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주노초파남보..色은 '명의'다

빨강, 주황, 노랑…빛이 굴절되면서 고유의 파동대로 나타난다는 색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봄에 유독 화사한 파스텔톤 색상이 많이 쓰이고, 가을만 되면 백화점의 쇼윈도가 진중한 색으로 무게를 잡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밝고 경쾌한 색을 보면 사람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고, 어두운 색을 만나면 왠지 차분해진다.
색은 사람의 마음 뿐 아니라 몸도 움직인다. 색채심리학에서 말하는 색의 역할과 효과는 음식에서도 무관하지 않다.
▶열정의‘레드’=색채심리학에서 빨간색은 열정과 변화를 상징한다. 불이 몸을 데워주는 것 처럼, 몸을 따뜻하게 해주기도 한다. 무기력하고 활기가 없는 이에게는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색으로 알려져있다. 신체 에너지 상승을 유도하는 색이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불어넣는 색이기 때문에 추진력을 북돋워주는 역할도 한다.
토마토, 딸기, 사과 등 ‘레드푸드’ 역시 우리 몸에 ‘열정’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레드푸드는 우리 몸에 면역력을 길러주고, 암이나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레드푸드에는 라이코펜이나 안토시아닌 같은 항산화작용을 하는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레드푸드의 대표주자인 토마토에는 라이코펜 성분이 풍부하다. 이 항산화 성분 덕분에 혈관에 생기가 생기고, 뇌졸중이나 동맥경화 등 각종 심혈관 질환부터 암까지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토마토는 비타민K가 풍부해 칼슘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한다. 알콜을 분해할 때 생기는 아세트알데히드 같은 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주는 효과도 있어, 숙취 해소에도 좋다.
겨울부터 우리 입맛을 돋궈준 딸기는 항산화 작용이 뛰어난 안토시아닌이 풍부하다. 안토시아닌은 암 세포 증식을 억제하고, 시력을 회복시키는 작용을 한다.
더불어 딸기는 비타민C가 귤의 3배에 이를 정도로 많다. 비타민C는 피로 회복과 면역력 증강, 신진대사 활성화 등에 관여하는 성분이다.
▶따뜻한 행복감 주는‘주황’=주황색은 빨간색보다는 강력하지 않지만, 온화한 에너지를 전해주는 색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따뜻한 느낌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고,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해준다. 색채심리학에서는 즐겁고 경쾌한 느낌을 주고, 건강과 활력을 되찾는데 도움을 주는 색이라 보고 있다. 특히 식욕을 돋우고, 장 운동에도 도움이 되는 색으로 알려져있다.
실제로 주황색 식품들은 장 운동에 도움이 된다. 주황색 식품의 대표격인 당근에는 장 점막을 튼튼하게 하는 비타민A와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장 내 유익균인 비피더스균을 생성하도록 도와주는 비피더스 인자가 있어, 변비에도 효과가 있다.
당근은 비피더스 인자 뿐 아니라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면역력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시력 보호에도 좋고, 당근 내에 있는 나트륨이나 칼슘, 칼륨 등이 몸 속 전해질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도 한다.
감도 몸 속 면역력을 높여주는 데에 도움이 된다. 감에는 비타민C와 항산화 작용을 하는 폴리페놀이 풍부하다.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등의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상큼한 기운 전해주는‘옐로’=노란색은 쾌활한 기분을 선사하고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색이다. 희망을 전해주는 색이기도 하고, 회복기의 환자나 우울한 사람에게 활력을 전해주는 색이다. 색채심리학에서는 창조적인 영감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갖게 하는 데에 노란색이 도움이 된다고 전한다.
