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커피'에 설땅 잃은 커피믹스
국내 커피믹스 시장 규모는 그간 1조원대를 지켜왔다. 커피믹스는 전체 4조원대 국내 커피 시장에서 커피전문점(2조5000억원가량)에 이어 가장 큰 영역을 차지했지만 2012년 1조2389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주춤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가공식품 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커피믹스(조제커피) 시장은 2013년 1조1665억원, 2014년 1조565억원 등으로 해마다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1조200억원 선(업계 추정)까지 내려갔다. 3년 새 18%가량 시장이 줄어든 것이다. 이러다간 올해 1조원대 벽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식사 후 커피 한 잔'의 대명사였던 커피믹스 대신 커피전문점의 원두커피 인기가 크게 올랐다. 커피믹스 한 봉지 가격이 대략 130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커피전문점 원두커피는 월등히 비싸지만 최근 중저가 커피전문점을 중심으로 1000원대 아메리카노가 대폭 늘어난 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편의점을 중심으로 500원짜리 아메리카노가 등장하는 등 저가 원두커피도 우후죽순 늘고 있다.
병커피·캔커피 등 편의점 RTD(Ready To Drink) 커피와 인스턴트 원두커피, 캡슐커피 등 다양한 제품이 쏟아지고 있는 점도 커피믹스 위기를 부추긴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밀워드브라운이 지난해 10~12월 국내 25~44세 여성 직장인 3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직장 내 커피 소비' 조사에서 응답자 63%가 캡슐커피 등 원두커피를 사무실에서 마신다고 밝혔다.
커피믹스 하향세는 인스턴트 원두커피 등장과도 맞닿아 있다. 커피믹스 시장 8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업계 1위 동서식품이 2011년 인스턴트 원두커피 '카누'를 출시하면서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카누의 폭발적인 인기에 커피믹스가 눌린 것이다. 물론 커피믹스 시장의 10% 수준에 불과하긴 하지만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 규모는 2012년 200억원에서 지난해 1200억원으로 3년 새 6배가량 급증했다.
커피믹스 업계 주요 거래처 중 하나인 커피자판기가 급감하고 있는 점도 커피믹스 시장 위축의 단면을 드러낸다. 대형 커피자판기는 물론이고 한때 음식업소에서 인기를 끈 미니 커피자판기도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주로 식사 고객에게 무료로 서비스되는 일회용 컵 커피믹스는 미니 자판기를 통해 보급돼왔지만 대다수 소비자가 식사 후 커피전문점에 들러 커피를 구매하기 때문에 공짜 커피믹스가 외면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대대적으로 선포한 '설탕과의 전쟁' 등 당류 저감 정책도 커피믹스 업계로선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특히 정부는 청소년 당류 섭취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다고 판단해 학교 내 커피자판기 설치를 금지하고 나섰다. 물론 정부 정책 시행 이전부터 동서식품·남양유업 등 커피믹스 선두 업체들은 잇달아 당 성분을 줄인 커피믹스를 내놓으며 소비자 잡기에 안간힘을 쏟아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이번 정책이 업계를 위축시키는 것만은 아니다"며 "당류 저감 제품이 더욱 다양하게 쏟아지는 등 커피믹스 업계에 신규 시장 창출 기회가 열리는 측면도 분명 있다"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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