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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100억씩 버는 풍력발전업체, 주민들 고통은 외면

‘소음 공해’ 시달리는 전남 영암 활성산 주변 마을들

마을 뒷산 꼭대기엔 높이 80m 타워에 달린 큰 날개가 “휙” “휙” 바람을 가르며 돌고 있었다. 21일 찾아간 전남 영암군 영암읍 한대리 각동마을 주민들은 “저 소리 때문에 살 수가 없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호남 지역 최대 규모의 풍력발전단지가 가동되고 있는 영암 활성산(해발 498m) 주변 6개 마을 주민들은 “군청에 호소하고, 업체에 사정해도 대답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들 마을은 풍력발전기와 550~1000m가량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영암 풍력발전단지와 최단거리인 550m 떨어진 영암군 영암읍 한대리 각동마을 주민들이 뒷산의 풍력발전기를 가리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영암 풍력발전단지와 최단거리인 550m 떨어진 영암군 영암읍 한대리 각동마을 주민들이 뒷산의 풍력발전기를 가리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곳 풍력발전단지는 똑같은 크기의 흰색 타워 20개를 산마루에 설치해놓고 있다. 하루 전력생산량이 200㎿로 2만가구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풍력발전단지에서 1㎞여 떨어진 큰 도로에선 이런 소음 등이 한꺼번에 모이면서 마치 비행기가 날아가는 것처럼 “붕~붕” 소리가 났다.

2014년 1월 이곳에서 상업 발전을 시작한 뒤로 똑같은 소음공해가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피해자로 꼽히는 각동마을 김영희씨(63)는 2년 새 국회에 2번이나 나가 토론회 증언과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김씨는 “늘 마음이 불안하고, 어지럼증과 두통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남편 임재열씨(65)는 “발전소가 들어오기 전엔 소를 70마리까지 키웠으나 소가 소음에 놀라 살도 찌지 않고, 죽은 송아지를 낳기도 해 포기상태”라면서 “몇마리 남은 것은 아내한테 맡기고 읍내로 나가 막일을 하고 산다”고 말했다.

밭에서 김을 매고 돌아오던 최귀례씨(70)는 “저 큰 바람개비가 돌기 시작한 후부터는 금방 힘이 빠지고, 정신이 혼란해져 반나절 이상 밭일을 해본 적이 없다”면서 “이 동네 밭 대부분이 묵밭이 돼버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들은 또 저주파 피해를 크게 걱정했다. 이 마을 최연장자 김춘중씨(75)는 “주민들에게 나타난 어지럼증·두통·이명·무기력증·피부병 등이 저주파에 오래 노출되면 일어날 수 있는 증세라는 말을 최근 피해조사를 나온 전문가들한테서 들었다”고 말했다.

각동마을 반대편의 금정면 산대마을 주민들도 산짐승이 사라진 것이 저주파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강조했다. 5년 전 귀농한 이 마을 김온재씨(64)는 “사철 멧돼지가 논밭에 내려오고, 꿩이 날아다녔는데 이젠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동물들이 저주파에 아주 민감하다는 논문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대리 이장 정우종씨는 “매년 업체는 100억원 이상 수익을 얻고 있는데도 주민 피해는 방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암군 관계자는 “주민동의 절차 없이도 풍력발전단지를 세울 수 있게 해놓은 정책 때문에 이런 부작용이 일어났다”면서 “지자체에서 피해보상을 강제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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