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넷' 못지않은 구글코리아..'음란물 검색' 1분도 안 걸려

김일창 기자 입력 2016. 4. 23. 07:00 수정 2016. 4. 2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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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측 "표현의 자유 보장하기 위해 검색 검열 최소화" 방통위 "검색 규제 어렵다..자율협력에 맡길 뿐" 전문가 "지속적인 문제제기로 자체 검열 강화 유도해야"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당신의 자녀가 가장 쉽게 음란물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스마트폰 인터넷창 → 구글 → '제목없음' 검색 이상 끝.

음란한 무언가를 연상할 수 없어 부모들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이 검색어는 구글에서 무려 수 백만 건의 음란물을 쏟아낸다.

성인 배우들의 일반적인 야한 동영상 수준을 넘어, 일반인부터 교복 여학생 포르노까지 그 강도가 섬뜩할 정도로 세다.

얼마 전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네덜란드에 있던 서버까지 폐쇄됐던 '소라넷' 역시 구글에서는 여전한 위력을 과시한다.

'소라넷'을 치면 쏟아지는 수많은 음란물들은 검색 결과 3~4번째에 위치한 '경찰, 소라넷 해외 서버 폐쇄' 기사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다.

문제는 네이버나 카카오 등 국내 포털사이트에서는 '제목없음'이나 '소라넷'을 검색해도 음란물을 노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독 구글에서만 그렇다.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구글코리아는 웹 검색은 되도록 규제를 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따라 여성가족부가 지정한 청소년유해매체물 URL이나 소비자가 신고한 유해물이 아니면 가능한 모든 내용물을 노출시킨다.

구글 관계자는 "국내 회사를 포함해 각 회사의 프로세스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구글은 웹 검열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그 이유는 성인물이든 정치적 함의를 내포한 내용물이든 검열을 강화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저촉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웹 검색에서는 '소비자의 신고'와 청소년보호법에 저촉되는 내용물에 대한 '성인인증'이 최대한의 접근 차단 장치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구글이 미국 회사이기 때문에 본사의 지시 없이는 함부로 검색 결과를 차단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그 이유로 꼽았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한국사이버범죄연구회장은 "검색서버가 미국에 있다보니 불법음란물이 노출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막기 어렵다"며 "검색 결과 규제는 힘들지만 검색되는 음란물이 불법인 만큼 구글코리아 측의 더 섬세한 자체 검열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글코리아도 금칙어 등을 지정해 검열하고 있지만 미흡한 부분이 너무 많다"며 "소비자나 국가 기관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하고 수정을 요청해야만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모든 매체를 심의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도 "구글 같은 경우 사실상 서버가 외국에 있어 구글코리아에 문제점을 제기해도 본사와 접촉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지난해 이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으로 검색 결과를 강제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외국은 아동포르노 외에는 차단하지 않기에 국내 이용자 보호를 위해 접속 차단만 하는 실정"이라며 "지난해 말 구글과 페이스북 등이 참여하는 자율협력 시스템을 확대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코리아 측은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국내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항변한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구글코리아는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법을 준수하고 있다"며 "서버가 미국에 있다고 해서 음란물 유통에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제목없음' 등에 대한 검색어로 음란물을 검색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 용어는 생각하지도 못했다"면서도 "여가부에서 이 URL에 대한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구글이 주장하는 여성가족부의 유해매체물 목록 지정은 '청소년유해매체물'로 한정돼 있다. '청소년유해매체물'이란 성인은 접근할 수 있는 합법적인 내용물로서, 영상과 음악, 책 등 모든 내용물이 포함된다.

'제목없음' 등으로 검색되는 음란물은 국민 모두가 봐서는 안되는 불법이지만, 구글코리아는 단순히 여가부의 통보가 없다며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코리아가 국내법을 준수한다고 주장하면, 이 검색어로 뜨는 모든 불법 내용물을 차단해야 한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에서 같은 검색어로 검색하면 결과에 드러나지 않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국내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는 특정 용어를 거르기보다는 기본적으로 음란물에 관련된 모든 게시물을 필터링하고 있다"며 "이는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구글이 국내 사업자와 같이 자체적으로 모니터링을 상시화해 청소년유해매체물뿐만 아니라 불법 음란물과 관련된 모든 내용물을 노출시키지 않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정 교수는 "경찰도 '소라넷'뿐만 아니라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음란물 사이트를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있는 만큼, 양측의 노력이 병행돼야 문제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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