밝혔다. 대전 도착 시간은 오전 10시, 사업 얘기를 하고 점심을 먹고 나서 한 시간 정도 눈을 붙였다고 했다. 후배가 깨워서 TV를 보고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지만 휴대폰 배터리가 없어 충전을 하고 오후 2시쯤 경찰에 전화를 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이창명 주장의 핵심은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에서야 자신의 사고가 세간에 엄청나게 화제가 되고 있으며 특히 연락이 두절된 상태로 알려져 있음을 알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창명의 자동차 사고 소식은 이미 22일 새벽부터 보도되기 시작해 22일 오전에는 각종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상당이 화제가 되고 있었다.

대전으로 행하는 과정에서, 내지는 사업적인 미팅에서 전혀 그 소식을 모르고 있었다는 점은 다소 의아하다. 특히 사업 미팅의 상대방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어 관련 질문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부분이 가장 의문스럽다. 이창명이 어떤 사업을 진행 중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연예인이 진행하는 사업의 대부분은 그 유명세와 이미지가 기반이 되곤 한다.

그런데 이창명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수도 있는 사건이 불거졌는데 사업 미팅의 상대방이 이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아 이창명이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부분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또한 사업적인 미팅을 하러 가는 상황에서 휴대폰 배터리를 확인하지 않아 방전된 상태였다는 점도 의혹으로 남는다.

지난 21일 11시30분쯤 이창명은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의 한 신호등을 들이 받는 사고를 냈다.ⓒ YTN 뉴스

◆ 음주운전 여부보다 거짓말 여부가 관건

사건사고에 휘말린 연예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포인트는 사건의 실체적인 진실, 그리고 사법 기관의 수사 결과가 아니다. 그 보다는 자신의 이미지에 미칠 영향이다.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밝혀질 경우 이창명이 굳이 행방이 묘연했던 20여 시간 동안 자신이 한 일을 자세히 공개할 까닭은 없다. 사생활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중은 이창명이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는 경찰 수사 결과가 최종적으로 나왔다고 해서 ‘그냥 그렇구나’ 하고 수긍하지를 않는다. 결과보다 과정, 거기서 불거진 의혹만을 기억한다.

경찰 조사를 받을 당시 이창명이 기자들에게 들려준 20여 시간 동안의 행적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구석이 너무나 많다. 음주운전으로 시작된 각종 의혹에 날개만 달아준 상황이 되고 말았다. 자칫 이 과정에서 이창명이 거짓말을 했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지라도 대중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면 이것이 훨씬 치명적이다.

음주운전의 경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연예계로 돌아오는 데 큰 장애가 되진 않았다. 그렇지만 대국민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이 그의 이미지에 깊게 자리 잡는다면 이는 극복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이럴 때마다 빠지지 않그 등장하는 사례가 바로 김상혁이다. 그는 음주운전을 한 연예인 가운데 대중으로부터 가장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그 이유는 음주운전이라는 행위 자체가 아닌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는 발언 하나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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