노란색은 밥상에서도 상큼한 기운을 전해주는 식품이다. 김치나 장아찌, 조림류 등이 채운 밥상에 단호박이나 노란색 파프리카 하나만 올라와도 느낌이 색다르다. 레드푸드가 혈관 청소부라면 옐로푸드는 장 청소부라 할 만 하다. 단호박이나 옐로푸드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 건강에 도움이 되고, 몸 속 노폐물을 내보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단호박이나 감자 등 옐로푸드에는 칼륨이 풍부하다. 칼륨은 몸 속에서 부종 등 각종 부작용을 불러일으키는 나트륨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나트륨 외에도 몸 속 안좋은 노폐물을 같이 배출시킨다. 평소 짭짤해지기 쉬운 식단이 걱정이라면 습관처럼 감자나 단호박을 반찬 내지는 간식으로 활용하면 몸 속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옐로푸드는 장 청소부 이상의 역할도 한다. 단호박에서 노란색을 내는 성분은 베타카로틴인데, 당근에도 풍부한 이 성분은 항산화작용이 특기다. 면역력을 높여주고, 생기를 잃은 혈관을 탄력있게 해준다. 노란색이 사람의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 처럼, 옐로푸드는 혈관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진정 효과 주는‘그린’=초록색은 긴장감을 낮춰주고 진정 효과를 주는 색이다. 수험생들이 공부를 하다가 피로감이 쌓일 때 자연의 녹색을 보면 눈이 다소 맑아지고, 신체의 피로가 풀리기도 한다. 시신경의 피로 회복과 스트레스 해소에 대한 초록색의 효과는 각종 연구를 통해 입증이 되기도 했다.
교감신경계의 이완과 진정 효과가 있는 초록색은 심장과 폐 기능에 도움이 되고, 혈압을 낮춰주는 효과도 있다고 전해진다. 그린푸드도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혈압을 낮춰주는 기특한 식품인데다 칼로리도 낮춰줘,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푸드다.
그린푸드의 대표주자는 브로콜리다. 브로콜리의 엽록소는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피로를 풀어준다. 브로콜리 같은 녹색 채소는 식이섬유와 수분이 많아 포만감에 비해 실제 섭취하는 칼로리는 낮게 마련이다.
해독작용도 하기 때문에 혈관을 깨끗하게 해주고, 혈압을 낮춰주는 역할도 한다. 초록색이라고 하면 몇 년 전부터 유행해온 디톡스 주스를 떠올리는 이들도 많을텐데, 실제 녹색 채소는 몸 속 독소를 빼주는 역할을 한다. 혈관에 쌓인 노폐물을 내보내는 것은 물론, 음주 후 숙취를 해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브로콜리 뿐 아니라 바다에서 나는 해조류들도 해독작용에는 빼어난 재주가 있다. 미역, 파래 등 해조류들은 식이섬유의 일종인 알긴산이 풍부해 체내에 쌓인 나쁜 물질을 배출해준다.
▶스트레스 풀어주는‘퍼플’=보라색은 예민한 이들에게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심리적으로 자유로운 느낌을 받게 해준다. 색채심리학에서는 보라색을 호르몬 활동의 정상화를 돕는 색으로 보고, 강박적인 성격을 완화시켜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퍼플푸드도 이를테면 체내 스트레스를 감소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몸 속에 활성산소가 많아지면 우리 몸의 세포를 공격, 아토피나 노화 등 각종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게 마련이다. 퍼플푸드는 이 같은 활성산소를 잡아, 체내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대표적인 퍼플푸드에는 블루베리가 있는데, 블루베리의 안토시아닌은 다양한 효능이 입증된 항산화 물질이다. 몸 속 활성산소를 잡아줘, 노화를 예방하고 각종 염증 위험을 줄여준다.
자색고구마는 일반 고구마보다 2~3배 이상의 항산화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자색고구마에서 보랏빛을 내는 성분 역시 안토시아닌이다. 자색고구마는 껍질에도 안토시아닌이 많이 때문에 깨끗하게 씻어서 껍질까지 먹는 것이 좋다.
최근 주목받는 퍼플푸드로 비트가 있다. 비트에도 항산화 효과를 내는 파이토케미칼이 풍부해, 노화를 막아주고 피부 미용에도 도움을 준다. 또 비타민B1과 B2, C,칼슘, 무기질 등이 풍부해 혈관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혈관 내 산소 공급을 원활하게 해 혈액을 맑게하는 효과도 있다.
요즘 한창 시장에 나와있는 적포도나 여름을 기대하게 만드는 과일인 자두 등도 빼놓을 수 없는 퍼플푸드다. 보라색을 내는 과일에는 대부분 안토시아닌이 풍부해, 블루베리 못잖은 항산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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